요즈음에는 교장, 교감 중에도 순수한 교사출신들이 많이 늘었다. 최소한 10여년 전만 하더라도 교사출신의 교장을 찾기 어려웠다. 최소한 교육전문직에 발을 들여 놓았어야 교장까지 승진이 가능했었다. 사실 따지고보면 전교조에서 '교장선출보직제'를 정책적으로 들고나온 시점이 바로 교사출신 교장이 거의 없었던 시기와 딱 맞아 떨어진다. 어쩌면 그 영향으로 교사출신의 교장이 양산된 원인 일 수도 있다.
그래도 아직까지 교장급에서는 교사출신보다는 교육전문직출신들이 훨씬 더 많다. 앞으로 시간이 흐르면서 다소 간격이 좁혀지긴 하겠지만 당분간 이런 현상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전문직에 들어가서 시간이 지나니 교감이 되고, 또 시간이 지나니 그냥 교장이 되더라'는 어느 교장선생님의 말씀대로 전문직을 거쳐야만 앞날이 평탄해 지는 것이다. 이들 전문직출신들은 교감이나 교장으로 재직하면서도 교사들에게 전문직에 들어갈 것을 강력히 권유하고 있다. 그것이 교감, 교장이 되는 가장 빠른 길이라고 강조한다.
전문직출신의 교장과 교사 출신의 교장을 따지고자 이글을 시작한 것은 아니다. 출신이 어떻든 교장이 되면 마음이 변한다는 것이다. 물론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이야기가 있긴 하지만, 자신이 재직하던 시절의 어려움과 문제점을 고스란히 잊는다는 것은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부분이다. 학교에서 어떤 일이 발생했을때, 교사들은 '교감, 교장이 나서서 해결해 주어야 할 문제'라고 인식하는데, 교감, 교장들은 '선생님들이 그것도 못하느냐'는 정 반대의 의견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학교조직의 통합을 무너뜨리는 원인이 되는 것이다. 자신들이 예전에 교사로 재직하던 때와 비교해 본다면 답은 바로 나오게 된다.
학교뿐 아니다. 교육청으로 올라갈수록 이런 현상은 더욱더 심화된다는 생각이다. 지난 3월말에 실시되었던 '진단평가'만 하더라도, 4월 중으로 성적판별 프로그램을 제공한다고 했었다. 물론 서울시교육청에서는 그 약속을 지켰다. 4월 30일자로 공문이 발송되었기 때문이다. 일선학교에서 진단평가 성적판별관련 프로그램을 받은 것은 5월 초이다. 이미 교사들은 '이러다가 진단평가판별 관련 공문이 중간고사 성적처리시기와 맞물리는 것 아니냐'는 염려를 하고 있었다. 4월 말에서 5월초는 각급학교의 중간고사기간 이었다. 이 시기가 중간고사 시험기간이라는 것은 교사들은 물론 학부모까지도 다 알고 있다. 그럼에도 이 기간에 성적판별공문을 내려보내 학교를 힘들게 할 이유가 있었는가 묻고 싶은 것이다.
학교와 마찬가지로 '그것도 못하느냐'는 생각을 가졌던 것은 아닌가 의구심이 생긴다. 시기를 최소한 1주일만 당겼어도 이런일은 생기지 않았을 것이다. 중간고사 성적이 나오고 이미 수준별 이동수업등을 실시하는 현실에서 진단평가결과가 무슨 의미가 있는가. 예산은 예산대로 투입하고 실효성은 떨어지는 모순을 발생시킨 것이다. 학교는 상급기관에서 시키면 시키는대로 할 수 밖에 없다. 그렇더라도 다양한 여건을 생각하고 학교에 시켜야 하는 것이다. '그것도 못하냐'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는 이야기이다. 교과부나 각 시 도교육청의 담당자도 고충은 있겠지만 최소한 그들이 교사출신이라면 학교를 좀더 배려하는 자세가 필요했다는 생각이다.
여기에 진단평가 활용방안을 보고하라는 공문이 며칠후에 내려왔다. 최근의 일이다. 이미 수준별 이동수업등의 부진아 지도계획을 모두 세워서 그대로 진행하고 있는데, 무슨 활용방안을 보고하라는 것인지도 이해가 안되는 부분이다. 솔직히 이번 진단평가결과는 참고할 수준밖에 안된다. 시기가 너무 늦었기 때문이다.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찾기 쉽지 않다. 학교와 교육행정기관과의 의사소통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그렇게 많은 문제를 제기했음에도 강행했고, 그 결과를 억지로 학교에서 활용하도록 강요하는 것은 학교에서의 생각과는 너무나도 다른 것이다.
결론적으로 학교의 교장, 교감은 물론 교육행정기관의 전문직과 모든 행정가들은 학교와 교사, 나머지 전문가들의 이야기를 귀담아 들어야 한다. 아무리 좋은 방안이더라도 적극적인 지지를 받지 못한다면 그 정책은 결국 실패로 돌아가고 마는 것이다. 이런 점을 확실히 인지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이야기이다. 자신의 예전 위치를 한번 돌아보라. 그렇게 쉽게 결정하고 추진할 일들이 어디 있는지.... 의견을 충실히 듣는것, 여론의 향방을 쫓는 것은 민주국가에서 이루어져야 할 기본이라는 생각을 잊지 않길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