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장'을 뜯어 버리자

2009.05.18 09:31:00

사교육없는 학교는 서울의 덕성여중처럼 '방과후학교 활성화 등 다양한 교육을 통해 사교육을 줄이는 학교'라고 교과부는 설명하고 있다. 사교육없는 학교를 지정하면서 최소한 50%의 사교육비를 줄이는 것이 목표라고 한다. 이를위해 3-4억정도의 예산을 투입한다고 한다. 이들학교는 자율학교로 지정하여 학교장에게 교원인사권등 많은 권한을 부여할 것이라고 한다.

각 시 도 교육청에서는 방과후 학교를 정책적으로 추진하면서 각 학교의 방과후학교 참여실태를 파악하여 서로 비교하고 있다. 지역교육청별로 참여율을 비교하여 순위를 매기고 있다. 방과후학교 시행 초기에는 학교별로 비교를 함으로써 각 학교의 교장과 교사들이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았었다. 이제는 지역교육청까지 그 여파가 이어지고 있다. 방과후 학교 앞에서는 어느 누구도 편안하지 못하다. 그러면서 각종 언론의 주목을 받는 학교들이 등장하고 있다. 방과후학교 운영을 통해 사교육비가 엄청나게 감소했다는 것이다.

또한 방과후학교의 연장으로 각 학교별로 방과후 공부방을 만들라고 하고있다. 말이 방과후 공부방이지 고등학교의 야간자율학습을 초, 중학교에서도 실시하라는 것이다. 야간에 주로 운영되는 방과후 공부방 운영을 위해서 학부모들에게까지 도움을 요청하고 있다. 학생들의 참여독려와 방과후 공부방을 관리하는 업무까지 학부모들에게 의존하려는 것이다. 학교에서 요구하면 자발적이 아니더라도 학부모는 어쩔 수 없이 참여하게 된다. 단 몇명의 아이들이 모이건 그건 별로 상관이 없다. 학교에서 방과후 공부방을 운영하느냐 안하느냐가 최대의 관심사이기 때문이다.

야간에 방과후학교를 운영하는 학교에서 방과후 공부방을 운영한다면 과연 학생들이 얼마나 참여할까. 대답은 '글쎄'이다. 야간에 방과후학교에 참여하는 학생들은 대략 두개 정도의 강좌를 듣고 있다. 방과후 공부방도 그와 비슷한 시간에 운영되기 때문에 이 학생들이 방과후 공부방에 참여할 확률이 높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야간 방과후학교에 참여하지 않는 학생들이 방과후 공부방에 참여해야 하는데, 그 학생들이 참여할 가능성은 현실적으로 높지 않다.

교원평가를 해야 학교교육이 발전하고 공교육이 살수 있다고 한다. 교사들이 잘 못가르치기 때문에 학생과 학부모들이 사교육에 의존한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교원평가를 해야 한다고 하고 있다. 그러면서 방과후학교를 정책적으로 추진하고 있으며, 급기야는 사교육없는 학교를 만들어서 사교육비를 반토막 내겠다는 의욕을 보이고 있다. 현재 사교육비를 얼마나 쓰는지에 대한 정확한 데이터도 없이 반토막 내겠다고 한다. 과연 이 논리가 맞는가.

방과후학교에 참여하는 강사들은 대부분이 해당학교 교사들이고 일부는 외부강사들이다. 그렇다면 교과부의 이야기대로 방과후학교를 실시하니, 사교육비가 줄었다고 하는데, 해당학교 교사들이 야간에는 잘 가르치고 주간에는 잘 못가르친다는 이야기인가. 교사들이 못 가르쳐서 학원에 뒤진다더니 방과후학교 때문에 사교육비가 줄어든다는 논리를 교사들과 어떻게 관련지어 설명할 것인가.

이렇듯 최근의 교육정책추진이 내용물 보다는 포장되어 있다는 느낌이다. 내용물이 어떻든 간에 포장만 그럴듯하게 되어있는 것이다. 논리적으로도 맞지않는 정책을 억지로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정확한 데이터없이 생각만 가지고 추진하는 정책이 과연 옳은 방향으로 갈지 염려스럽다. 학교별로 정확한 데이터없이 사교육을 줄이기 위해 사교육없는 학교를 추진하면 원래부터 사교육이 거의없었던 학교들은 지원을 받지 못하는 일이 발생할 것이다. 사교육을 잡기위해 사교육없는 학교를 추진함으로써 소외되는 학교들은 어떻게 할 것인가. 그 학교들에게도 같은 예산을 투입해야 되는 것 아닌가. 소외계층을 그대로 두고 사교육비 많이 쓰는 곳에만 투자한다는 것에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들이 많은 것이다.

하루하루 끼니도 채우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들에게는 아무런 지원도 해주지 않고, 도리어 너무 많이 먹어서 비만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에게 비만치료하라고 그 치료비용을 지원하는 것과 다를바 없다. 이제는 포장을 뜯어버리고 내용물을 정확히 파악하여 그에맞는 정책을 개발하여 추진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새로운 정책같이 보이지만 결국은 논리의 비약만으로 추진하는 정책이기에 성공가능성이 높지 않다. 하루빨리 내용물 정리에 모든 노력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창희 서울상도중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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