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에 수학여행단을 태운 버스가 기찻길의 건널목에서 열차와 충돌하면서 많은 학생들이 희생당한 사건이 있었다. 그 이후로 초, 중학교에서는 한동안 수학여행이 사라졌었다. 수학여행 금지조치가 내려졌기 때문이다. 고등학교에 진학한 후로 다시 수학여행을 다녀왔었지만, 중학교 시절에는 수학여행에 관한 추억이 없다. 학교인근으로 소풍만 다녀왔을 뿐이다.
주5일 수업제의 영향으로 소풍을 가는 학교들을 찾아보기 어렵게 되었다. 그러나 매년 학교교육계획에 빠지지 않는 것이 수련활동과 체험활동(수학여행)이다. 특히 고등학교의 경우는 수학여행이 매우많이 활성화되어있다. 중학교에서는 수학여행을 갈 수 없도록 되어있었으나, 어느때부터인가 중학교도 수학여행을 떠나는 학교들이 많아졌다. 해외로 수학여행을 떠나는 학교들도 있다고 한다.
그런데, 해외로 떠나던 수학여행이 국 내,외의 경기침체로 인해 올해는 거의 찾아보기 어려워졌다. 자연스럽게 국내로 수학여행을 떠나는 학교들이 많아졌는데, 이로 인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문제의 진원지는 같은 장소에 많은 학교들이 몰리고 있다는 것이다. 국내에서의 수학여행 장소로는 제주도가 단연 최고로 꼽힌다. 그런데 제주도는 수학여행지로는 적격지이지만, 육로로는 접근이 어렵다. 따라서 항공편이나 배편으로 이동해야 하는데, 배편은 비용이 저렴한 반면, 시간이 많이 걸린다는 단점이 있어 이용하기 어렵다. 특히 수학여행이 2박3일이나 3박4일로 실시되는 학교가 주를 이룬다는 것도 배편을 이용하기 어려운 점이다.
결국 항공편을 이용해야 하는데, 문제는 항공사들의 자세에 있다.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갈려면 최소한 1년전 쯤에 항공편 예약이 이루어져야 한다. 서울의 경우는 이런 현상이 더욱더 심하다. 그런데 일찍 예약을 하더라도 편안한 시간대에 편안하게 이용하기 어렵다. 상식적으로는 납득하기 어렵지만, 항공사에서는 당일에 전체 이용학교 인원만큼 항공권 예약을 받고 수학여행 떠나기 1개월 전쯤에 좌석배정과 시간 배정을 하고 있다고 한다. 이런 사정때문에 오전10시-11시경에 떠나야만 원활한 수학여행이 이루어짐에도 이 시간대에 이용이 어려운 경우가 발생하게 된다.
한마디로 항공사에서 편한대로 인원을 배정하고, 편한대로 시간배정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로인해 새벽에 학교를 출발해야 하는 경우, 가까운 김포공항을 두고 멀리 인천공항으로 가야하는 경우, 같은 학교임에도 김포와 인천공항으로 분산되는 경우들이 발생한다. 항공사 측에서야 별로 손해볼 일이 아니지만, 학교의 입장에서는 불편함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심한경우는 전세기를 투입할 것으로 가정하고 예약을 받고나서 최종적으로는 정기편만으로 편성하여 피해를 보는 사례도 발생하게 된다. 이럴경우, 학사일정 변경등 수학여행에 상당한 차질을 빚게 된다.
한 항공사에 문의한 결과, 이런 문제는 항공사와 여행사의 문제라고 한다. 즉 일선학교와는 직접 거래를 하지 않기 때문에 그 부분은 자기들이 책임질 문제가 아니라고 한다. 항공사의 단체예약업무를 수행하는 부서에서는 여행사와만 거래를 한다는 것이다. 할인률 등을 정하는 과정이 있기 때문에 일선학교와 직접 거래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런 사정때문에 결국은 학교에서만 피해를 보는 것이다.
저가항공도 사정은 마찬가지여서 원하는 시간대의 항공편을 확보하기 어렵다. 항공사측에서는 올해들어 지난해보다 30%정도의 제주도 수학여행이 폭주하여 어쩔수 없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결국은 어쩔수 없이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이미 잡혀진 수학여행을 어떤 방법으로든지 실시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학사일정을 바꾸어서라도 실시를 하게 된다. 항공사의 횡포로 볼 수 밖에없다. 자신들의 입장에서 모든 것을 해결하려 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로 보여진다.
따라서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항공사와 학교와의 직접적인 계약이 이루어져야 한다. 아무리 일찍 예약을 해도 원하는 시간대의 항공편을 이용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여행사 관계자들 역시 불만을 토로한다. 날짜만 정해질 뿐 시간대를 정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혹여 시간이 정해져도 출발할 때까지는 마음을 놓을 수 없다는 것이다. 이용학생들과 일반인들의 예약상황에 따라 시간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항공사와 여행사의 역학관계가 어떤 구도로 이루어지고 있는지는 알길이 없다. 그렇더라도 현재구조를 조금은 바꿀 필요가 있다. 육로를 이용하는 경우의 차량처럼 학교에서 직접 예약할 수 있는 길을 열어 주어야 한다. 단체예약이 직접 어렵다는 것은 분명히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예약은 선착순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관례로 알고있다. 따라서 학교별로 예약이 가능하다면 미리미리 예약하여 편리한 시간대에 항공편을 이용할 수 있을 것이다. 항공사에서는 펄쩍 뛸 문제이지만, 일선학교 입장에서는 항공사의 횡포가 심하다는 생각이 든다. 어떤 방법으로든지 개선할 필요성이 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