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형사립고' 지원제한 왜 두나

2009.06.07 19:55:00

내신 성적 기준을 50~100% 안의 범위에서 학교가 자율적으로 결정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이는 추첨에만 의존해 학생들을 뽑으면 자율형 사립고의 설립 취지가 퇴색하고 자칫 '로또식 전형'이 될 수 있다는 사학들의 지적을 교과부가 일정 부분 받아들인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연합뉴스, 2009.6.5). 자율형 사립고의 지원자격을 제한하겠다는 것이다.

자율형사립고, 기숙형공립고 등의 설립을 허가하면서 일선에서 우려했던 것은 일반계고등학교에 추첨배정받은 학생들은 소외감을 느낀다는 것이었다. 개방형자율학교, 특목고에 이들 학교가 새로 설립된다면 일반계고등학교에 최종적으로 진학한 학생들은 그저그런 학생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학교간의 서열화가 더욱 뚜렷해 지는 현상이 나타나게 된다.

지금도 학교간의 서열화가 나타나고 있다. 왜 서열화가 나타나는가. 특목고의 경우는 입학당시부터 학생들의 차이가 있었기에 대학입시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점령할 수 있다. 과학고등학교 등에서는 지원자격에 제한을 두기도 한다. 외국어고의 경우는 지원제한을 두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그래도 이쪽에 지원하는 학생들은 터무니 없는 성적으로 지원하지는 않는다. 결국 훌륭한 인재를 키워 더욱더 훌륭하게 만드는 것이다. 처음부터 기초가 튼실한 학생들을 지도하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자율형사립고는 특목고도 아니고 사회적으로 우대받을 이유가 하나도 없다. 그럼에도 50-100%로 제한하도록 허용한다면 당연히 모든 학교에서 50%로 제한할 것이다. 특목고, 자율형사립고, 기숙형공립고, 개방형자율학교 중에서 진학을 하지 못하면 일반계 고등학교로 가게 된다. 그렇다면 일반계 고등학교는 속된말로 그렇고 그런 학생들이 입학할 가능성이 높다. 우수한 학생들은 여기저기서 모두 빼가고 남은 학생들이라는 이야기이다. 물론 꼭 그렇다고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가능성은 높다.

자율형 사립고를 설립하는 것은 우수인재를 뽑아서 교육하고자 함이 아니다. 학생들을 다른 학교보다 더 열심히 가르쳐서 우수한 학생으로 키우는 것이 목적인 것이다. 원래부터 우수한 인재를 뽑아서 교육한다는 것은 누구나 다 할 수 있다. 특목고가 대학입시에서 유리한 것도 이와같은 맥락이다. 자율형 사립고는 특목고가 아니다. 그럼에도 지원자격에 성적제한을 두는 것은 불합리하다. 모든 학생들에게 똑같이 기회를 주어야 한다. 현재의 개방형 자율학교가 좋은 모델이 될 것이다. 성적제한을 두지 않아도 일정수준을 넘어선 학생들이 지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다음은 학교에서 이들 학생들을 어떻게 교육시키느냐의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 그 어떤 학교라도 처음부터 우수한 학생을 선발한다면 자신감이 넘치고 훌륭한 인재로 키울 수 있다. 이런 단순한 진리를 깊이 파악해야 한다. 처음부터 우선권을 주는 것은 형평에도 어긋난다. 똑같은 상황에서 시작되더라도 그 학교의 노력에 따라서는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교과부와 서울시교육청에서는 학교간의 경쟁을 진정으로 원한다면 시작할 때의 조건은 모두 같게 해야 옳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자율형사립고의 지원제한을 두는 것은 재고되어야 할 것이다.
이창희 서울상도중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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