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부 주요 교육정책 현안 전문가협의회

2003.02.21 14:47:00

"법률로 국가교육위원회 설치해야"


한국교총은 20일 새정부 주요 교육정책 현안에 대한 전문가협의회를 열었다. 참석자들의 발언 내용을 사안별로 살펴본다.

#시행령으로 출범하면 안돼
◇국가 교육혁신기구 법제화 방안=교육정책의 안정성과 일관성을 담보할 수 있는 초정권적 교육 기구를 설치하자는 교총 제안에 대해 한나라당, 민주당이 동시에 대선 공약으로 채택했고 이와 관련 최근 인수위는 구체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그러나 이 기구의 성격과 관련 초정권적, 초당적이라는 당초 제안 취지가 다소 변질되고 있는 느낌이다.

인수위 일부에서는 이 기구를 노무현 대통령당선자의 교육공약을 추진하는 기구로 하자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또한 이 기구 설치를 위한 특별법을 제정하려면 시간이 소요되고 한나라당이 다수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부담스럽다는 이유로 과도기적이나마 시행령으로 일단 교육혁신 기구를 출범시키고 여기에서 다시 교육부의 합의제 집행기구화를 포함한 국가 교육위원회 설치 방안을 본격적으로 검토하자는 소리도 있다.

이에 대해 교총은 분명히 반대의 목소리를 내야 한다. 시행령으로 국가 교육혁신기구를 설치하겠다는 의미는 과거 정권의 실효성 없는 각종 교육개혁 기구를 답습하든지 초정권적 교육 기구를 설치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명실상부한 초정권적 교육기구라면 한나라당의 반대를 걱정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김대중 정부는 교육입국을 지향한다고 했으면서도 인권위원회, 부패방지위원회 등 기구는 별도 법률로 제도화하고 새교육공동체위원회는 법제화하지 않았다.

교육 우선 국정 운영을 공약으로 내세운 노무현 정부는 국민의 정부 전철을 밟지 말아야 한다. 교총은 가칭 국가교육위원회 설치법안을 작성해 제시하고 이를 촉구할 필요가 있다. 지난 해 9월 교총은 국가 교육위원회 설치 방안으로 기획예산위원회와 같은 방식의 합의제 행정청형과 시·도교육위원회 또는 방송위원회와 같은 방식의 심의·의결기관형을 제시한 바 있는 데 이제는 단일 안과 법안을 내야 한다.

기획예산위원회와 같은 방식의 합의제 행정청형은 현행 교육부 직제의 전면 해체를 의미하는 것으로 다소 비현실적이다. 때문에 심의·의결기관형으로 하고 이 기구에서 심의·의결된 사항을 교육부가 집행하도록 하는 게 바람직하다. 다만 이 기구에서 심의·의결된 사항이 현행 법안 내용과 충돌할 경우 교육부가 관련 법 개정을 거쳐 추진토록 규정하면 된다. 아울러 이 기구에서 심의·의결하는 사항에 있어 보통교육과 대학교육 영역의 구분이 필요하다. 이 기구에 참여하는 인사를 누구로 할 것인가도 중요한 문제다. 교원, 대학교수, 교육행정전문가는 물론 학부모, 기업인, 언론인 등 광범위하게 참여토록 해야 할 것이다.

최근 교육부 직제와 기능을 축소하는 것이 진정한 개혁인 양 주장하는 목소리가 높은 데 이 역시 재고해야 한다. 학생 수 등을 고려하면 외국에 비해 우리나라 교육부 인력이 적은 편이다. 문제는 교육현장을 모르는 사람들이 교육행정을 담당한다는 데 있다. 교육부 개혁의 초점을 교육부 기능 축소보다 전문직 보임부서 확대에 맞춰야 한다. 전문직들도 학교를 몇 년만 떠나 있어도 교육현장과 감이 맞지 않는다고 토로한다.

따라서 전문직 보임 부서 확대와 함께 일부 전문직들은 교육청과 학교현장을 오가며 근무하도록 하는 방안도 고려할 만하다. 특히 인수위는 교육정책에서만큼은 대통령 취임 1년 내 개혁을 하지 못하면 아무 것도 못한다는 조바심을 버려야 한다. 교육정책은 1000만 학생과 국가의 미래가 달려 있는 사안이므로 아무리 신중해도 지나치지 않기 때문이다.


#교무위원회도 함께 법제화를
◇학운위 기능 강화, 교사회·학생회·학부모회 법제화 방안=이와 관련 참석자들은 특히 교사회 부분에서 집중적인 토론을 벌였다. 교사회를 법제화할 경우 교사회 의장이 교장과 맞서게 되고 가뜩이나 위축된 교장의 역할이 더욱 약화돼 결과적으로 학교현장은 쑥대밭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 한편 교사회를 법제화하더라도 간부회의(교장·교감과 부장들이 참여하는 회의)에 교사회장이 참여토록 하고 여기에서 주요 교무학사관련 사항을 협의 결정하면 무리가 없다는 소리도 나왔다. 결국 교사회와 함께 가칭 교무위원회도 법제화하자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 대학의 교수회의도 마찬가지다.

대학의 경우는 초·중등학교처럼 교수회의와 함께 교무위원회도 법제화하되 여기에 교수회의 대표, 학생회 대표, 교직원 대표가 참여토록 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한편 굳이 교장과 교감을 배제한 교사회 법제화를 고집하지 않는다면 교무회의를 법제화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교무회의가 법제화된다는 자체만으로도 교장의 일방적인 학교 운영 제동 장치로서 충분히 기능한다고 봐야한다는 것.

아무튼 이 부분에서 교사회·학생회·학부모회 법제화 문제는 법제화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각 그룹에서 무엇을 심의할 것인지를 규정하는 게 관건이라는 소리가 높았다. 이미 많은 학교에서 부장교사를 임명할 때 교장이 일방적으로 지명하던 과거와 달리 인사위원회에서 2배수 추천 받아 교장이 임명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음을 예로 들기도 했다. 학교운영위원회만 하더라도 우리 학부모들이 학교교육을 돕는 경험을 축적한 상태에서 운영한다면 그 기능을 강화해도 무리가 없다는 것.

그럼에도 단위학교의 경영 책임은 어디까지나 교장이 지고 있으므로 학교운영위 기능을 지금보다 강화하려면 교장이 당연직 위원장이 되는 것을 전제로 해야 한다. 아울러 인사권, 예산집행권 등 교장의 고유 권한을 분명히 명시해 불필요한 갈등 소지를 줄일 필요가 있다는 점도 강조됐다. 그런데 이 같은 주장이 합리적이긴 하나 교총이 이를 요구할 경우 자칫 교장 등 관리직만을 대변한다는 오해를 살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교장 자격과 임용 분리하면…
◇교장 선출보직제 등 임용제도 개편=교장 임용제도 다양화는 수석교사제 도입이 전제돼야 한다. 교장 선출보직제는 바람직하지 않을 뿐 아니라 순환근무제를 폐지하지 않는 한 공립학교에서 도입 자체가 불가능하다. 그러나 일부 규모가 큰 사립학교의 경우에는 시범 운영토록 권장할 만하다. 교사협의회에서 복수 추천을 받아 재단이 임명하는 방식이 가능할 것이다. 교장 선출보직제를 궁극적으로 반대하는 측은 공립은 교육감이고 사립은 재단이라는 말이 있다.

사실상 인사권의 박탈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사학 재단 측의 강한 반대가 예상되지만 설사 일부 사립학교에서 교장 선출보직제를 실시하더라도 친목회장을 뽑는 식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 교장 선출보직제를 실시할 경우 당연히 교장 자격제를 어떻게 할 것이냐는 문제가 나온다. 일정한 자격 기준은 불가피하리라고 본다. 예컨대 1급 정교사, 교직경력 20년, 연수점수 30점 이상 등을 기준으로 한다고 하더라도 이 자체가 자격을 의미한다고 봐야 한다. 이러한 자격마저 필요 없다고 한다면 일반직 공무원 출신에게도 문호를 개방한다는 것을 의미하므로 이를 지지할 교원들은 없다고 본다. 자격제는 유지하되 대폭 완화할 필요는 있다.

그 동안 교원들의 과열 승진 경쟁을 개선하기 위해 교원승진제도를 수도 없이 고쳤지만 경력평정, 근무평정, 연수·연구평정 점수를 올리고 내리고 한 것이 전부다. 점수제에 의한 현행 교원승진 방식이 교원들을 학생 교육에 전념하도록 하기 보다 점수 관리에 열을 올리도록 조장한 측면이 분명히 있다.

이제 이러한 부작용을 치유할 수 있는 획기적인 대안이 나와야 한다. 교장 자격과 임용을 분리해 승진 문호를 과감하게 늘리는 방안을 검토할 만 하다. 교장 자격 기준도 기본적인 몇가지 사항으로 단순화 해 과열 경쟁 열기를 완화해야 한다. 수석교사제는 그 자체로서 전문직으로서의 직위 상승 의미가 있을 뿐 아니라 임기를 마친 교장과 교감들이 교단교사로 돌아올 수 있는 장치로 반드시 도입돼야 한다. 교장 선출보직제의 부작용을 극소화하면서 과열 승진 열기를 둔화시키는 방안으로 시·군·구 교육청 단위 교장공모제 도입을 고려해 볼만하다. 교육청은 심사위원회를 구성해서 선발하면 된다.

이 과정에서 근무평가 기록, 연수·연구 경력, 교수·학습 능력 등을 참고로 선발할 수 있을 것이다. 교육감에게는 시·군·구 교육청이 선발한 교장이 명백한 하자가 있을 경우 재심의를 요구할 수 있는 권한을 줄 수 있다. 교육자들이 교장의 전문성을 강조하면서 한 학교 교장 평균 재임기간이 2년 정도에 머무르고 있는 현실을 외면하고 있는 것도 모순이다. 교장되는 게 교사들의 꿈이기에 정년을 1년 남겨두었어도 교장으로 임용하는 것을 당연시하는 데, 교장은 최소한 한 학교에서 4년 정도 근무하도록 해야 학교 운영이 안정된다. 이를 위해 교장이 되지 않고 교단교사로서 교직생애를 마감하더라도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제도와 풍토 조성이 선행돼야 한다.
이석한 khan@kft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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