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교육없는 학교가 전국에서 457개 지정되었다. 이들 학교는 향후 3년에 걸쳐 50%이상의 사교육비 경감을 이끌어내야 한다. 1년마다 평가를 통해 목표치를 달성하지 못할 경우, 사교육없는 학교 지정이 취소될 수 있다. 본격적으로 사교육없는 학교에 매달려야 한다. 그동안은 뜬구름 잡기식의 시범학교나 연구학교가 운영되기도 했었지만, 사교육없는 학교만은 그렇게 할 수 없는 것이다. 전문여론조사 기관에 의뢰하여 해당학교의 사교육비 절감 정도를 직접 조사한다는 것이 교과부의 방침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런데 교과부에서는 질높은 교육을 위해 수준별이동수업의 확대, 방과후학교의 확대운영, 야간 공부방(자율학습실)운영, 밤늦은 시간까지 방과후학교운영 등을 꾸준히 요구하고 있다. 방과후 학교만 하더라도 이미 학교에서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포화상태에 돌입하고 있다. 방과후 학교에 참여하는 학생들의 비율이 높을수록 사교육을 받는 학생들이 줄어든다는 지표로 활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일선학교 교사들은 매일같이 정규수업을 진행하고 야간에 방과후학교에 참여하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사교육을 줄인다는 취지는 이해가 가지만 교사들은 하루에 7-8시간의 수업을 감당해 내고 있는 것이다.
모든 학교에서 방과후 학교가 운영되다 보니, 강사구하는 것도 쉬운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교과부와 교육청에서는 학교에 보육기능까지 맡아줄 것을 주문하고 있다. 즉 늦은 시간까지 야간 공부방운영을 권장하면서 학생들을 학교에 붙잡아 두도록 하고 있는 것이다. 학원에 가는 것을 막을 수 있고, 학생들의 학력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계산에서이다. 그래도 중, 고등학교는 사정이 괜찮은 편이다. 초등학교의 경우는 어린 학생들을 야간까지 학교에서 지도하는 것이 쉬운 문제는 아닌듯 싶다. 귀가지도까지 해야 하지만, 학원처럼 차량을 운행하는 것도 아니고, 교사들의 절대수가 부족한 상황에서 학생 개개인을 귀가지도하는 것이 사실상 어렵기 때문이다.
이런 추세로 가다가는 각급학교마다 학원처럼 귀가 버스라도 운행해야 하는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학교에서 아이들을 맡아서 지도하는 것 자체가 잘못되었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무조건 잡아두라는 식의 발상에는 문제가 있는 것이다. 더구나 사교육을 줄이기 위해서 방과후학교를 정책적으로 추진하여 학교에서 감당해내기 어려운 부분이 있는데, 여기에 완벽한 보육기능까지 학교에서 맡아서 하라는 것은 일선학교에서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부분이 아닌가 싶다. 이웃의 일본만 하더라도 학생들을 저녁6시까지 돌보고 있다. 우리처럼 밤늦은 시간까지 학생들 돌보는 일을 주문하지 않고 있다. 또한 그들은 방과후 학교가 철저히 특기,적성분야로 한정되어 있다. 우리와는 여러가지로 다른 점들이 많다.
하라면 해야 하는 곳이 학교이지만 하나라도 제대로 한 다음에 추진하는 것이 어떨까 싶다. 보육기능을 요구하면서 장소문제는 언급이 없다. 학원처럼 쾌적한 분위기가 필요함에도 교실을 그대로 사용하라고 한다. 낮에 수업시간과 달리 야간의 공부방은 좀더 쾌적하고 공부할 분위기 조성이 필수적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일련의 문제는 제처두고 무조건 하라고 하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인가를 생각해 보게 한다.
지금의 현실에서 모든 것이 필요하지만 어느것 하나라도 제대로 실시하고 자리잡은 다음에 다른 것을 생각해 볼때라고 생각한다. 무조건 사업을 많이 벌인다고 좋은 것은 아니라고 본다. 방과후학교면 방과후학교, 수준별이동수업이면 수준별이동수업을 제대로 자리잡도록 한 다음에 보육기능등을 검토해 보는 것이 옳은 방향이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