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 묻는 것이 편할까요?

2009.07.28 09:46:00

부진학생 지도를 위해 지자체에서 지원받은 예산이 있습니까? 국회의원 ○○○의원의 요구자료, 7월 ○○일까지 꼭 보낼 것(기일엄수), 최근에 받았던 공문이다. 부직학생지도를 위한 예산을 각 지자체에서 지원받았는지의 여 부를 묻는 공문이다. 지자체에서 학교에 교부하는 예산지원은 각 지자체에 따라 다르다. 사정이 어떠냐에 따라서 지원액과 지원분야도 상당히 다르게 나타난다.

이들 예산지원이 있기에 학교도 예산운용이 수월하다. 물론 만족스러운 것은 아니지만, 꼭 필요한 곳에 요긴하게 쓰일 수 있도록 교부되고 있다. 문제는 이 예산들이 학교별로 다르다는 것이다. 학교사정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 잘못되었다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꼭 필요함에도 예산을 지원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더 급한 일이 무엇인지, 더 중요한 일이 무엇인지 따지다 보면 학교별로 예산의 차이가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

이 공문을 받고 지자체에서 부진학생지도에 쓰라고 예산지원을 해 준적이 있었나 싶었다. 역시나 그런 명목으로 예산을 주지도 받지도 않았다. 그런데 국회의원은 이것을 요구하고 있다. 어디에 활용하려고 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이것이 그렇게 중요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도리어 부진학생 지도를 위해 학교에서 어떻게 노력하고 있는지를 알아보는 편이 훨씬 더 수월하지 않았을까 싶다.

그런데 이 공문은 갈곳을 잘못 찾은 것 같다. 사실 학교에서는 예산지원이 되어도 미리 세워둔 계획에 따라 움직이게 되고, 미리 사용처를 정해서 내려오는 경우에도 다른 곳으로의 전용은 할 수 없다. 반드시 그 사업에만 사용해야 하는 것이다. 따라서 학교에서는 예산지출 때마다 정확히 어느 부분으로 지출되는지 헤아리기가 쉽지 않다. 결국 예산을 사용함에 있어, 세부적인 것을 모르는 경우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예산을 집행하는 부서에서 그 예산의 출처를 알 수 없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하다 하겠다.

따라서 학교에 이런 공문을 보내면 쉽게 해결하기 어렵다. 행정실에 문의하고, 해당과에도 문의를 해야 한다. 이런 여러가지 절차를 거친 다음에 확정지어 공문을 다시 보내기 때문이다. 차라리 학교에 예산관계를 묻기보다는 해당지자체에 묻는 편이 훨씬 더 빠르게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지자체에 공문을 보낸다면 각 학교별로 어떤 항목으로 예산지원을 했는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학교에 물어서 여러번의 절차를 거쳐야 하는 상황과는 많이 다를 것이다. 누구에게 묻는 것이 편할까. 당연히 학교보다는 지자체에 묻는 것이 서로를 위해서 좋다는 생각을 해본다.
이창희 서울상도중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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