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의 바탕 위에 恭과 愼과 勇과 直이 있어야

2009.08.11 10:07:00

논어 태백편에 이런 말이 나온다. “恭而無禮則勞(공이무례즉로)하고 愼而無禮則葸(신이무례즉사)하고 勇而無禮則亂(용이무례즉난)하고 直而無禮則絞(직이무례즉교)니라 ”라는 말이다. 이 말은 ‘공손하기만 하고 예절이 없으면 수고롭게 되고, 신중하기만 하고 예절이 없으면 두려워하게 되고, 용감하나 예절이 없으면 난폭하게 되고, 정직하기만 하고 예절이 없으면 박절하게 된다.’는 뜻이다.

공자께서 禮에 대한 말씀을 하신 것이다. 恭과 愼과 勇과 直이 꼭 필요한데 그것이 禮의 바탕 위에 이루어져야 함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아름다운 그림이 하얀 도화지 위에 그려져야 하듯이 恭과 愼과 勇과 直이 禮의 바탕 위에 이루어져야 함을 말씀하고 있는 것이다.

배우는 이들에게는 무엇보다 恭과 愼과 勇과 直이 있어야 한다. 이게 없으면 안 된다. 이게 우선이라고 볼 수 있다. 배우는 이들에게 恭이 없으면, 공손함이 없으면 안 된다. 공손함이 없으면 사람다운 사람이 될 수가 없다. 공손함이 꼭 필요하다. 공손함이 있되 예절이 바탕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공손하면서 예가 없으면 안 된다. 지나치게 공손함은 예가 아닌 것이다. 공손한 것은 좋은 것이고 반드시 가져야 하는 것인데 그것이 너무 지나치다 보면 남에게 아부하거나 비굴한 태도로 비쳐질 수가 있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지나친 공손이 오히려 헛수고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예를 갖추어 공손하게 하되 너무 지나치게 해서는 안 된다.

또 배우는 이들에게 愼이 없으면, 신중함이 없으면 안 된다. 신중함은 꼭 필요하다. 실수하지 않게 하기 위해 신중함이 필요하다. 공부할 때 중요한 것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도 신중함이 필요하다. 매사에 신중을 기하고 조심하는 것은 좋은 일이다. 그래야 사고를 줄일 수도 있고 실수를 막을 수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예에 벗어나 너무 지나치게 되면 소심한 사람으로 보일 수가 있는 것이다. 매사에 겁이 많은 사람으로 오해받을 수가 있는 것이다. 무엇이든 두려워하는(葸) 사람으로 비쳐질 것이다.

그리고 배우는 이들에게 勇이 없으면, 용감함이 없으면 안 된다. 용감함은 모든 사람들이 가져야 할 것 중의 하나이다. 사람이면 누구나 용감해야 한다. 누구나 씩씩하고 용맹스러운 태도를 가지기를 원한다. 그런데 예에 맞지 않아 지나치면 난폭한 사람으로 오해 받을 수가 있는 것이다. 장난이 심해 폭력을 자주 행사하는 사람으로 보일 수가 있는 것이다. 분별력이 없는 사람으로 비쳐질 수 있는 것이다. 무엇이든 거역하는 사람으로 오해 받을 수도 있는 것이다.

배우는 이들에게 直이 꼭 있어야 한다. 여기서 直이란 정직함을 말한다. 또 곧음을 말한다. 정직함과 곧음이 있어 불의와 타협하지 않는 것은 꼭 필요한 것이다. 하지만 태도가 너무 경직되어 예를 갖추지 않으면 융통성이 없는 사람, 인간미가 없는 사람으로 오해 받을 수가 있는 것이다.

곧고 정직(正直)하면서 불의(不義)와 타협하지 않는 것은 좋지만 태도를 부드럽게 하여 예를 갖추지 않으면 융통성이 없고 한 쪽으로 치우쳐 인간미를 상실한 각박한(絞,교) 사람으로 인식될 수 있는 것이다. 여유가 없는 사람이 비쳐질 수도 있는 것이다.

그래서 공자께서는 恭과 愼과 勇과 直한 사람이 되도록 강조하셨고 그것이 너무 지나쳐 예의에 벗어나서는 안 됨을 강조하신 것이다. 예에 벗어나는 것은 공손함이 비굴함으로, 신중함이 겁쟁이로, 용감함이 난폭한 이로, 곧고 정직한 사람이 각박한 이로 비쳐질 수가 있기에 지나치게 예에 벗어나는 태도를 취하지 말도록 하신 것이다.
문곤섭 전 울산외국어고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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