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딸, 서울대 경영학과 11학번

2010.01.18 21:05:00

'서울대학교 경영학과 11학번'

우리집 이야기다. 이제 고3 올라가는 우리 딸 방, 전기 스위치에 붙어 있는 쪽지다. 이 표시는 옷장 거울에도 붙어 있다. 부모가 붙인 것 아니다. 부모가 붙이라고 강요한 것도 아니다. 딸 스스로 진학 목표를 정하고 그 목표를 향해 매진하려고 붙인 것인가 보다.

필자는 딸 하나 아들 하나를 두었다. 이제 3월이면 모두 고3이 된다. 원래는 연년생으로 딸은 3월에 대학교 1학년이 되어야 정상이다. 그런데 미 국무성 국비유학으로 중학생활 1년을 미국 버지니아주에서 보냈다. 그래서 동생이랑 같은 학년이다.

2010년, 딸과 아들에게는 황금 같이 중요한 시기다. 이 시기를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인생이 달라질 수도 있는 것이다. 수원 인문계에 다니는 아들은 방학 기간 독서실에서 공부하고 있다. 공부할 시간이 모자란다며 쉬는 시간을 아껴가며 공부하고 있다.


모 외고에 다니는 딸, 공부에 지쳤는지 늦은 시각 집에 오면 인터넷, 텔레비전을 보기에 바쁘다. 부모 마음은 애가 타는데 그 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부모가 공부에 충고를 할라치면 먼저 공격해 들어온다. 아마도 신경이 날카로운가 보다.

아빠의 마음은 이렇다. 딸이 서울대 경영학과 11학번이 되면 얼마나 좋을까? 아니면 서울에 있는 명문대학에 들어가도 괜찮을 것이다. 그러나 아빠는 명문대학을 그리 선호하지 않는다. 대학 간판보다는 딸의 능력과 적성에 맞고 4년 후 취업이 잘 되는 학과를 선택하는 것이 실리적이라고 보는 것이다.

교직생활을 30년 이상 하다 보니 전국의 대학을 졸업하고 교단에 선 여러 선생님들을 보게 된다. 명문대학 나왔다고 그들이 교직생활을 잘 하고 학생들을 열심히 가르치는 것이 아니다. 대학과는 관계 없이 교직에 대한 사명감이나 교육에 임하는 기본 자세가 훌륭한 교사의 기준이 되고 있는 현실을 본다.

이런 경우도 보았다. 국내에서 알아주는 유명대학, 소위 말하는 SKY 출신인데 교직에 적응을 못해 중도에 사표를 내던지는 것을 여러 차례 보았다. 교직에서는 명문대 출신이라고 누가 알아주는 것 아니다. 학생들에게는 한 때 어깨에 힘을 줄 순 있어도 출신 학교가 좋다고 실력이 있다거나 승진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지방대학 출신자들이 교육애를 바치고 교직생활에 적응을 잘 함은 물론 승진관리도 잘하여 교감이나 교장의 승진길을 자연스럽게 가고 있는 것을 많이 보았다. 교직사회에서 승진은 남녀 차별, 출신교 차별 없이 규정에 의해 공정히 이루어지고 있는데 이의를 달 사람은 별로 없다.

부모가 선생님이면 자식도 부모를 따라 교직의 길을 갈만도 한데 우리집은 그게 아닌가 보다. 선생님이 되라고 강권할 수 없다. 부모가 교직의 좋은 면을 보여주지 못했나 하는 자성도 해 본다. 사도의 길, 정말 괜찮은 길인데. 지금은 그 길이 험난하지만 사람으로 태어나 한 번 걸어볼 만한 길인데.

사랑하는 딸아! 아빠 휴대폰에 저장된 네가 친구에게 보내는 문자를 보았다. "서울대 못 가면 우리 식구들 엄청 실망하겠지?' 아빠는 네가 명문대 진학 못 했다고 실망하지 않는다. 네가 한 평생 살아갈 직업을 생각하고...그 전에 너의 적성을 생각했으면 해. 네가 좋아하면서 즐기는 일을 직업으로 가지면 얼마나 좋을까? 해도해도 질리지 않는 일 말이야. 

목표를 좀 낮추어도 좋다. 목표를 정하고 그 목표에 도달하는 계획을 세우고...그것을 충실히 실천한다면 너는 원하는 대학, 원하는 과에 들어가리라고 본다. 지금 세상은 많이도 변했다. 간판이 밥 먹여 주는 세상이 아니다. 능력, 실력이 중요하게 평가 받는 시대다.
이영관 교육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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