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직원 환영회 문화 바꿨어요"

2010.03.11 08:55:00

3월은 각급 학교 새 학년 새 출발의 달이다. 선생님들도 새로 전입한 선생님들과 사귀기에 바쁘다. 부서별로 단합모임을 갖기도 한다. 그 계기의 하나가 환영회다.

우리 학교도 48명의 교원 중 기간제 교사를 포함, 17명의 선생님이 새로 부임했다. 무려 35%가 바뀐 셈이다. 친목회 주관으로 환영회를 준비해야 한다. 제일 중요한 것이 음식 메뉴다. 메뉴에 따라 음식점이 정해진다.

과거의 환영회를 보니 주로 돼지갈비, 삼겹살, 생선회 등이다. 지난번 송별회는 횟집에서 했는데 술값을 포함해 꽤 많은 돈이 나옸다. 석별의 정을 진하게 나누었다고나 할까? 이 비용 모두가 교직원 부담이다. '소경 제 닭 잡아먹기'다. 

시작부터 끝날 때까지 좋게 마무리를 지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경우도 있다. 비용도 비용이거니와 술이 이성을 잃게 하는 것이다.

필자가 근무하는 학교, 회식 문화를 바꾸기로 마음 먹었다. 공식적인 모임은 1차로 끝내고 술은 건배 제의용으로 끝내고. 2차는 가고 싶은 사람끼리만 가고. 어찌보면 재미 없는 직장이 될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2차, 3차로 이어지는 술문화는 개선되어야 한다. 여선생님이 무려 80%가 넘는 현실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환영회 장소로 정한 곳은 한정식집. 교직원 60명 정도가 들어가니 방이 꽉 찬다.



상위에 놓인 반찬의 가짓수를 세어본다. 무려 14가지다. 밥에 비벼 먹을 나물은 10가지다. 웰빙식으로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을 듯 싶다. 음식점 주인의 특별 서비스로 삼합(홍어회, 삶은 돼지고기, 김치 등)이 나오니 금상첨화다.

술꾼들에게는 적당하지 못한 식단일 것이다. 술안주로서 부실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불판에 고기 올려 놓고 잔을 돌려가면서 주거니 받거니 하는 비위생적인 술문화는 확실히 개선됐다. 기껏해야 건배사는 교장이 하는 정도니 술을 돌려가면서 여러 잔 먹을 기회가 없다. 식사 비용도 저렴하다.

학교의 최고 책임자인 교장이 술을 잘하지 못하고 여 선생님들 비중이 높고 회식 후 곧바로 자녀를 챙기고 가정으로 돌아가려는 여러 가지 사정을 고려하다 보니 이런 문화가 형성된 것이다. 술에 취해 흥청망청대는 유흥문화는 여기에 낄 수 없는 것이다.

술 한 두 잔으로 이상 끝이니 술로 인한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할 수가 없다. 지나친 음주를 하지 않으니 몸도 건강하게 유지할 수 있다. 일찍 귀가하니 자녀를 돌보고 가정의 행복을 꾀할 수도 있다. 일석삼조인 것이다. 다만 남성들끼리 어울리는 독특한 문화를 즐길 수 없다는 것이 아쉬움이다.

통계에 의하면 직장인들이 보통 한 번에 마시는 술의 양은 2병으로 건강 음주량인 소주 1~2잔에 비해 5배 이상 높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는데 필자가 근무하는 학교는 건강을 위주로 하는 환영회가 된 셈이다.

학교에서의 3월 한 달, 무척이나 바쁘다. 수업준비를 위한  교재연구, 학생 실태 파악, 환경 구성, 업무 처리 등 하루가 어떻게 지나가는 지 모를 정도다. 여기에 퇴근 후 이루어지는 지나친 음주는 다음 날 수업에도 영향을 미친다. 수업에 충실히 임할 수 없는 것이다.

교직원 환영회, 웰빙식으로 하고 술은 한 두 잔에 그치며 1차로 끝내는 것이 어떨는지. 술 많이 먹는다고 친해지는 것 아니다. 간혹 술 먹고 실수라도 있으면 그 사람과 더 멀어진다. 술좌석이라고 용서되는 사회가 아니다.
이영관 교육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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