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위적인 '경쟁'은 성과를 낼 수 없다

2010.04.19 07:55:00

동계올림픽 금메달 하면 떠오르는 종목이 있다. 올해에는 김연아라는 피겨스타와 스피드 스케이팅에서 금메달을 획득했지만 그래도 제일 먼저 떠오르는 종목은 당연히 쇼트트랙 경기다. 그동안 쇼트트랙은 한국의 메달밭이었다. 선수층이 다른 동계종목보다 두꺼운 편으로 선수들간의 선의의 경쟁이 이어지면서 오랫동안 정상을 지켜온 것이다. 선수들의 노력과 경쟁이 함께 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그런데 그 경쟁이 문제를 일으키고 말았다. 경쟁을 통해 경기력이 향상된 것만은 틀림 없는 사실이지만 그 경쟁으로 인해 서로 돌려먹기라는 생각지도 못한 일이 발생한 것이다. 무리한 경쟁유발로 인한 부작용이 나타난 것이다. 경쟁에서 이길 수 있었으나 사전에 짜고 하는 선발전 때문에 실력을 무시당했다는 선수들의 하소연이 예사로이 들리지 않는다. 한국 빙상계의 문제가 터져 나왔지만 앞으로 교육계에서도 비슷한 문제가 터져나올 수도 있다.

무리한 교장공모제 추진으로 교원들의 마음이 편치않다. 공모제를 확대추진하기 위해서는 그동안의 공모제에서 놀라운 성과를 거두었어야 한다. 그러나 시범운영을 통한 공모제는 득보다 실이 많았다. 누구나 다 아는 사실임에도 이를 묻어두고 확대추진하는 것이 과연 옳은 방향인가에 대한 강한 의구심이 생긴다. 시범운영을 통한 문제점이 왜 개선되지 않은 상태에서 확대되고 있는 것인가. 도대체 무슨 근거로 이렇게 해도 되는지 이해할 수 없다.

교원평가제 도입도 마찬가지다. 교사들을 경쟁시키면 교육의 질이 올라갈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모양인데, 중학교의 어느 교사는 "당장 2주 후에 지구별 공개수업을 해야 하는데, 아직 지도안 작성을 못했다. 학교에서는 정규수업에 방과후 수업, 업무처리 등으로 지도안을 작성할 엄두를 내지 못한다. 집에가서 좀 할려고 해도 일주일에 2~3회 실시되는 야간 방과후 학교로 퇴근시간이 10시 정도 되어야 한다. 집에 퇴근해서는 피곤을 이기지 못하고 그대로 곯아 떨어지기 일쑤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다른 교사들과 경쟁을 해야 할지 걱정이 앞선다"고 고충을 토로하고 있다.

교사들간의 경쟁보다 더 무서운 것은 자신과의 경쟁이다. 바쁜 나날을 보내면서도 교사는 철인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교원평가를 통해 경쟁력을 높인다는 이야기는 교사들에게는 심각한 이야기가 아니다. 이렇게 무리하게 학생지도하다가 갑작스럽게 무슨 일이나 당하지 않을까라는 걱정이 앞서는 것이다.

필자 역시 최근 들어서는 건강을 좀 챙겨야 겠다는 생각이 자꾸 든다. 학교에 가면 '1인 多역'을 해야 한다. 수업보다 힘든 것이 업무다. 여기에 방과후 수업은 심리적, 육체적 부담감을 가중시킨다. 억지로라도 수업을 해야 한다. 하루라도 몸이 아프면 안 된다. 당장 다음에 보강수업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방과후 수업은 맡은 사람이 책임을 져야 한다. 그래도 관리자들은 어쩔수 없지만 방과후 수업의 참여율을 끌어 올려야 한다고 계속해서 강조한다. 상급기관에서 그렇게 하라고 하기 때문일 것이다.

잘 모르는 일반인들은 방과후 수업을 하면 돈을 버는데 무슨 걱정이냐고 할 수 있다. 물론 돈은 번다. 그러나 방과후 수업으로 받는 강사료는 시간당 3만원 정도이다. 30시간을 강의하면 90만원이다. 이중에서 25%가 세금이다. 20만원이 넘는 세금을 내야 한다. 수업을 마친 후 야간에 이루어지지만 돈과 연계시킬 수 없다. 제발 돈과 연계시키지 말았으면 한다. 힘들고 지친 몸으로 수업을 하고 있다. 국가적인 시책이고, 시 교육청의 주력정책이기 때문이다. 차라리 교사들에게 100% 무료로 방과후 수업을 하라고 하는 것이 더 나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다. 자율권을 준다면 가능하다는 생각이다.

이제는 모든 것이 경쟁이다. 어쩔수 없지만 경쟁에서 밀리면 끝장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러나 그 경쟁이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생각하면 화가 난다. 인위적인 경쟁이기 때문이다. 무조건 하라는 식의 경쟁이 옳은 것인가 생각해 보고 또 생각해 본다. 자연적인 경쟁이 이루어져야 한다. 강요당하는 경쟁보다는 자연스런 경쟁이 필요한 시점이다. 경쟁이 필요한 것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교사는 물론 학생들에게 까지 인위적으로 경쟁을 강요하는 것은 옳은 방향이 아니다. 자연적인 경쟁을 유도하는 쪽으로 방향을 바꾸길 간절히 소망한다.
이창희 서울상도중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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