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과정 자율화, 우려가 현실로

2010.04.25 22:18:00

2009년에 발표된 학교자율화 방안에는 교육과정 자율화 방안이 포함되어 있다. 교과별 수업시수를 연간 20% 범위에서 증감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중학교의 경우 1122시간의 수업시간 중 20%를 증가 또는 감축할 수 있다. 증가는 자유지만 감축할 경우는 다른 교과의 시간을 증가시켜야 한다. 기준 시수 이상은 자유이고, 그 이하는 할 수 없도록 한 것이다. 기준 시수 이하로 줄이는 것은 현실성이 없기 때문에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기준 시수의 20%를 증가시키는 것은 학교의 자율로 결정할 수 있다. 순수하게 증가시킬 수도 있지만 수업시수가 늘어나서 학생들의 부담이 가중된다는 문제가 있다. 따라서 20%는 아니지만 일부 수업시수를 증가시킨 학교들도 있다. 가장 보편적인 것은 20%내에서 증가와 감축을 하는 방안이 일선 학교에서 실시할 수 있는 방안이다. 이럴 경우 특정교과는 수업시수를 증가시키고 역시 특정교과의 수업시수를 감축하게 된다.

학교자율화방안은 2009개정교육과정에 그대로 반영되어 있다. 현재의 과목별 수업시수를 그대로 해도 되지만 이 경우에는 교육청에서 불이익을 줄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에 일선학교에서 쉽게 결정하기 어렵다. 예전처럼 과목별 수업시수를 정해놓지 않고 학교에서 증 감을 자유롭게 하라는 것은 학교에 자율권을 준 것이다. 문제는 그대로 하면 안될 것이라는 정서이다. 불이익을 준다는 이야기가 들려오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순수하게 수업시수를 증가시키는 학교들도 나오고 있다. 이 경우에는 학생들의 수업시수가 증가하여 학습부담이 커지기 때문에 2009개정교육과정의 취지인 학습부담경감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그래도 그렇게 하는 학교들이 있다는 것이 현실이다. 20%내에서 증감시키는 학교는 상당히 많을 것으로 보인다. 2009개정교육과정이 시행되면 이에 대한 문제가 많을 것으로 보인다.

대부분의 학교들이 국·영·수 중심으로 증감편선을 할 것이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기초교과에 중점을 둘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에 특정교과의 시수를 늘리게 될 것이다. 감축되는 교과는 주당수업시수가 적거나 기초교과가 아닌 경우일 것이다. 체육, 음악, 미술 등이 해당될 수 있다. 특히 초등학교의 경우는 체육수업의 시수를 많이 감축했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체력을 길러야 하는 학생들에게 체육수업을 감축시키는 것이 옳은 방향인가 의구심이 생긴다.

많은 전문가들이 2009 개정교육과정에 대해 우려를 표명한 부분이 바로 이 부분이다. 국·영·수 중심으로 교육과정이 재편될 가능성이 높다. 중학교에서도 마찬가지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은 그 어느 때보다 높다. 교육과정을 개정할 당시에는 그럴 우려가 없도록 증감 모형을 몇가지 내놓았지만 결국은 다른 모형보다 국·영·수 중심으로 가고 있는 것이다. 물론 국·영·수를 많이 하는 것이 나쁘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다만 이런 형태로 간다면 나머지 과목들에서는 학습부족으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는 이야기이다.

교육과정 자율화의 우려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내년부터 2009개정교육과정이 시행되면 그동안 보이지 않았던 문제가 본격적으로 드러날 것이다. 이런 우려를 잠재우기 위한 방안이 필요하다. 학교장에게 교육과정 편성권을 주었다면 아무런 제약조건없이 지역사회와 학교구성원들이 요구하는 교육과정을 이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평가를 전면에 내세우면서 계속해서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결코 자율화가 아니다. 진정한 자율권을 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창희 서울상도중학교
ⓒ 한국교육신문 www.hangyo.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구독 문의 : 02) 570-5341~2 광고 문의: sigmund@tobeunicorn.kr ,TEL 042-824-9139, FAX : 042-824-9140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 등록번호 : 서울 아04243 | 등록일(발행일) : 2016. 11. 29 | 발행인 : 문태혁 | 편집인 : 문태혁 | 주소 : 서울 서초구 태봉로 114 | 창간일 : 1961년 5월 15일 | 전화번호 : 02-570-5500 | 사업자등록번호 : 229-82-00096 | 통신판매번호 : 2006-08876 한국교육신문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