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도 교원평가를 실시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처럼 철저히 중앙에서 통제하지는 않는다고 한다. 단위학교에서 책임지고 교사들의 질을 높이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고 한다. 그 중심에는 학교장이 있다. 학교장은 교사는 물론 교감도 평가한다. 교장이 전권을 쥐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단위학교에서 일어나는 모든 문제들은 교장이 해결할 수 있는 기본적인 시스템이 잘 갖추어져 있다는 것이다. 평가를 통해 교사들에게 연수를 부과하는 것도 교장의 몫이라고 한다.
교장이 제왕적 존재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물론 일본의 여러 학교를 가보진 않았지만 최소한 방문했던 학교들에서 공통적으로 들은 이야기다. 교원들의 신분을 위협하지는 않는다는 것이 그들의 공통된 이야기였다. 교장이 전권을 가지고 있기에 장·단점이 있긴 하지만 신분을 위협하는 수준이 아니기에 단위학교에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충분히 해결이 된다는 것이다. 교원들의 공감대 형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무조건적인 압박보다는 공감대 형성을 통한 다양한 방안을 마련한다고 한다.
우리도 교원평가제를 막 도입하였다. 그러나 교사들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 아니 불안하다기보다는 현실과 거리가 있는 평가방법이 문제다. 수업전문성을 향상시키기 위한 평가로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일단은 교사들에게 감당하기 어려운 다양한 방법들을 동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평가의 방법이 잘못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연 4회의 의무적 수업공개, 여기에 1주일에서 열흘 정도의 평가기간 등이 교사들의 수업활동에 적잖은 영향을 주고 있다.
업무 경감 없이 무리하게 도입되었기 때문이다. 성과상여금은 또 뭔가. 교원평가 잘 받는 교사가 성과상여금 잘 받는다는 보장이 없다. 수업의 전문성을 고도로 갖췄다는 수석교사가 최하등급을 받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현실이 무엇을 하든지 의욕을 떨어뜨리는 것이다. 매사에 가장 중요한 것은 의욕이다. 의욕이 없는데 억지로 계속하라는 것은 거의 고문에 가까운 것이다. 그래도 고통을 견뎌내기 위해서는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우리나라 교장들의 권한이 막강할까. 보는 관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학교의 사소한 일은 교장의 결재 없이 할 수 없다. 교장이 끝까지 고집을 부리거나 반대한다면 그 일을 하지 못한다. 그렇다고 교장의 권한이 막대하다고 볼 수 있을까. 교육청에서 교육장이 한마디 하면 교장의 태도는 어떤가. 그 이야기가 마음에 들거나 안들거나 무조건 따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당장에 불이익으로 돌아오는 것이다. 교장의 권한은 거의 없다는 생각이 든다. 교육청 눈치보고 교사들 동태 살피는 것이 현재의 교장 아닌가.
그러나 학교에서 사소한 잘못이라도 생기면 책임은 교장이 져야 한다. 아무리 사소한 문제라도 외부로 알려지면 교장은 곤경에 처하게 된다. 학교에서 제대로 교육하지 못해서 생긴 일로 몰아간다. 물론 그럴 수도 있다.
그러나 모든 책임을 학교에서 다 지기에는 우리나라 교육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권한없는 교장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아무리 찾아 보아도 많지 않다. 교사들과 오랫동안 머리를 맞대고 연구했어도 교육청등의 상급기관에서 '노'하면 할 수 없다. 책임만 지도록 하고 있는 구조가 문제인 것이다.
학교 간의 경쟁을 유도하기 위해 다양한 경책을 시키고 있다. 그러나 경쟁만 강요할 뿐 경쟁을 제대로 할 수 있는 여건조성은 되어있지 않다. 아무런 기반없이 무조건적인 경쟁만 강요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경쟁에 참여하려 해도 경쟁 여건이 되지 않았기에 경쟁력은 떨어지고 만다. 여건을 조성해주고 모든 것을 학교장과 단위학교 구성원들이 책임질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되어야 진정한 경쟁이 가능한 것이다. 권한은 없고 책임만 져야하는 현재의 구조에서는 그 어떤 경쟁으로도 교육을 정상화시키기 어려울 것이다.
올해 들어 학교는 경쟁을 더욱 더 강조하고 있다. 교원평가를 통한 경쟁도 그렇고, 학업성취도평가를 통한 경쟁, 학교간 경쟁 등 많은 경쟁이 기다리고 있다. 그렇다고 제대로 된 경쟁이 이루어지고 있지도 않다. 도리어 혼란만 가중되고 있을 뿐이다. 앞선 글에서 지적했듯이 두서없는 일들이 지속되고 있을 뿐이다. 교장은 교장대로 교사들은 교사들대로 지쳐가고 있을 뿐이다.
선의의 경쟁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무리한 경쟁은 선의의 경쟁을 막는다. 대한빙상연맹의 쇼트트랙 국가대표 선발에서의 잡음이 바로 무리한 경쟁에서 발생한 것이다. 애시당초 선의의 경쟁을 강조했다면 그런 일은 없었을 것이다. 교육도 마찬가지이다. 무리한 경쟁의 결과는 부작용으로 돌아올 수 있다. 인위적인 경쟁보다 자연적인 경쟁을 강조해야 하는 이유이다. 경쟁이 나쁜 것은 아니지만 효율적인 경쟁이 될 수 있도록 모든 역량을 모아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