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버이날 떠오른 단상

2010.05.09 20:23:00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어버이날만 같아라."

이렇게 말하면 어버이날 자식들로부터 융숭한 대접을 받은 사람으로 오해 받겠다. 그러나 실상은 그게 아니다. 어버이날, 고등학생인 자식으로부터 카네이션꽃은 커녕 고맙다는 말 한마디 못 들었다. 왜? 부모로서 자식교육을 제대로 못 시켰기 때문이다.

오후 삼호아트센터로 향한다. W.M.F와 함께하는 가정의 달 기념 오페라 모짜르트의 마술피리를 관람하기 위해서다. 우리 학교 학생을 비롯해 교직원, 학부모 등 150여명이 관람을 하는데 교장인 필자도 당연히 동참해야 한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가족 단위 관람객이 많다. 오늘은 부모의 손을 잡고 온 어린이와 함께 가슴에 카네이션꽃을 단 어르신도 많이 보인다.


보통사람들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오페라다. 노래의 가사가 자막으로 나오니 줄거리가 대강은 잡힌다. 밤의 여왕의 아리아, 파파게노와 파파게나의 이중창은 '아, 이게 바로 귀에 익은 그 노래구나!'를 알게 해 준다. 2007년부터 이런 고급 문화 예술을 전석초대로 수원시민에게 선사하여 주는 삼호아트센터에 감사를 드린다.

연출자가 중간에 나와 관람객이 오페라에 동참하도록 한다. '영광의 자라스트로 만세!'를 남녀로 나누어 부르게 지도한다. 마지막에는 출연진이 모두 나와 어머니 은혜를 합창하는 시간을 가졌다. 가사를 음미하며 부르니 부모님  생각에 목이 메인다.

저녁 시간엔 아파트 가까이에 있는 일월저수지를 두 바퀴 돌았다. 가족 단위 산책객이 많이 보인다. 이어 일월지구 음식점 골목을 돌아보니 주차장과 도로는 차량이 이중삼중으로 주차되어 있다. 횟집, 두부마을집, 닭갈비집, 낙지집, 굴밥집, 중화요리집, 삼겹살집, 갈비구이집, 영양돌솥밥집 등 모든 음식점이 손님들로 꽉 차 있다.

그 손님들을 자세히 보니 가족 단위다. 3대로 구성되어 있다. 참으로 보기 좋은 풍경이다. 교육적으로도 바람직한 일이다. 이 날 만큼은 자식 교육 제대로 시키고 어버이가 된 것이 뿌듯하지 않을까 싶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어버이날만 같아라." 바로 자식들이 존경스런 눈빛으로 부모를 대할 때 어버이가 갖는 마음이다. 이 날 손님이 밀려드는 음식점 주인도 덩달아 신 나 있다. 1년 365일이 어버이날만 같다면 얼마나 좋을까?

필자는 부모님이 모두 돌아가시어 지금 계시지 않다. 부모님이 안 계신 어버이날, 허전하고 쓸쓸하기만 하다. 효도를 하고 싶어도 효도를 할 대상이 없기 때문이다. '자욕양이친부대'(子欲養而親不待)라는 말이 있다. '자식은 봉양하고자 하나 부모님은 기다려주지 않는다'는 뜻이다.

부모님이 연로하시어 집안에서 역할이 별로 없으시거나 병환중이어 자식에게 걱정을 끼칠 수도 있겠으나 살아계시기만 해도 자식에게는 살아가는 힘이 되는 것이다. 그 분들에게 자식으로서 용돈을 드리는 것 자체가 행복인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사실은 부모님이 살아 계실 때는 잘 모른다. 자식들은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나서야 비로소 깨닫는 것이다.

뒤늦은 후회가 바로 이것이다. '어버이 살아 실 제 섬기기란 다 하여라'는 시조의 문장이 어버이날 가슴에 와 닿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영관 교육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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