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급학교에서는 중간고사를 마치고 학교행사를 실시할 즈음이다. 기말고사가 시작되기 전에 1학기에 예정된 행사들을 마무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교육활동이 바로 수련회와 수학여행이다. 2학기에 실시하는 학교들도 있지만 많은 학교들의 일정을 보면 1학기에 주로 이루어지고 있다. 이미 이들 활동을 마친 학교들도 있고 지금 실시하고 있는 학교들도 있다.
수련활동과 수학여행은 수익자 부담이 원칙이다. 따라서 많은 비용이 동반된다. 이미 알려진 것처럼 수학여행과 수련회에서 일부 교장들이 비리를 저질러서 징계를 받았거나 징계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일들은 대개는 초등학교에서 발생한 문제들인데, 왜 초등학교가 중, 고등학교에 비해 이런 비리들이 더 많이 발생하는지 정확한 원인은 알 수가 없다.
비리발생은 주로 학교장들을 중심으로 일어나고 있다. 일반교사들이 비리를 저질러서 문제를 일으킨 경우는 쉽게 접할 수 없다. 아무래도 교장들이 교사들보다는 직위 자체에서 오는 문제를 안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직권남용이라고 할 것까지는 없지만 교사들보다는 교장들이 비리에 더 취약한 것만은 틀림이 없어 보인다. 이런 비리도 전문직 비리와 맞물려서 교장공모제확대를 불러온 원인 중 하나이다.
이런 비리들이 상시 일어나는 일이 아니고, 매년 하는 수련회와 수학여행의 횟수에 비해서는 그 빈도가 높은 편은 아니라는 생각이다. 물론 적발되지 않은 비리가 있을 수 있지만 요즈음 시대에서 비리가 흔하게 발생하지 않는 것만은 사실인듯 싶다. 예전처럼 비리발생 빈도가 높다면 여러가지 문제를 일으킬 것이고, 이를 철저히 조사하여 뿌리뽑아야 하는 것도 교육당국의 의무일 것이다.
그런데 최근에 서울시내 학교들의 수련회와 수학여행에 교육청에서 감사반이 자주 현지에 내려오는 일들이 있다고 한다. 별도의 예산편성까지 해 놓고 장학사들을 중심으로 현지 감사를 벌이고 있는 것이다. 물론 비리를 뿌리뽑는다는 취지는 백번 공감을 한다. 그러나 올해초부터 터져나온 비리 문제가 학교의 수학여행이나 수련회에 시작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전국민들이 다 알고 있는데 이쪽 부분에만 비리감사를 강화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이미 다 알려진 것처럼 비리의 시발점은 전문직들이었다. 그들이 일선학교의 비리를 뿌리뽑기위해 나선 것인데, 그 중심에 수학여행과 수련회가 있다는 것을 이해하기 어렵다. 물론 수련회와 수학여행으로 인한 비리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교육전문직들의 인사비리에 비해서 특별히 더 많은 감사의 대상은 아니라고 본다. 수학여행이나 수련회에서 비리를 저지른 것은 교장들이 대부분이었지 교사들은 아니었고 더구나 수학여행이나 수련회의 현지에서 발생한 비리는 더욱 더 아니었다.
결과적으로 이렇게 비리의 본질이 다름에도 불구하고 업무처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장학사 등의 교육전문직들이 현지까지 방문하여 비리를 막겠다고 나서는 것이 정말로 필요하고 효율적이냐는 것은 좀 더 생각해 볼 문제가 아닌가 싶다. 더구나 그들이 현지를 방문하는 동안 필요한 예산도 적지않을 것이기에 극히 일부의 비리를 적발하기 위해 예산낭비를 하고 있다는 생각도 든다.
결국 비리를 뿌리 뽑기 위한 의지에는 공감을 하지만 이런 식으로 비리를 뿌리뽑는 것이 옳은가에 대해서는 공감하기 어렵다. 어느 한 쪽을 감사대상으로 정하고 접근하는 것은 옳지 않다. 교육청부터 자성하는 자세를 가져야 할 것이고, 비리의 시발을 자꾸 학교와 교사들로 몰아가는 듯한 인상으로 돌아오는 것은 쉽게 받아들이기 어렵다.
교육청에서 감사를 하는 것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 이면에는 교사들을 못믿고 있다는 것이 씁쓸하다. 비리를 뿌리 뽑기 위한 방안이 교사를 불신하는 데서 출발하면 곤란하다. 장학사 등 교육청의 직원들이 이런 일에 나서는 것은 행정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교사를 믿고 맡기는 분위기 조성이 필요하다. 서로의 불신은 결국에는 교육경쟁력 저하를 가져오게 되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들에게 돌아간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