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과정 편성이 하루아침에 가능한가

2010.05.22 16:13:00

2009 개정교육과정과 관련하여 체계적으로 연수를 받은 기억이 없다. 포괄적으로 개정된 교육과정에 대한 연수는 받은 적은 있다. 2007 개정교육과정에 대한 연수를 받은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상태에서 2009 개정교육과정에 대한 연수를 받다보니 헷갈리는 부분도 있었다. 비교적 체계적으로 연수를 받은 것은 지난 5월 초였다. 그것도 아주 자세한 것은 아니었고 편성하는 방향과 방법에 대한 내용으로 구체적인 예시와 여러가지 상황별 예시는 접하지 못했다.

그런데 그 연수를 받고 2주 정도 지난 후에 내년도 교육과정을 편성해서 제출하라는 공문을 받았다. 공문에서 제시한 날짜가 5월 20일 이었다. 공문은 그보다 4일전 오후에 받은 것으로 기억된다. 4일만에 교육과정을 편성해야 하는 것이다. 아직까지 제출하지 못했다. 교육과정을 편성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물론 공문에는 1차라는 단서가 붙어 있지만 자칫하면 1차가 그대로 굳어질 수도 있기에 여러가지로 걱정이 되어 아직 편성도 못했고 제출도 못했다. 아마도 월요일 쯤에는 왜 아직까지 제출하지 않느냐고 전화가 올 것이다.

이번 연휴동안 교육과정을 편성할 생각도 했었다. 그러나 그것이 쉽게 될 리 없다. 아니 기술적으로 편성하는 것은 가능하다. 문제는 그 교육과정을 마음대로 편성해도 되느냐는 것이다. 그렇게 할 수 없다는 것이 현실적인 이야기다. 지난 5월초에 교육청연수를 다녀와서 교사, 학생, 학부모 의견을 묻기위해 설문지를 만드는 과정에서 교육과정을 편성해서 제출하라는 공문을 받은 것이다. 연수를 받을 때 교육청 담당자로부터 설문조사를 미리 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 이야기를 듣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당연히 설문조사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설문지를 다 만들기도 전에 교육과정을 편성하여 제출하라는 공문을 받은 것이다. 이대로는 도저히 제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어느 누구의 의견도 듣지 않았을 뿐 아니라, 결정된 것이 없기 때문이다. 2009 개정교육과정을 조금이라도 이해하고 있다면 이번 교육과정의 최대 이슈는 집중이수제와 20% 증감문제라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여기에 선택과목으로 어떤 과목을 선택할 것인지도 중요한 문제이다.

그렇다면 일단 집중이수를 해야 하는 과목을 결정해야 하고 증감되는 과목이 정해져야 교육과정을 편성할 수 있게 된다. 그것이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일방적으로 교육과정을 편성한다면 향후에 발생되는 문제는 모두 교육과정을 편성한 담당자나 담당부서에서 책임을 져야 한다. 책임을 져야 하는 문제도 있지만 교원수급과 관련된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한일도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최소한 1개월 정도의 시간이 필요한 상황이다. 어떻게 개정된 교육과정을 하루아침에 편성하도록 하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 학교의 상황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교육청에서 이렇게 무리한 요구를 해도 되는지 도저히 납득이 되지 않는다. 나름대로 준비를 해왔음에도 이런 문제에 봉착하고 있는데 전혀 준비가 안 된 학교에서는 더욱 더 답답함을 토로할 것이다.

물론 교육청의 입장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다. 교원 수급문제가 당장에 걸려있기에 사전조사를 하기 위함일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교육청의 입장이지 학교에서는 간단히 해결할 문제가 아니다. 더구나 내년도 학생배정도 되지 않은 상황에서 교육과정을 먼저 편성하여 교원수급까지 생각한다는 것은 애시당초 출발이 잘못된 것이다. 열심히 의견조사하여 편성된 교육과정이 학생배정으로 한순간에 바뀔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일선 학교에서는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는 것이다. 그동안 편성한 교육과정을 전면 다시 편성해야 하기 때문이다.

1차로 편성결과를 보고하지 않겠다는 것이 아니다. 좀더 시간이 필요하다. 우리 학교의 경우는 이번 주에 수련회를 다녀왔다. 그리고 그 다음 날이 재량휴업일이었고, 21일은 석가탄신일로 학교가 쉬었다. 내일은 토요휴업일이니 이번 주는 학교에 나가지 않는다. 그럼에도 20일에 교장, 교감선생님과 함께 학교에 출근해서 교육과정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나름대로 대책을 세우기 위함이었다. 결론은 대책이 없다는 것이었다. 어떻게든 교육과정을 편성해야 한다는 데에는 공감을 했다.

교육과정편성은 한 번 해 놓으면 3년간 이어져야 한다. 그것을 하루 아침에 편성하여 제출하라는 것은 너무나 쉽게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본다. 물론 지역교육청에서는 본청에서 공문을 내려보냈기에 어쩔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시간이 너무 촉박하다. 최소한 2주 전에는 공문을 보냈어야 옳다고 생각한다. 다른 것은 억지로 하라고 해도 하겠지만 이번의 교육과정편성은 따르기 어렵다. 좀 더 시간적인 여유를 가질 수 있도록 제출기한을 연기해 주어야 한다.
이창희 서울상도중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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