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어버이, 저절로 되는 것은 아니다

2015.05.11 09:15:00

“여보, 어버이 날 카네이션꽃을 받고 싶은 사람들이 0명으로 나왔다고 하네.”

“정말 그럴까? 아무리 세상이 물질만능 시대라지만 자식들의 정성이 더 중요한 것이 아닐까? 돈을 벌지 못하는 자식 입장에서는 카네이션꽃도 큰 맘 먹고 한 것인데, 부모가 자식의 기특한 마음을 기쁘게 받아 주어야 하지 않을까?”

부부교원인 우리 부부가 어버이 날 출근을 앞두고 거실에서 주고받은 대화다. 우리 부부는 자식이 두 명인데 대학생 딸과 아들이다. 딸은 서울에서 자취생활을 하고 있고 아들은 수원에서 함께 생활하고 있다. 아들은 어제 부모에게 줄 카네이션꽃 송이를 준비해 싱싱함을 유지하라고 컵에다 꽂아 놓았다.


지난 어버이 날을 앞두고 부모님이 원하는 선물 순위가 나왔다. 50세 이상 부모가 어버이날 가장 받고 싶은 선물 1위가 공개된 것이다. 50세 이상을 위한 라이프케어 멤버십 브랜드인 '전성기'가 50세 이상 성인 5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자식으로부터 가장 받고 싶은 어버이날 선물 1위는 현금(56%)이 차지했다고 발표했다.

2위는 마음을 담은 편지나 카드(18%), 3위는 효도 관광(14%), 4위는 가전제품(8%), 5위는 공연이나 영화 티켓(4%) 순이었다. 카네이션을 선택한 사람은 한 명도 없어 눈길을 끌었다는 소식이다. 또 어버이 날을 가족들과 함께 보낼 수 있다면 부모들은 가족여행을 가장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족과 함께 하는 여행이 48%로 1위에 올랐고, 가족과의 식사도 34%를 차지했다고 한다.

우리 부부의 영원한 숙제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은 부모인지 모른다는 것. 자식은 낳아 부모가 되었으나 부모가 될 준비는 하지 못했다. 준비 없이 덜컥 부모가 된 것. 부모 교육을 사전에 받아야 하는데 제대로 된 부모교육을 받지 못 하였다. 받은 것이 있다면 결혼 전 부모로부터 생활하면서 보고 배운 것이 전부다.


교사가 되기 위해 대학에서 교육학을 배우기는 하였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학생교육을 위한 것이지 자신이 부모 되기 위해 배운 것은 아니다. 남의 자식을 위한 교육은 배웠지만 진정코 내 자식을 위한 교육에는 관심이 많지 않았다. 그래서 결혼 경력이 25년이 넘지만 언제나 초보 부모인 것이다.

출근하기 전 아내가 한 마디 던진다. “당신, 저 카네이션 학교 꼭 가지고 가야 돼! 그냥 집에다 놓고 가면 아들이 실망하여 내년엔 카네이션 없을 것 같아. 그리고 쓸데 없이 돈 들어간다고 카네이션 사 오지 말라는 말도 하지 말아! 그러면 자식들이 정말 카네이션 달아 주지 않을 거야!”

나이 먹어서 아내 말을 들어야 노후가 편하다고 하던가? 교직원들 과일 간식과 함께 카네이션을 갖고 출근했다. 오늘 하루 책상 위에 카네이션을 꽂아 놓고 자식의 효성스런 마음을 생각하기로 했다. 물론 아내도 카네이션을 갖고 출근을 했다. 직장에서 카네이션을 달고 있는 사람들은 발견하지 못했다. 아마도 받기 하였으나 필자처럼 달지 않고 그냥 간직하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문득 1980년대 후반 교사 시절, 스승의 날 모습이 떠오른다. 운동장 조회 때 학교장 훈화가 있다. 선생님께 꽃 달아드리기 순서에는 학급 반장들이 나와 카네이션을 달아 드린다. ‘스승의 은혜’ 노래를 제창한다. 교과 시간 교실에 들어가면 ‘스승의 은혜’ 노래가 울려 퍼진다. 이럴 때는 마치 쥐구멍이라도 있으면 들어가고 싶다. 부끄러운 교사이기 때문이다.

이제 어버이 날이 지나고 스승의 날이 다가온다. 선생님들 스승의 날에 학생들로부터 카네이션꽃 받기를 꺼려한다. 자발적으로 우러나서 해야 하는데 마지 못해 억지로 하는 것이 역겹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아니 교사 스스로 꽃을 받을 자격이 없다고 생각하고 있다. 요즘엔 학생들은 ‘스승의 은혜’ 노래 제창도 하지 않는다. 그 노래는 제대로 배우지도 않아 부를 줄도 모른다.

어버이나 스승이나 저절로 되는 것은 아니다. 좋은 어버이, 훌륭한 스승이 될 수 있도록 스스로 노력해야 한다. 인격 수양, 마음 수련을 해야 하고 연수, 연찬을 통해 여러 가지 경우에 따른 실습도 해서 생활화되어야 한다. 마음을 올바르게 먹고 그에 따른 바른 행동이 표출되어야 한다. 절제된 언어와 행동이 필요하다. 자식에게나 제자에게나 표상이 되어야 한다. 그것이 그렇게 마음먹은 대로 되는 것은 아니다. 좋은 어버이 되기만큼이나 훌륭한 스승되기는 더 어렵다.
이영관 교육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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