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짜'에 얽힌 몇 가지 이야기

2015.12.28 15:33:00

우리나라 사람처럼 공짜 좋아하는 사람 있을까? 그래서 이런 말도 생겼다. ‘공짜라면 양잿물도 마신다’ 사람이 양잿물 마시면 어떻게 될까? 양잿물이 신체에 닿는 순간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한다. 장기가 녹아내리는 것이다. 한 마디로 죽는 것이다. 그런 줄도 모르고 공짜라면 거기에 푹 빠져 헤어날 줄 모르는 게 우리네 심사다.

지금은 이 세상에 안 계신 우리 어머니 이야기다. 동네 공터에 약장수가 왔는데 세상 물정에 어두운 노인네들을 끌어 들인다. 공연을 하는데 노래도 하고 재미있는 만담도 하고 참석한 사람에겐 선물도 나누워 준다. 어머니가 가져온 선물을 보니 플라스틱 바가지, 그릇 등 생활용품이 대부분이다. 가격으로 따지면 개당 몇 천원이다.

이들이 동네 노인들에게 왜 공짜로 베풀까? 다 꿍꿍이 속셈이 있어서다. 며칠 간 약장수 구경하던 어머니, 어느 날 몇 십만 원 짜리 가짜 ‘달팽이 액기스’를 덜컥 사고 말았다. 공짜 물건을 계속 받으니 미안하기도 하고 그들이 귀에 못이 박히도록 한 엉터리 선전이 먹혀들어 간 것이다. 그들은 매일 몇 천 원짜리 공짜 나누어 주다가 몇 십만 원 횡재한 것이다. 한마디로 물품 사기다.


교사 시절, 서점에서 교과 참고서를 공짜로 준다. 자기네 서점에서 취급하는 참고서를 많이 팔아 달라는 뜻이다. 그러면서 잡지나 교양서적을 무료로 끼워준다. 경험해 본 교사는 다 안다. 그들이 끼워준 바로 그 책, 펴 보지도 않고 책꽂이만 차지하다가 어느 날 폐휴지 창고로 향한다. 내가 필요로 해서 선택하고 정당한 댓가를 지불한 책이라면 함부로 버리지 않는다.

우리 집에 석간신문 하나가 온다. 이 신문 구독료 내가 낸 적이 없다. 나에겐 공짜다 왜? e리포터 활동을 하고 있는 댓가로 모 단체에서 이 신문 구독료를 납부하고 있는 것이다. 이 석간신문 배달이 늦어도 그만, 배달 사고가 나도 그만이다. 신문을 보는데 기사 큰 제목만 읽고 나면 그만이다. 신문 기사 읽기에 채 10분이 걸리지 않는다.

유료로 조간신문을 구독할 때와는 사뭇 다르다. 그 때는 기상과 동시에 신문 배달을 기다렸다. 배달이 늦으면 보급소에 전화를 해 빨리 가져달라고 하고 배달이 안 되면 직장으로 가져다 달라고 부탁하였다. 신문 기사 읽는 데도 많은 아침 시간이 소요되었다. 특히 사설은 필독이었다. 왜 이런 차이가 났을까? 공짜와 유료의 차이 때문이다.

얼마 전, 우리집에 방송국에서 보낸 식품 건조기가 배달되었다. 클래식 방송 퀴즈 정답을 문자 메시지로 보냈는데 운 좋게 당첨된 것이다. 물품 송부처를 더 정확히 말하면 방송국에 물품을 찬조한 회사에서 보낸 것이다. 그 회사는 그 댓가로 방송광고를 얻었을 것이다. 필자는 작은 노력의 댓가지만 공짜로 그 물건을 받은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 물건 지금 우리집 거실에 포장을 뜯지도 않은 채 한 달 이상 그대로 놓여 있다. 아내와 자식들이 물건이 궁금하여 개봉할 만도 한데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그 원인을 분석해 본다. 첫째가 공짜여서, 둘째는 당장 물건을 쓸 필요성이 없어서, 셋째는 댓가없이 생기는 것에 대한 거부감 때문에, 넷째는 정치권의 무상복지 시리즈에 무감각증 때문이라고 보았다.

이제 우리 국민들 현명해지고 있다. 정치인들이 펼치는 '무상복지 시리즈'는 '나랏돈은 눈먼 돈'이라는 의식에서 나온 것임을 꿰뚫고 있다. ‘공짜 점심은 없다’는 말도 실감하고 있다. 우리의 학교 무상급식은 세금급식이라는 것도 알고 있다. 선진 국민이 되려면 공짜를 거부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무조건 공짜 좋아하다가는 나라가 거덜난다는 사실도 명심했으면 좋겠다.
이영관 교육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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