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봄이 되면 야생화 찾아 떠나기

2016.03.21 10:00:00

안산 수암봉 야생화 찾아가다

우리 부부의 무언의 약속 하나. 해마다 봄이 되면 야생화를 찾아 떠나는 것이다. 본격적인 여행은 아니고 1일 코스로 인근에 있는 산을 찾는 것. 올해도 어김없이 그 약속을 실천했다. 나의 기록을 살펴보니 이 실천은 2013년부터 본격적으로 지켜졌다.

“여보, 봄맞이하러 밖으로 나가야지? 지금쯤 야생화가 피었을 텐데….” 아내가 아침에 기상하자마자 나에게 묻는다. “그럼, 광교산(수원), 수리산(안양), 수암봉(안산) 중에서 어디로 갈까?” 수원 인근에 있는 산 중에서 야생화를 관찰할 수 있는 곳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각 지역마다 피어나는 야생화의 종류가 다르고 개화 시기도 다르다.

기상예보를 들으니 낮 기온이 18°C다. 이번에 우리가 향한 곳은 안산시에 위치한 수암봉. 우리 부부가 언제부터 야생화에 대한 이런 애정을 갖게 되었는지 아침도 거른 상태로 출발이다. 사실 매니아 정도는 아니고 작년에 보았던 그 야생화가 지금도 그 곳에서 잘 피어나고 있는지 궁금하기 때문에 안부를 전하러 가는 것이다.




주말에 산을 찾는 사람들이 해마다 늘어난다. 수암봉도 예외는 아니다. 단체 산행객들은 복장도 화려하고 줄지어 넓은 등산로를 따라 산을 오른다. 걸음걸이도 빠르다. 마치 누가 먼저 정상에 도달하느냐를 놓고 내기를 하는 것 같다. 그러나 야생화를 찾는 사람들은 걷는 길이 계곡 쪽이다. 걸음 속도가 느리다. 천천히 바닥을 보면서 야생화를 찾아야하기 때문이다.

제일 먼저 발견한 것은 보라색의 제비꽃. 작년에도 길 가장자리에 돌틈 사이에 다소곳이 피어있더니 올해도 변함이 없다. 그 다음 발견된 것은 노오란 민들레꽃. 정말 부지런도 하다. 벌써 만개를 해서 씨앗을 퍼뜨릴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이다. 세 번째로 반겨 준 것은 현호색이다. 참나무 낙엽 사이로 현호색이 지천으로 깔려 있다. 현호색이라고 다 같은 종류는 아니다. 꽃 색깔도 다르고 잎 모양도 차이가 난다.

계곡을 따라 오르면서 촬영을 하다 보니 괭이눈 개체수가 많이 줄어들었다는 것을 느꼈다. 시기가 빨라서 그런지 노란 색깔이 완연히 드러나야 하는데 아직 선명하지 못하다. 흰색의 바람꽃은 두 곳에서 봉오리만 맺혀 있다. 부부 산행의 좋은 점은 관찰할 수 있는 눈이 두 배라는 것이다. 먼저 발견한 사람이 가르쳐 주는 것이다.




수암봉 약수터를 지나 나무 데크 계단이다. 여기를 지나면 오른쪽 능성이에 노루귀가 우리를 맞는다. 올해도 변함없이 그 자태를 뽐내고 있을까? 과연 그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카메라를 든 야생화 매니아를 발견했다. 그렇다면 오늘도 작품 하나를 건질 수 있는 것이다. 나에게 노루귀 촬영의 핵심은 만개한 꽃이 아니다. 줄기에 가느다란 털을 잡아내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보다 앞선 매니아는 노루귀를 촬영하고 다시 낙엽으로 덮어준다. 낮은 온도에 대비하여 이불을 덮어주는 것이다. 그가 나에게 한 마디 건넨다. “아마 한 시간 정도 지나면 꽃이 활짝 필 거예요.” 그렇다면 이 분은 최상의 작품을 위해 한 시간 정도 여기에 머문다는 이야기다. 야생화를 촬영하려면 애정도 있고 인내심도 있어야 한다.

이제 어느 정도 촬영을 했느니 하산이다. 수암봉 정상 정복이 목표가 아니고 노루귀 등 야생화 촬영이 목표이기 때문이다. 점심도 먹고 수원에서의 모임 약속을 지키려면 시간에 맞추어 하산해야 한다. 하산 도중 시산제 준비모습을 보았다. 방송통신대학교 안산․시흥 총동문회 주관인데 돼지머리가 커다란 플라스틱 돼지 저금통이다. “그래 해마다 시산제 때 쓰려면 저것도 한 방법이지.” 혼자서 중얼거려본다.

점심은 잔치국수로 대신했다. 반찬으로 나온 파김치가 국수 맛을 더 돋우어 준다. 식당 주인은 밥공기 하나를 서비스로 제공한다. 산을 찾는 사람에 대한 작은 배려라고 보았다. 오늘 수암봉에서 들은 새소리, 계곡물소리, 낙엽 밟는 소리와 야생화의 우아한 모습은 도심 일상에 지친 우리부부에게 새로운 활력소가 되었다. 숲이 있기에, 그 속에서 피어나는 작은 야생화가 우리를 행복하게 한다.
이영관 교육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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