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실습 남자 수강생, 첫 요리는?

2016.03.22 10:54:00

‘고명’의 의미도 배우고…

요리실습은 어떻게 이루어질까? 수강신청 등록을 하고 안내 받은 사항은 앞치마와 만든 음식 담아갈 통을 준비해서 오라는 것이었다. 월요일, 저녁 7시 수원시근로자종합복지관 4층 요리교실에 들어서니 강사 한 분이 맞이해 주신다. 오늘이 첫날인데 첫 요리실습에서 무엇을 배우지? 또 강습 두 시간이 어떻게 진행될까?

조리대는 모두 여섯 개다. 조리대 하나에 3명이 배정되니 모두 15명이다. 조리대 위에는 오늘 조리에 사용할 재료가 놓여져 있다. 재료나 보아서는 무엇을 만드는 것인지 도무지 알 수 없다. 요긴 모인 남자들이 모두 요리 초보이기에 더욱 그렇다. 어떻게 알고 모였는지 지인들끼리 인사하는 사람도 있다.

강의 계획서와 오늘의 요리를 보니 답이 나온다. 오늘부터 5월 9일가지 매주 월요일 여덟 차례에 걸쳐 배우는데 모두 16가지 음식을 만든다. 이 가운데 내가 직접 만들어 본 것은 하나도 없다. 모두 새로운 것이다. 먹어만 보았지 만들어 보진 않았다. 이것만 만들 줄만 알아도 아내에게 의지할 필요가 없겠다.


목록을 살펴본다. 나물 영양솥밥, 무생채, 닭매운 감자탕. 매콤 두부조림, 제육볶음, 배추속대국, 골뱅이무침과 소면, 연두부 계란파국, 파인애플 볶음밥, 양파짜사이무침, 쭈삼 불고기, 포차 계란말이, 생선매운탕, 소세지 야채볶음, 얼큰 낚지죽, 쌈채 샐러드. 처음 보는 음식 명칭도 보인다. 이것을 배우고 내가 직접 만드는 것이다.

그러니까 오늘은 조리대 위에 놓인 재료를 가지고 취나물밥과 무생채를 만드는 것이다. 조리에 초보인 남자들이 과연 만들 수 있을까? 강사 테이블 앞에 나가서 강사의 조리 시범을 보면서 설명을 듣는다. 새로운 사실도 여러 가지 알았다. 요리 순서대로 배우는데 ‘이것 장난이 아니다’. 고도의 기술과 전문성이 필요한 것이다. 초보들은 흉내내기도 어렵다. 아내가 위대하게 보이는 순간이다.

다음은 새롭게 배운 내용이다. 냄비에 밥 지을 때 쌀은 30분 전에 씻어 놓고 들어가는 물의 양은 5:5, 밥에 넣을 취나물은 국간장과 들기름에 무치고. 비빔양념장 재료는 양패, 팽이버섯, 간장, 홍고추, 설탕, 참기름, 깨소금이라는 사실. 야생 취나물 70가지 중 우리가 먹을 수 있는 것은 23종이라는 것.


강사는 시범을 보이면서 계량컵, 계량스푼을 사용하는데 요리는 대강하는 것이 아니라 경험에서 우러나온 과학이라는 사실도 알았다. 간장에는 국간장, 양조간장, 진간장이 있는데 사용용도가 다르다는 것. 요리하다가 생강의 양을 모르면 마늘의 1/2이라는 것. 마늘 다지기와 양파 자르는 법도 시범을 보이는데 처음 보는 것이다.

소량의 마늘 다지기의 경우, 우리 어머니는 칼손잡이 뒷면을 이용하여 다졌다. 아내는 작은 절구에 찧는다. 강사는 마늘을 칼로 썰어 잘게 다지는데 칼질의 세밀함이 보인다. 초보에게 있어 칼질은 위험한데 손톱이 칼쪽으로 내보이면 안 된다고 강조한다. 손톱을 감추라는 것이다.

맨 마지막 무생채를 접시에 담는 방법도 알려준다. 손으로 세 번에 옮겨 담는데 바로 앞의 분량의 1/2을 집어 올려 놓아야 한다. 그래야 보기에 먹음직스럽다고 한다. 맨 위에는 통깨를 손바닥에 올려 놓고 손가락으로 으깨어 올려놓는다. 이것을 한식에서는 고명이라고 하는데 고명의 의미를 알려 준다.

고명의 의미는 무엇일까? 고명은 음식의 빛깔과 모양을 돋보이게 하는 것인데 맨 위에 올려놓는 것을 말한다. 고명의 의미를 이제야 처음 알았다. “이 음식을 정성껏 만들어 당신에게 처음으로 올리는 것입니다.” 즉. 이 음식은 다른 사람이 손대지 않았다는 뜻이다. 아무도 손 대지 않은 이 음식을 당신께 처음으로 바친다는 뜻이니 고명이 올려진 음식을 받는 상대방은 감동을 하게 된다.

강사의 전언에 의하면 남자 요리교실이 처음엔 출석률이 좋다가 출석인원이 줄어들어 1/2로 맨 마중엔 1/3만 남는다고 한다. 여기 모인 남자 초보 요리사들, 초심 잃지 말고 끝가지 정진했으면 한다. 나는 아내와 가족을 위해 요리를 배우는 것이 아니다. 이게 생존전략이기 때문이다. 우리 남자들이여, 살아남아야 한다.
이영관 교육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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