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에 아름다운 것들이 많다. 꽃이 아름답다지만 곧 지고 만다. 백년대계인 사람을 키우는 교육, 이 세상을 더 좋은 세상으로 만들기 위한 장학 사업이야말로 꽃보다 아름다운 일이다. 이종환관정장학재단 명예이사장은 지난 7일 "2015년까지 재단 기금을 1조원으로 확충하기로 하고, 구체적으로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이로써 3년 안에 우리나라에 처음으로 '1조원 장학재단'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이종환 선생은 사재 3000억원으로 2002년 자신의 아호를 딴 '관정이종환장학재단'을 만들고 10년간 총 8000억원을 쏟아부었다. 개인이 세운 장학재단으로선 아시아 최대 규모다.
재단은 이와 함께 ①자연과학 ②공학 ③인문사회과학 등 3개 분야에서 빼어난 업적을 이룬 학자에게 각각 10억원 정도의 상금을 주는 '관정 아시아 과학상'(가칭)을 만들고, 재단 기금이 1조원이 되는 시점부터 아시아 지역 학자들을 대상으로 수상자를 내기로 했다. 하지만 1조 장학재단'을 발표한 구순 회장님의 생활은 단순하다. '저녁 반찬'은 두부된장국에 삶은 돼지고기였으며, 중국 출장을 다녀오는 길에 짐 드는 직원도 없이 혼자서 이코노미석을 타고 다녀올 정도로 검소한 생활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명예이사장은 경남 의령군에서 태어나 삼영화학그룹을 일으켰다. 부자가 된 뒤에도 '점심은 짜장면, 특식은 삼계탕, 해외 출장은 이코노미석'을 고집했다. 재단 관계자들은 "식당에 가면 이사장님이 '맛있는 거 맘껏 시켜라. 나는 짜장면!' 하시기 때문에 직원들은 감히 짜장면 이상은 못 시킨다"고 했다. 그러나 장학금은 통 크게 지급한다. 관정재단은 우수한 이공계 학생들을 선발해 국내 대학은 연 1000만원, 해외 대학원 석·박사 과정은 연간 3만~5만5000달러씩 최고 10년간 지급한다. 지금까지 4640여명이 이같은 혜택을 받았다고 한다.
하지만 돈의 가치를 잘 모르는 사람도 많다. "코 묻은 돈 모아서 어렵게 만든 돈으로 장학금 주는데, 개중엔 하늘에서 뚝 떨어진 돈으로 아는 학생도 물론 있지요. 하지만 그런 일로 한 번도 배신감 느낀 적 없어요. 이제까지 10년 동안 베풀었고, 앞으로 더 베풀 겁니다." 이 명예이사장은 "일본은 노벨상 탄 사람이 10여명인데 우리는 아직 한 명도 없다"면서, "다른 사람들은 장학금 줄 때 '돌아와서 우리 회사에 근무하라'는 식으로 이런저런 조건을 붙이던데 나는 '언젠가 베풀 수 있는 처지가 되면 너도 꼭 베풀어라' '노벨상 타라' 두 가지만 얘기한다"고 했다.
한마디로 이분의 삶은 아끼고 아낀 삶의 연속이었다. "쑥스러운 얘기지만 나는 평생 한 번도 식당에서 메뉴판 왼쪽(음식이 적힌 쪽)을 보고 시켜보지 못했어요. 주머니에 돈이 있어도, 가격이 적힌 오른쪽에 먼저 눈이 가더라고…. 어려운 나라에 태어난 업보요. 내가 장학금 주는 것도 결국 부국강병 하자는 일이오. 장학생 중에서 노벨상 수상자 나오면 좋고, 노벨상 아니라도 빌 게이츠나 워런 버핏 하나만 나오면 내 돈 수천억 하나도 아깝지 않아요. 후손 보고 하는 일이오."라며 장학사업에 미래를 걸고 있다. 어떤 장관은 1년에 자신의 권력을 위하여 생활비로 수억을 쓰는 현실이지만 이같은 분들이 우리 나라에 있다는 사실이 정말 자랑스럽기 그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