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추모종 사면서 농심(農心)을 보다

2016.09.12 12:43:00

첫 배추농사, 모종을 이식하다

손바닥만한 땅을 경작하는 도시농부에게 있어서 배추농사는 꿈같은 이야기다. 그런데 그 실현의 기회가 왔다. 바로 일월공원 텃밭을 분양 받고 나서다. 방울토마토, 고추, 가지, 옥수수 농사가 끝나고 이어질 작물을 택해야 한다. 쌈채 등 여러 가지가 있지만 우리는 바로 배추를 택하였다.

그러나 농부가 가꾼 배추만 보았고 김치를 담가 먹어 왔지 내 손으로 생산한 적이 없다. 우리 부부는 합심하여 배추농사에 도전하기로 했다. 그리하여 일주일 전에는 방울토마토와 가지, 옥수수 줄기와 뿌리를 거두었다. 그리고 땅을 일구어 배추 농사 준비를 하였다.

가을 배추농사를 지으려면 배추모종이 있어야 한다. 배추 씨앗을 뿌려 모종을 키워도 되지만 그것은 전문농부의 일이다. 전문적인 기술도 필요하고 장기간의 시간, 시설을 필요로 한다. 도시농부는 모종을 사서 이식을 한다. 그래야만 시간도 절약하고 실수가 적다. 전문농부의 노고를 돈으로 대신하는 것이다.


구운동 가까이 있는 ○○매장을 찾았다. 모종 가격을 물어보니 한판(30개)에 8천원이다. 낱개로도 파는데 한줄(5개)에 1천원이다. 물건 구입 시 비교견적은 기본이다. 팔품을 팔아 수원농협 경제사업장을 찾았다. 이곳에서는 모종을 키운 농부가 직접 판매하는 곳이다.

네 곳에서 여러 모종을 판매하고 있었다. 어느 곳에서 살까? 이런 때에는 이왕이면 친절한 곳에서 사야 한다. 판매하는 어느 아가씨가 웃으면서 살갑게 다가온다. 다른 두 곳은 주인이 보이지 않고 다른 한 곳은 농부 한 명이 앉아 있다. 다음은 그 아가씨와 나의 대화다.

“이것 심으면 우리가 담그는 김장배추가 됩니까?”
“예, 맞습니다. 이것이 자라면 바로 커다란 김장배추가 됩니다.”

“한 판이 몇 개이고 얼마입니까?”
“포트가 70개인데 7천원입니다.”




모종 구입을 이미 결정하고 말았다. 계산은 농협 기프트 카드로 하였다. 그 다음 나의 질문에 아가씨는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엉뚱한 질문이라고 생각하지만 나에게는 꼭 필요한 질문이다. 모종 사 가는 것과 모종 이식 방법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래야 모종을 잘 가꿀 수 있다.

“배추 모종 어떻게 심는 거예요? 처음 배추농사를 짓거든요.”
(내 표정을 보더니 한참 있다가) “그것은 직접 이 모종을 키운 우리 형부에게 여쭈어 보세요.”

그러더니 연락처가 담긴 형부 명함을 건넨다. 명함을 보니 입북동 벌터에 있는 ○○육묘장이다. 그 아가씨는 내가 산 모종을 담아 주는데 모종 70개에 더하여 여유분으로 모종 10개를 추가하여 준다. 혹시나 포트에서 빠진 모종을 대신한다는 것이다. ‘아! 이게 바로 농심이구나!’ 무조건 이익을 탐하지 않고 물건을 사간 소비자의 입장이 되어보는 것이다.

농심은 전화를 걸고 나서도 다시 확인이 되었다. 이식 방법 중 간격, 깊이, 물주기 등을 물었다. 그 농부는 우선 밭의 준비상태를 되묻더니 모종 간격은 35cm, 깊이는 모종 윗바닥이 보일락 말락 정도로 하란다. 그리고 배수를 위한 이랑 간격, 모종 20일 후 거름주기와 벌레 잡아주기까지 안내를 한다.

귀찮은 전화, 빨리 끊으려 하지 않는다. 자기가 전할 말을 다 한다. 나는 여기에서 그 농부의 자기가 키운 배추모종에 대한 커다란 애정을 느꼈다. 판매하고 그만이 아니라 농작물이 잘 자랄 수 있도록 끝까지 책임지는 정신인 것이다. 그렇다. 농심이란 가꾸는 애정, 수확하여 베푸는 정신, 잘 기르려는 마음인 것이다. 농심과 교육의 마음은 같다. 내가 오늘 심은 배추 80포기, 잘 가꾸어 김장 배추로 키워야겠다.
이영관 교육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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