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나의 어린시절을 생각하다

2016.09.19 11:13:00

음력 8월 15일이 추석이다. 추석이면 떠오르는 속담 하나가 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늘 한가윗날만 같아라” 이 말의 의미는 무엇일까? 과거 우리나라가 농업국가이던 시절, 농업은 하늘 아래 커다란 근본(농자천하지대본)이 되었다. 음력 8월이면 가장 바쁘던 농사철이 지나고 마무리 단계에 들어가고 계절도 선선하여 살기 좋은 때라는 것이다. 그래서 ‘5월 농부, 8월 신선’이라는 말도 나왔다.

얼마 전 수원예총이 주관하는 예술학교에서 강사로 나온 윤금아 강사는 수강생에게 과제 하나를 내 준다. 이번 추석날 보름달을 5분 이상 쳐다보며 소원을 빌어보라고 한다. 나이를 먹다보면 감성이 메말라 가는데 우리 주위의 자연을 바라보면서 ‘잊혀진 나’를 찾아보라는 것이다. 그렇다. 우리는 그동안 얼마나 바삐 살았는지 하늘을 언제 바라보았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윤 강사는 자녀에게 물려 줄 유산도 이야기 한다. 자녀에게 빌딩 하나씩 물려줄 수 없다면 깨달음, 감탄, 사랑으로 채워주자고 한다. 자녀에게 문학적 감수성을 키워주자는 이야기인데 공부에 쫒기는 자녀들에게 여유를 주자는 말로도 들린다. 가을 코스모스꽃을 보고 감탄할 줄 아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강사의 이야기에 전적으로 동감이다.


추석이면 생각나는 음식이 바로 송편이다. 부모님께서 살아 계실 때에는 송편을 직접 만들었다. 쌀을 불리고 방앗간에 가서 빻고 쌀가루를 반죽하여 송편을 빚는 것이다. 송편 속으로 콩, 팥, 깨, 밤 등을 넣었다. 그 증에서 가장 인기가 많았던 것은 깨였다. 깨송편만 골라서 먹다보면 콩송편만 남는다. 우리 자식들은 부모님의 꾸지람을 들으면서 행복해 했었다.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나서 추석 송편은 마트에서 구입해 먹는다. 약 5천원 어치만 사면 송편을 먹으며 추석 기분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핵가족이다 보니 먹는 양도 적고 집에서 송편을 빚자니 손이 많이 가기 때문이다. 집에서 일을 하면 시간도 많이 소요되어 현대인들에게는 인내심이 필요하다.

어렸을 적 추석을 앞두고 가장 꺼렸던 것은 바로 솔잎 뜯어오는 것이다. 송편을 찌려면 솔잎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 당시 솔잎 채취는 남자 아이들의 몫이었다. 솔잎은 인근에 있는 학교 뒷산이나 팔달산을 찾아가면 된다. 혼자서 맥없이 쓸쓸하게 솔잎을 따는 것이 그렇게 쑥스러웠다. 그래서 빨리하려고 손에 닿는 대로 솔잎을 따서 가면 구사리 먹기 일쑤였다. 여린 솔잎과 함께 거친 솔잎이 섞였기 때문이다.


부모님이 안 계신 우리 집. 작년부터 추석에 송편을 빚는다. 처형의 제안으로 이루어진 것이다. 햅쌀 한 되 정도를 3시간 정도 불에 불려 방앗간 공임 3천원을 주고 송편 빚을 준비를 한다. 송편 속으로는 깨를 사왔다. 거기에 꿀과 설탕을 넣는다. 작년엔 우리 자식들도 동참했다. 이렇게라도 해야 세시풍습이 전승되는 것이다.

추석에는 강강술래, 줄다리기, 소놀이, 거북놀이, 소싸움 같은 놀이를 한다. 강강술래나 줄다리기는 운동회 때 펼쳐졌다. 유년시절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거북놀이다. 키를 쓴 한 사람이 거북이 역할을 하고 동네 아이들 몇 명이 놀이에 참가한다. 방문한 집에서 흥겹게 놀아주며 풍년을 기원해 주어야 하는데 우리들은 그런 주변머리가 없어 음식을 얻어먹는 놀이에 머물렀다. 얻어 온 추석 음식은 학교 운동장 가장자리에서 맛있게 먹었다.

요즘 나는 대학에서 ‘한국문화자원의 이해‘에 대해 공부하고 있다. 세시풍속의 개념을 보니 좁은 의미와 넓은 의미가 있다. 세시풍속의 생성 배경은 노동과 유희라고 한다. 양력으로 만든 24절기를 사계절로 나누어 배운다. 점차 사라져가고 있는 이런 것들이 우리의 소중한 문화자원이다. 외국인에게는 색다른 관광거리가 된다. 이것을 어떻게 보전하고 활용할 수는 없을까를 생각하게 된다.

올해 회갑이 되고 보니 유년시절이 그립다. 철모르던 어린 시절, 일요일이면 점심도 굶어가면서도 배고픈 줄 모르고 저녁 때까지 학교 운동장에서 놀았다. 거미줄 잠자리채를 들고 소나무에 앉아 휴식을 취하는 여왕잠자리를 잡기도 하였다. 새총으로 높은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 새를 쏘기도 하였다. 나는 어느새 인생의 희노애락과 이비를 아는 나이가 되어 버렸다.
이영관 교육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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