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자녀 행복으로 안내하는 길

2016.09.29 09:25:00

 우리 사회에 사회적인 문제가 많지만 국민 대다수에 관련된 문제가 학력, 즉 공부의 문제가 아닌가 생각된다. 이런 분위기를 타면서 전략적으로 공부하는 방법에 관한 관심이 강조되면서 학습동기를 일으키는 캠프가 강조되었다. 그러나 학습력은 캠프를 다녀오거나 멘토와 만나면서 대오각성으로 생겨나는 것이 결코 아니다. 또, '한 때는 칭찬은 고래를 춤추게 한다' '아이를 야단치지 않고 공부시키는 법' 등 칭찬에 관한 책들이 인기가 있었다.

예전에는 아이의 기분을 다치지 않게 하면 공부가 저절로 된다는 것이 핵심이었다. 감정에 손상을 입지 않는 것은 물론 중요한 것은 학습에 필요한 도움도 줘야 한다. 몇 년 전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에서 참고가 될 만한 연구를 본 적이 있다. 미국인 직장인을 대상으로 ‘언제 가장 일을 하고 싶나요?’라는 질문을 던졌는데 성과급이 보장됐을 때보다 ‘일이 잘될 때’라는 답이 훨씬 많았다고 한다. 아이나 어른 모두 과업에 대한 효능감이 생겨날 때야말로 몰입의 욕구가 가장 높아지는 것은 마찬가지이다.  

성적이 낮은 아이들을 만나면서 느끼는 것은 마음의 문제이다. 공부에 대한 자신감과 효능감이 낮은 것이다. 자신감이란 전반적으로 ‘나는 괜찮은 아이야’라는 신념을 말한다면, 효능감은 특정 분야에서 본인이 잘할 수 있다는 신념을 나타낸다. 자신감이 효능감보다 범위가 큰 개념이다. ‘나는 수학은 못 하지만 그래도 괜찮은 아이야’처럼 설사 못 하는 부분이 있어도 자신을 긍정적으로 인식하는 게 자신감이다. ‘다른 건 몰라도 내가 수학은 잘 해’처럼 특정 분야에 대한 자신감이 효능감이다. 효능감이 계속 쌓이면 점점 범위가 확대되면서 자신감이 높은 아이로 자라나게 된다. 자신감은 ‘한 개의 사과’이고, 효능감은 ‘사과 한 쪽’이라고 정리하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이처럼 자신감은 효능감을 먹고 자란다  

상당수의 부모님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 ‘우리 아이가 매사에 자신감이 없다.’라면서 걱정을 한다. 아이가 흥미를 갖는 분야가 무엇인가를 발견하여서 효능감을 맛보도록 해 주는 일이 우선적인 과제이다. 많은 부모님들이 아이의 미래만 관심을 두다 보니, 과거를 흘려보내는 일이 많다. 이게 바로 전문가와 부모님의 큰 차이점이다.

중·고등학생이 상담을 하러 찾아오면 역으로 추적해 아이의 초등학교 시절을 묻는다. 공부에 관한 문제만이 아니라 자신감도 마찬가지다. 아이가 주눅이 들어 있거나 끝까지 무언가를 해내는 힘이 없다는 것은 자기에 대한 신뢰가 없다는 신호다. 자신에 대한 신뢰를 쌓도록 하려면 아이가 성장하면서 어디에 재능을 보였고 특별히 무엇을 좋아했는지 찾아주고, 그 일을 시킴으로써 효능감을 느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필요하다.
 
다수의 부모님들은 현재의 성적에 집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지금 성적이라는 결과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 문제는 태도이다. 많은 부모님이 선행학습에 익숙해져서인지 ‘10살 때 공부 습관을 잡아야 합니다.’라고 하면 하나같이 ‘왜 뒷걸음치라고 하나요?’라는 표정이다. 아이가 10살 전까지는 공부보다 일상생활에서 자기관리를 잘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장기적으로 볼 때 훨씬 이득이다. 특히 10살까지는 자녀와 싸우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 좋다. 
 
많은 어머님들이 자녀가 1학년이 되면 불안감이 확 높아진다. 그래서 유치원까지는 따뜻한 엄마였다가 하루아침에 타이거맘으로 변신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엄마의 불안감이 자녀를 공부시키는 쪽으로 굳어져서는 안 된다. 이렇게 되는 순간 엄마와 아이 모두 공부에 지게 된다. 공부에 진다는 말은 단순히 성적이 나빠지는 것이 아니다. 어머님의 불안으로 초등학교 1학년생에게 이것도 시키고, 저것도 시키다 4학년이 되었을 때 그 나이에 갖춰야 할 사고의 힘, 문제를 해결하는 힘을 기르지 못하고 이것저것에 휘둘리게 되는 것이다.
 
어머님의 불안감을 잠재우려는 목적으로 ‘학원에 발 담그기’를 하다 보면 아이가 대학에 들어갈 때까지 어머니 손에서 자녀의 공부는 떠날 수 없게 된다. 아이가 처음 공부라는 것을 한 순간부터 엄마의 의해, 엄마를 위한, 엄마의 공부로 시작했기에 마칠 때까지 엄마에 의한 공부를 할 수밖에 없다. 꼭 기억해야 할 것은 공부에 대해 부모가 주도권을 쥐는 순간 아이는 손에서 공부를 놓게 된다. 공부의 주도권을 아이에게 주고 지켜보는 부모의 인내심이 내 자녀를 행복으로 안내하는 지름길이다.
김광섭 교육칼럼니스트
ⓒ 한국교육신문 www.hangyo.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구독 문의 : 02) 570-5341~2 광고 문의: sigmund@tobeunicorn.kr ,TEL 042-824-9139, FAX : 042-824-9140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 등록번호 : 서울 아04243 | 등록일(발행일) : 2016. 11. 29 | 발행인 : 강주호 | 편집인 : 김동석 | 주소 : 서울 서초구 태봉로 114 | 창간일 : 1961년 5월 15일 | 전화번호 : 02-570-5500 | 사업자등록번호 : 229-82-00096 | 통신판매번호 : 2006-08876 한국교육신문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