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물가인상 밑도는 '처우개선'

2003.09.04 15:54:00


정부의 내년도 예산편성 작업이 한참 진행 중에 있다. 정부는 내년도 예산규모를 금년 대비 2.1% 증가한 11.5조원, 교육예산은 1.5조원 증액된 25.9조원 내외로 하고, 공무원 보수는 3% 인상을 기본으로 하여 당정협의, 자문회의, 대통령보고 등을 거쳐 9월말에 국회에 제출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정부의 공무원 보수 3% 인상안은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물론 일부에서는 내년도 국가경제의 어려움 등을 감안하여 공무원 보수를 동결해야한다고 주장하지만, 교원뿐만 아니라 절대다수의 공무원들은 또 다시 공무원을 희생양으로 삼는 것 아니냐는 불만을 제기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사실, 올해의 소비자물가상승률이 3.6%임을 감안하면, 3% 인상을 하더라도 실질적으로 보수삭감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고 보면, 공무원들의 주장에 충분한 공감이 간다. 우리 나라는 정부예산에서 차지하는 공무원의 보수예산 점유율이 세계적으로 가장 낮은 수준으로 알려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그 동안 IMF 당시에 삭감되었던 것을 제외하고는 지난 20년간 공무원 보수인상률이 소비자물가상승률보다 낮았던 유례가 없었던 점을 볼 때 분명 3% 인상안은 문제가 있다. 더욱이 그 동안 경제상황 등 각종 사유로 인해 공무원의 보수가 수시로 동결·삭감되어 왔고, 평균가계비에 미달하는 공무원이 전체공무원의 63%가 넘는 실정을 감안하면, 공무원 보수 3% 인상안은 재검토되어야 할 것이다.

특히 교원처우개선과 관련하여 담임 및 보직교사수당 등 일부 수당인상안은 정부가 정권교체와 상관없이 교원들에게 수 차례 약속한 사항이며, 노무현 대통령의 선거공약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교원의 수당인상안을 전액 삭감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은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공무원들과 교원들에게 긍지와 사명감을 갖고 맡은 바 직무를 충실히 하라고 기대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정부와 정치권은 예산편성 시기마다 국가경제 어려움 등을 이유로 공무원과 교원들에게 일방적인 희생을 요구하거나 수 차례 약속한 사항마저 파기해서는 안될 것이다. 정부와 정치권이 공무원들조차 정부정책을 신뢰하지 못하는 상황을 만든다면, 이는 국가적 불행임을 잊지 말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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