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선영 인하대병원학교 교사

2011.07.01 09:00:00

장기적인 입원이나 통원치료로 일상적인 학교생활을 할 수 없는 학생들을 위해 전국 30개 병원에는 병원학교가 설치돼 있다. 3개월 이상의 결석으로 유급이 되거나 교육적인 공백이 생기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그러나 병원학교는 아직 많은 사람들에게 낯선 이름이다.

한국교총이 제59회 교육주간을 기념해 마련한 교육수기공모전에서 병원학교의 생활에 대한 수기로 우수상을 수상한 황선영 인하대병원학교 교사를 통해 병원학교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자.

처음 이곳에 오셨을 때는 어떠셨나요?
가 있는 인하대병원에는 인천시교육청의 지원으로 2007년부터 병원학교가 운영되고 있습니다. 저는 작년 3월에 이곳으로 발령을 받았습니다. 초등학교에서 특수교사로 4년 정도 일하긴 했지만 병원학교라는 곳은 저한테도 낯선 곳이어서 걱정이 많았습니다.
특히 제가 그때 임신 5개월이었는데 아이들이 겪는 질병에 대해 제대로 알지도 못하고 혹시나 감염되는 것은 아닐까하는 두려움도 없지 않았죠. 그래서 그때는 다소 소극적으로 활동한 경향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직접 아이를 낳고 학교로 돌아와 보니 부모님들이 자식을 생각하는 마음을 더 잘 이해하게 됐습니다. 그리고 적극적으로 내 역할을 찾아나가기 시작했죠. 병원학교가 아무 일도 안하려면 안할 수 있는 곳이지만 일을 찾다보면 쉴 틈이 없을 정도로 많은 곳이기도 해요.
지금은 한 달에 한 번씩 의국회의에도 참석해 병원학교 소식을 알릴 정도로 적극적인 교사가 됐어요. 또 병원에서 소아당뇨 학생들이 위축감 없이 학교생활에 적응할 수 있도록 개선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는데 이 논문에도 함께 참여하고 있습니다.

병원, 가정과의 경계가 모호한 학교
특수교사로서 재직했던 일반학교와 다른 점은?
소아암 환자가 많은 병원에서는 오래 전부터 자체적으로 병원학교를 운영해 왔지만 대부분 2006년 이후 교육청에서 지원을 하면서 설치된 경우가 많습니다. 이 학생들은 특수교육법상 건강장애학생으로 분류돼 보통 특수교사 1명이 배치됩니다.
일반학교는 학교 관리자의 지침과 오랜 기간 축적돼 온 체계에 따라 운영됩니다. 그러나 병원학교는 학교와 병원의 시스템이 혼재돼 있고 학부모들이 상주해 있는데다 학생들의 건강상태에 따라 크게 좌우되는 곳입니다.
병원학교라는 공간을 별도로 마련하고는 있지만 직접 병실에 가서 수업을 해야 할 때도 있습니다. 학교와 병원, 가정이 분리돼 있지 않고 한 공간에서 교육이 이뤄지다보니 학부모와의 관계에서 혼란스러울 때도 있죠. 의료진과 협력관계를 유지해 가는 것도 필요하고요. 병원에 학생이 새로 들어왔다는 것을 알려주는 창구가 없어 보통 병원 의료진을 통해서 그 정보를 듣게 되고, 제 학생의 건강 상태를 제대로 알기 위해서는 의사나 간호사들과 지속적인 교류가 있어야 해요.
그래서 어느 정도 경력이 있는 교사가 와야 하는 곳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나 병원학교는 대부분 초임교사를 배치해 왔습니다. 그러다보니 학교의 체계나 교사의 역할에 대한 경험이 없어 병원학교에서 시행착오를 하다가 끝나는 경우가 많았죠. 교육청에서도 이런 부분에 대해 인식하고 경력이 있는 교사를 배치하는 쪽으로 개선해야 할 것 같습니다.
또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병원에 입원한 학생이라고 모두 병원학교에 들어올 수는 없다는 겁니다. 학생이 소속된 교육청과 병원의 행정구역이 다르면 행정상의 처리가 까다로운지 병원학교에 들어올 수 없고 화상강의로 대신해야 하거든요. 제가 있는 병원에는 인천 학생뿐만 아니라 서울이나 경기도, 충청도 등에서 온 학생들도 있는데 이들은 이 학교에 올 수 없는 거죠.
그래도 다양한 방법으로 공부할 기회가 있다는 것을 알려주려고 노력해요. 얼마 전에는 중국으로 이민갔던 초등학교 6학년 남학생이 암이 재발돼 병원에 왔어요. 이 학생은 중국에서 학교를 다니고 있던 터라 행정처리가 더 어려웠어요. 그래도 이 학생에게 수업을 들을 수 있게 하려고 출입국관리사무소 등을 다니며 행정처리를 했어요.

다양한 콘텐츠로 개별화된 교육 실시
병원학교에서의 교육과정은 어떻게 운영하시나요?
병원학교는 학생의 해당 학년에서 이수해야 할 교육 목표를 기본으로 하면서 학생 수준에 맞춰 개별화된 교육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지금 제가 가르치고 있는 초등학생 3학년의 경우 국어사전을 활용하는 법을 익히는 교육목표가 있지만 이미 학생이 그 방법을 알고 있기 때문에 교과서를 벗어나 다양한 문학작품을 통해 어휘력을 늘려가는 교육을 진행하고 있죠.
이곳에 있는 학생들은 제가 특수학급에서 가르쳤던 학생들과는 달리 인지적인 부분에 제약이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습니다. 예전에는 감각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방법적인 측면을 고민했다면 이제는 콘텐츠에 대해 궁리하게 되죠.
학부모들도 심리적으로 많이 지쳐있기 때문에 미술이나 요리, 노래 부르기 등 학부모와 학생이 함께 할 수 있는 체험활동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학부모들이 항상 계신다는 게 부담스럽기도 했지만 이제는 한가족이나 다름없게 됐죠.
이 외에도 저희 병원학교는 인천중앙도서관에서 정기적으로 외부 강사들이 나와서 영어교실이나 동화 구연 등의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지금 이 순간이 가장 행복한 시간이 되도록…
병원학교에서 지도하면서 힘들었거나 보람을 느낀 때는?
병원학교는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찾아오기보다는 학생이 입원했다는 소식을 들으면 제가 찾아가서 입학을 권유합니다. 자식이 죽음까지도 갈 수 있을 정도로 아프다는데 제가 자꾸 공부하자고 찾아오니 저를 못마땅해 하시는 경우가 많아요. 학생이 없어야 좋은 건데 학생이 들어오면 같이 공부할 수 있다는 게 좋아서 아침 일찍부터 간호사한테 학생 컨디션을 묻고 찾아가곤 했죠.
어느 날은 어머니께서 ‘여기는 면역력이 약한 아이들이니 마스크도 없이 그렇게 막 들어오지 말라’며 화를 내시는데 서러워서 많이 울기도 했어요. 그래도 계속 학생에게 마음을 주고 다가가자 제가 너무나 미웠다는 그 어머니도 이제는 저를 만나서 감사하다고 하세요. 학생들도 제가 오기를 기다리고요.
요즘은 제가 감기라도 걸리면 아이들에게 위험해질 수 있기 때문에 제 건강부터 잘 챙기고 있어요. 예전에 제가 감기에 심하게 걸린 적이 있는데 백혈병에 걸린 학생이 저한테 빨리 나아서 오라고 하는 거에요. 생사를 가르는 병에 걸린 어린 학생이 그깟 감기 하나 걸린 저를 걱정해 주니까 마음이 뭉클하더라고요.
제가 직접 가르친 학생 중에서는 아직 없었지만 치료를 받다가 죽음을 맞게 되는 학생들도 종종 있습니다. 저와 추억을 나눴던 친구가 죽는 경우는 물론 상상조차 하기 싫지만,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는 학생들에게 지금 이 순간이 가장 행복한 시간이 될 수 있게 하려고 노력합니다. 병으로 어두워진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잠시나마 웃음을 주기 위해 광대처럼 서커스를 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수업도 활기차게 하려고 노력해요.

학생이 소속됐던 일반학교 찾아 인식개선 수업
학생 복귀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신다는데
학생이 완치돼서 일반학교로 돌아갈 거라면 그 학교에서 적응하는 문제에 대해서도 고민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학교 교과과정은 따라갈 수 있겠지만 친구를 사귀는 부분에서 어려움이 생길 것 같았습니다. 특히 어린 친구들은 병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해 친구가 아프거나 항암치료로 머리카락이 없는 것을 보면서 장난을 치는 경우도 있거든요.
그러나 현재 병원학교는 유급이 되지 않도록 결석을 방지하는 행정 처리에만 초점을 두는 경향이 있어 학생의 복귀까지 고려하는 프로그램은 별도로 없는 상태입니다.
그래서 제 개인적인 차원에서 학생 복귀 프로그램을 구상하게 됐습니다. 병원학교 학생에 대한 동영상을 만들어 원래 소속돼 있던 일반학교 학급으로 찾아가 보여주며 아픈 친구가 잊혀지지 않게 하고 질병에 대해 올바른 지식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지난 5월 말에는 병원학교에 있는 학생이 소속돼 있던 인천축현초등학교를 찾아가 세 시간 정도 수업을 했습니다. 아픈 친구의 일상과 병원 의료진의 인터뷰를 담은 동영상을 보여주고 편지를 쓰게 했습니다. 반대로 학교 친구들의 일상을 카메라에 담아 아픈 친구에게 보여줬죠. 아픈 친구의 건강 상태가 날로 호전되고 있어 꼭 학교에 복귀할 수 있을 거라고 믿고 있기에 앞으로도 서너 차례 정도 더 이 프로그램을 진행할 생각입니다.
윤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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