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자매의 우애, 보기 좋아요”

2016.11.02 20:11:42

둘째 처남이 보낸 단감 1박스를 보면서


얼마 전 우리 집에 택배 하나가 도착했다. ‘딩동소리에 현관문을 여니 우체국 택배다. 10kg 짜리 순천 단감 한 박스가 도착한 것이다. 누가 보냈을까? 순천에서 보낼 사람은 없는데. 박스 겉에 붙은 송장을 보니 둘째처남의 이름이 적혀 있다. 둘째 처남이 때를 맞추어 누나를 챙긴 것이다.

 

안산에 살고 있는 둘째 처남, 그리 형편이 넉넉한 편이 아니다. 운수업을 하고 있는데 다섯 식구가 살기에 수입이 넉넉지 않은 것이다. 그런데 해마다 누나를 위해 단감을 챙기고 있다. 몇 해 전에는 지나가는 길에 들렸다면서 단감 한 박스를 직접 전달했다. 감 맛이 좋다고 하니 그 이후로 꼬박꼬박 챙긴다. 누나를 살피는 그 정()이 정겹기만 하다.

 

그러지 않아도 아내가 걱정(?)하는 목소리를 들었다. 아내는 가까이 있는 농협유통센터에서 농민이 직판하는 농산물 몇 가지를 구매한 적이 있다. 사과즙, 피도라지 배즙, 들기름, 사과, 단감, 포도, 고구마, 강화 순무김치 등 종류도 여러 가지다. 가격이 저렴하고 신선해서 샀다고 했다. 물건을 구입하면 덧붙여 다른 물건을 서비스로 받아온 것도 있었다.

 

이 물건 중 사과즙이나 배즙은 우리 딸에게 갈 것이다. 얼마 전 딸이 직장생활을 힘들어 하는 소리를 들었다. 야근을 수시로 하니 몸이 따라주지 않는가 보다. 그래서 아내에게 보약을 요청한 것이다. 하루 세 끼 잘 먹어야 한다고 부모가 강조하지만 자취를 하는 딸은 섭생이 충실치 못한 편이다. 그래서 과일즙을 딸에게 주려는 것이다.

 

집에 물건을 다 나르고 아내가 하는 말. “승연이가 해마다 단감을 보내주는데 이번에 또 보내주면 어떻게 하지?” 승연이는 처남 이름이다. 농민들이 파는 단감 10kg을 샀는데 먹기도 전에 또 동생의 단감이 도착하면 어떻게 하냐는 걱정이다. 아내의 우려가 현실이 되고 말았다. 그러니까 우리 집에는 단감이 두 박스 20kg이 있다.


 


지난 토요일 필자의 누나가 서울에서 우리 집에 왔다. ‘2016 수원 가곡의 밤에 동행하기 위해서다. 교직에서  퇴직한 누나는 음악을 좋아하기에 공연이 있으면 함께 하려 하고 있다. 그럴 때마다 누나는 음악을 찾아 수원을 흔쾌히 찾는다. 누나 또한 서울에서 공연이 있으면 나를 부른다. 그러면 그 공연을 보기 위헤 나도 서울에 간다.

 

누나가 갑자기 지갑에서 돈 1만원을 꺼내 아내에게 준다. 이게 무슨 돈일까? 어코디언 동아리에서 활동하는 누나가 영등포구청이 주관하는 축제에 출연했다고 했다. 동아리 회원 6명이 출연했는데 30만원을 받았다. 동아리 경비로 쓰고 남은 돈을 6명이 나누니 1인당 3만원이란다. 바로 그 돈이다. 나머지 2만원은 여동생 두 명에게 1만원씩 준다고 한다.

 

이제 바로 누나의 마음이다. 무엇이 생기면 본인보다 동생들을 챙긴다. 그 돈 3만원, 본인이 다 써도 무어라고 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런데 그 3만원을 세 명의 동생에게 나누어 주는 것이다. 이게 바로 누나의 동생을 향한 사랑이다. 혼자서 간직하는 사랑보다 베푸는 사랑은 아름답다. 나와 아내가 거부하지만 누나는 억지로 건넨다.

 

오늘 우리 집에 도정한 쌀 20kg 짜리 4포대가 도착했다. 벼농사를 지은 결과다. 우리 집에서 이것 다 먹으려면 한참 걸린다. 핵가족에다 자식들이 따로 사니 부부의 쌀소비량은 더욱 줄어든다. 두고 먹어도 되지만 장기간 보관이 어렵다. 때론 쌀포대에서 벌레가 생기고 만다. 그래서 해마다 이 쌀포대를 동생들에게 돌린다. 이 쌀은 물론 둘째처남에게도 갈 것이다. 오고가는 형제자매간의 우정은 아름답다.

 

결실의 계절이다. 주위에는 오곡백과가 풍성하다. 때론 친척들로부터 오곡백과를 선물로 받기도 한다. 받은 소중한 선물, 다시 친척이나 주위 이웃들과 나누어 먹다보면 마음이 풍족해진다. 내가 가진 것을 나누면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 수 있다. 형제자매가 여럿인 것이 이래서 좋다

이영관 교육칼럼니스트 yyg9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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