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들이 있어 단풍이 더욱 아름답습니다

2016.11.07 13:34:27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 주변의 풍광이 완전 가을이다. 아침에 일어나면 일월공원의 단풍이 어느 정도 물들었는가를 내다보는 것이 하루 첫 일과다. 지난 주까지만 해도 가로수 벚나무잎이 초록빛이었는데 오늘 내려다보니 어느새 분홍빛으로 물들었다. 하루가 다르게 나뭇잎의 색깔이 가을로 변하고 있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새로운 광경이 눈에 보이고 있다. 아침부터 오렌지색 조끼를 입은 사람들 몇 명이 보인다. 남자도 있고 여자도 있다. 그들은 검은색 비닐봉투를 들고 공원의 쓰레기를 집게로 줍고 있다. 우리 집 아파트에서 내려다보니 그들의 나이는 50대 정도로 보인다. 아침 일찍부터 활동하는 그들은 누구일까? 그들의 정체가 궁금하다.

 

문득 내 머릿속에 떠오른 기사 제목 하나. ‘그대들이 있어 일월공원 단풍은 더욱 아름답습니다단풍 구경하다가 쓰레기가 주변에 흩어져 있으면 단풍 감상이 반감된다. 혹여나 개똥이라도 밟으면 기분 빵점이다. 일월공원에는 애완견 배변처리를 위한 봉투도 준비되어 있다.



기자의 습성을 발휘해 카메라를 들고 그들을 직접 찾아나섰다. 마침 여자 세 분이 벤치에 앉아서 잠시 휴식 중이다. 신분을 밝히고 취재를 요청하니 답을 해 주신다. 우선 그분들의 연세에 놀랐다. 모두 80세 전후이시다. 그 중 한 분은 환갑인 기자에게 자식뻘로 보인다고 말한다.

 

이들의 소속은 밤밭노인복지관이다. 복장을 자세히 보니 조끼에 마스크,  목도리를 하고 장갑을 착용했다. 기다란 집게 하나에 검은색 비닐봉투 하나씩을 들었다. 그 봉투 속을 살피니 쓰레기로 꽉 찼다. 그들이 일월공원을 돌아다니며 주운 것이다. 누가 이렇게 많은 쓰레기를 공원에 버렸을까? 물론 공원 이용객이다.

 

한참 후에 저수지 둑에서 쓰레기를 줍는 남자 한 분을 만났다. 그들이 알려준 반장이다. 벤치에 앉아서 대화를 나누니 이들의 정체가 풀렸다. 밤밭노인복지관 소속의 생활근로팀이다. 모두 14명인데 7명이 한 조가 되어 월수금과 화목토로 나누어 활동한다고 한다. 매일 9시부터 12시까지 3시간 동안 활동한다.



이태진(77) 반장은 일월공원을 돌면서 보행자들이 무심코 버린 쓰레기와 벤치에 앉아 있던 사람들이 두고 간 쓰레기를 수거하고 있다며 주로 나오는 쓰레기는 캔, 페트병, 휴지, 담배꽁초 등이라고 알려준다. 그가 들고 있는 비닐봉투도 쓰레기로 꽉 차 있는 상태다.

 

그가 비닐봉투 속을 펼쳐 보여준다. 담배꽁초가 가득하다. 그는 이 많은 꽁초를 어디서 주웠을까? 차량들이 다니는 도로변에서 주웠다. 정차하고 있거나 주행하는 차량들 속에서 사람들이 창밖으로 버린 것이다. 그가 따끔한 한 마디를 한다. “담배꽁초를 버리는 사람들은 자기 잘못은 반성 안 하고 남 탓만 합니다그들의 잘못된 공중도덕 의식을 꾸짖고 있다.

 

그는 일월공원 산책객에도 쓴소리를 한다. “자기가 배출한 쓰레기는 되가져가거나 지정된 장소에 버려야 하는데 엉뚱한 곳에 놓고 가는 사람들이 있다며 공원산책객들의 주의를 당부했다. 취재를 마치니 공원에 내걸린 헌수막 하나가 보인다. 쓰레기 무단투기 하지 말자는 경고문구와 위반 시 과태료가 100만 원 이하라는 것이다.

 

오늘 만난 고옥자 씨(80)는 말한다. “지금하고 있는 일이 소일거리로도 좋고 육체적인 건강, 정신적인 건강에 무척 좋아요. 개인 경제생활에도 도움이 되니 일석삼조이지요” 11월의 일월공원의 더욱 아름다운이유 하나가 생겼다. 바로 우리 어르신들의 환경정화 활동 덕분이다. 바야흐로 단풍이 절정을 향해가고 있다.

이영관 교육칼럼니스트 yyg9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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