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를 새로 쓰는 대통령

2016.12.19 10:37:54

그 동안 억눌려왔던 분노의 표출이거나 표현의 자유일까. 최근 두 달 사이박대통령에 대한 비판적 칼럼 등이 신문 오피니언면을 장식했다. ‘대통령이란 자의 백치성’(경향신문, 2016.12.5.)이라든가 ‘할로우 맨’(한겨레, 2016.12.17.)이란 표현이 들어있는 칼럼을 보았다. 여기서 할로우 맨은 ‘뇌조직를 완전히 절개한’이란 뜻이다.

박대통령 탄핵은 문제될 것이 문제로 불거져야 고개가 끄덕여지기라도 할텐데, 그게 아니라는 데에 사건의 심각성이 크다. 지금까지 드러난 것만으로도 그야말로 전무후무하고 후안무치하기 짝이 없는 최순실 국정농단, 나아가 ‘대통령 갖고 놀기’이다. ‘백치성’이니 ‘할로우 맨’이라는 표현이 자다 봉창 두드리는 소리로 보이지 않는 이유이다.

그러는 동안 박대통령은 역사를 새로 쓰는 대통령으로 우뚝 섰다. 지난 대선에서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의 득표율은 51.6%, 1577만 3128명 명의 표였다. 투표율 75.8%에 과반을 넘어선 역대 최초의 득표였다. 제18대 대통령에 당선된 박근혜 후보는 그와 동시에 한국 최초의 부녀 대통령, 여성 대통령, 미혼 대통령 등 한국정치의 역사를 새로 쓰게 되었다.

이미 지나간 일이지만, 나는 그런 선거 결과에 대한민국이 ‘참 이상한 나라’라는 의구심을 떨굴 수 없었다. 박근혜 후보가 당선되어선 안될 여러 이유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나마 한 가지 안도한 것은 미혼의 대통령이라는 사실이다.

미혼의 박대통령은 가정을 이루지 않았고, 장바구니 물가를 겪어보지도 못했다. 또한 보통 부모들이 자식들로 인해 겪는 허리가 휠 정도의 교육비 따위를 알 리 없다 같은 우려가 있었지만, 우리가 이미 목격한 바와 같이 역대 대통령들의 아들이나 형 등 권력형 등 가족 비리 따위는 보지 않아도 되겠지 싶었던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박근혜 대통령은 취임 이후 남녀를 막론하고 친형제들을 멀리 했다. 그런데 웬걸 박대통령은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최순실 게이트’의 공범으로 국회, 나아가 국민의 탄핵을 당하는 지경에 이르게 됐다. 탄핵에 앞서 박대통령은 헌정사상 최초로 검찰에 의해 피의자 신분으로 입건된 현직 대통령이 된 바 있다.

4%로 추락한 사상 최초의 낮은 대통령 지지율도 있다. 지난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를 찍었던 51.6%의 국민중 90% 넘게 박대통령을 가차없이 버린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는 과거 IMF 외환위기를 초래한 김영삼 대통령 지지율이 6%로 곤두박질한 것보다 더 낮은 최저⋅최악의 수치이다.

요컨대 대량 실직과 가정 붕괴 등 사회⋅경제적 혼란이 극에 달했던 때보다 대통령에 대한 불신과 부정적 인식이 더 큰 민심의 반영인 것이다. 전국에 모여든 자그만치 232만 명이라는 사상 최대 인파의 촛불시위도 결국 박대통령에 의해 새로 쓰여진 역사라 할 수 있다.

100점 만점에 4점짜리 박대통령은 시민단체인 참여연대로부터 고발당하기도 했다. 박대통령 거부로 성사되진 않았지만, 최초의 현직 대통령 검찰수사에 이어 또다시 역사를 새로 쓰게 됐다. 현직 대통령이 뇌물죄로 고발된 것 역시 헌정사상 처음이어서다.

고발장에 적시된 박대통령의 혐의는 뇌물, 제3자뇌물, 공무집행방해,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외교상 기밀누설, 공무상 비밀누설, 대통령 기록물관리법 위반 등 무려 7개나 된다. 박대통령은 시민단체 경실련에 의해 대통령 직무정지 가처분 청구를 당하기도 했다. 이것 역시 헌정사상 최초이다. ‘뭐 저런 대통령이 다 있나’ 하는 탄식을 절로 솟구치게 한다.

이런저런 역사를 새로 쓴 박대통령은 헌정사상 최초의 특검조사를 앞두고 있다. 앞으로 있을 헌법재판소 탄핵심판에 따라 또 하나 새로운 역사를 예약해둔 상태이기도 하다. 국민의 직접투표로 선출된 대통령중 사상 처음 임기를 다 못채운 현직 대통령이라는 역사가 그것이다.

그만 잊으려 해도 다시 이러려고 1577만 3128명이나 되는 저들은 박근혜 후보를 대통령으로 뽑았나 하는 탄식이 절로 터져 나온다. 헌법 5건, 법률 위반 8건의 탄핵 사유에 대해 “아무 잘못도 없다”는 내용의 답변서를 헌법재판소에 보냈다니, 앞으로 또 무슨 역사를 새로 쓸지 의구심이 가라앉지 않는 대통령이라는 점에서 너무 우울하고 몹시 슬픈 세밑이다.

 

장세진 전 교사, 문학⋅방송⋅영화평론가 yeon590@dreamwiz.com
ⓒ 한국교육신문 www.hangyo.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구독 문의 : 02) 570-5341~2 광고 문의: sigmund@tobeunicorn.kr ,TEL 042-824-9139, FAX : 042-824-9140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 등록번호 : 서울 아04243 | 등록일(발행일) : 2016. 11. 29 | 발행인 : 문태혁 | 편집인 : 문태혁 | 주소 : 서울 서초구 태봉로 114 | 창간일 : 1961년 5월 15일 | 전화번호 : 02-570-5500 | 사업자등록번호 : 229-82-00096 | 통신판매번호 : 2006-08876 한국교육신문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