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후보 교육공약, 구조개편에 집중

2017.05.01 00:00:00

교육대통령을 바란다 ②

후보들은 잦은 제도 변경을 비판하며
중·장기적 계획을 위해 국가교육위원회를 제시해놓고도
입시제도 개혁 공약에 대한 유혹을 뿌리치지 못했다.

교육의 질은 교원의 질을 능가하지 못한다.”

교육자라면 누구나 숱하게 들어온 이 경구를 대선 후보들은 들어보지 못한 모양새다. 5월 9일 치러지는 대통령 선거에 나선 주요 정당의 후보자 공약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교원정책 외면’이다.

대통령 선거일을 19일 남겨둔 4월 20일 기준으로 더불어민주당, 자유한국당, 국민의당, 바른정당 등 원내 교섭단체 4개 정당의 대선 후보 공식 대선공약 중에 교원정책은 단 한 건도 없었다. 그나마 미래교육과 관련한 세부적인 추진사항으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소프트웨어 교육을 위해 1만 명의 인력 양성과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관행을 혁파하겠다는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의 공약 정도가 교원과 관련된 공약이었다.

대신 후보들이 내세운 주요 공약의 관심은 교육 지배구조, 학제, 입시 등 구조 개편에 있었다. 물론, 정치의 계절마다 단골로 나오는 각종 복지제도의 확대나 개선도 공약에 반영됐다. 

교육위위원회 중·장기 계획 수립 한목소리

세부적인 정책 연구가 어려운 촉박한 대선 일정을 고려할 때 거시적인 구조 개편을 의제로 꺼내 드는 것이 이상한 일은 아니다. 그 중 자극적인 문구로 가장 많이 회자된 것은 교육부 폐지다. 주요 후보들은 모두 그간 교육계에서 제기한 ‘국가교육위원회’ 제안을 공약으로 받아들였으나 세부적인 내용은 달랐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먼저 구체적으로 제안했다. ‘교육부 폐지’라는 선명한 구호와 함께 정책을 수립하는 국가교육위원회와 집행을 하는 교육지원처로 개편한다는 안이다. 교육부가 있는 한 위원회의 역할이 자문기구에 그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안 후보 캠프의 교육정책 자문역을 하는 조영달 서울대 교수의 설명이다. 

나머지 세 후보는 모두 교육부 존치 입장이다. 그러나 국가교육위원회의와 교육부의 역할 정리, 특히 교육정책 갈등과 잦은 변경의 해결책에 대해서는 관점의 차이가 드러났다. 

문 후보는 애초 2012년 대선 당시의 공약이었던 ‘국가교육위원회’를 언급하다 공식 공약에서는 대통령 직속 자문기구인 ‘국가교육회의’를 중간 단계로 제시했다. 국가교육위원회의 역할에 대해서는 자문기구로 한정했지만, 초·중등 교육권한은 시·도교육청에 완전히 이양하기로 해 사실상 안 후보의 안보다 교육부 역할이 더 축소될 수도 있는 안이다. 

홍 후보 역시 기획 역할을 하는 국가교육위원회 구성을 제안했다. 홍 후보는 교육정책 갈등에 관해 시·도교육감에게 힘을 실어준 문 후보와는 반대의 관점을 보였다. 교육 행정의 이념 편향성, 과도한 포퓰리즘을 바로잡기 위해 교육감 직선제 폐지를 약속했다. 대안으로는 러닝메이트제, 간선제, 임명제 등을 언급했다.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는 중·장기 계획의 기획을 할 미래교육위원회 신설을 약속했다. 교육부의 역할은 단순히 집행으로 정리하지 않고 격차 해소, 복지에 방점을 뒀다. 갈등과 혼란 해소를 위해서는 고교유형, 대입제도, 교육과정 등의 법제화를 제안했다. 

입시·학제·학교유형 개편 제안도 활발

선거 때마다 가장 민감한 사안이면서도 유혹을 뿌리치기 힘든 공약은 입시제도 개혁 공약이다. 후보들은 잦은 제도 변경을 비판하며 중·장기적 계획을 위해 국가교육위원회를 제시해놓고도 입시제도 개혁 공약에 대한 유혹을 뿌리치지 못했다. 

문 후보는 대학입시를 학생부 교과전형, 학생부 종합전형, 수능전형, 세 가지로 단순화하겠다고 약속했다. 수시 비중을 단계적으로 축소하고 모든 대학에 기회균등 전형을 의무화하겠다는 공약도 덧붙였다. 외고, 자사고, 국제고의 일반고 전환을 통한 교육 서열화 해소도 제안했다. 학제 개편에 대해서는 국가교육회의에서 논의하겠다는 정도의 입장으로 구체적인 방향은 공약에 명시하지 않았다.

유 후보는 수능 자격고사화를 약속했다. 학생부 비중을 늘리고 학생부, 면접, 수능으로 입시를 단순화하겠다고 했다. 학제는 현행 틀을 유지하되 입학 연령을 낮추는 것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고교 유형 정책에서는 자사고와 외고는 폐지하고 과학고·체고·예고는 존치하는 절충안을 내놨다. 대신 모든 고교에 자율성을 주고 교육과정을 다양화하며, 동일 시기에 모집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안 후보는 학제 개편 의제를 주도하고 있다. 만 3세부터 유치원 2년, 초등학교 5년, 중학교 5년, 진로 탐색 학교 또는 직업학교 2년으로 구성된 2-5-5-2 체제로 단계적으로 개편하겠다는 약속이다. 자사고·특목고는 유지하되 모든 학생을 추첨 선발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수능은 유 후보와 마찬가지로 자격고사화하고 학생부와 면접으로 입시를 치른다는 약속이다. 

홍 후보는 입시 제도는 유일하게 현행 제도를 유지하는 입장을 취했다. 다만, 서민층 사교육비 절감을 이유로 주요과목 내신 등에도 도움이 되도록 EBS 프로그램을 강화하기로 했다. 특목고는 설립 취지에 맞게 운영하도록 보완하고 자사고는 존치하는 입장을 취했다. 학제 개편은 만 5세로 취학연령을 낮추고 1학년에서 인성·신체발달 교육을 위주로 편성하는 변화를 주되, 수업 연한은 유지하기로 했다.

교실수업 개선은 박근혜정부의 자유학기제 기조 계승

입장이 크게 대립되지 않아 논란은 적지만 교실수업 개선의 방향에서는 박근혜정부의 자유학기제를 계승하는 방향의 공약이 많았다.

유 후보는 자유학기제를 확대해 자유학년제로 운영하겠다고 약속했다. 고교 수강신청제와 무학년제 운영으로 맞춤형 교육을 하겠다는 파격적인 공약도 했다. ‘지능형 학습지원시스템(ITS)’을 개발해 1:1 맞춤형 학습과 쌍방향 학습을 실현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홍 후보도 자유학년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기본적으로 자유학기제 정신을 계승하고 확대한다는 입장이지만 교실수업 개선에 대한 세부공약은 없었다. 대신 영역별, 수준별, 맞춤형 방과후 프로그램 등을 통한 저소득층 기초학력 보장에 초점을 뒀다. 

문 후보도 자유학기제는 확대 발전하고 수준별로 고교 학점제도 시행하기로 했다. 초등학교는 맞춤형 성장발달 시스템과 기초학력보장제 도입, 중학교는 일제고사 폐지와 절대평가 도입을 약속했다. 진보교육감들의 의제인 혁신교육을 모든 학교로 확대한다는 약속도 했다. 

안 후보는 4차 산업혁명에 맞춰 중·고 및 대학교 교육을 창의교육으로 전환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실제 교실수업 개선을 위한 구체적인 세부 공약들을 제시하지는 않았다. 진로교육은 학제 개편의 틀 안에서 지금의 고교 연령에서 2년의 진로 탐색 학교를 운영하기로 했다. 



교육사다리에 모두 관심, 초점은 제각각 

이번 선거에서도 후보들마다 사실상 복지공약인 교육공약들을 들고 나왔다. 다들 교육을 통해 서민들이 계층 상승을 할 수 있는 희망을 갖게 하겠다고 하면서 학자금 대출이나 등록금에 대한 부담을 덜어준다는 공약을 했다. 그러나 세부적인 방법론에서는 저소득층에 대한 집중 지원과 평등한 전면 지원, 초기 교육에 대한 지원과 평생교육에 대한 지원 등 초점에 차이를 보였다.

홍 후보는 서민 대통령을 자처하는 만큼 교육공약의 방점을 서민교육지원에 뒀다. 초·중·고 시기에는 학습교재, 온라인 수강권 등을 지원하고, 대학 입학 성적에 따른 입학·등록금 지원, 지방학생을 위한 기숙사 운영과 단기 어학연수 지원, 일자리 취업 알선 등 4단계 희망사다리 구축을 약속했다. 저소득층 학자금 대출 무이자 전환, 졸업 유예비 0원, 저소득층 자녀 안경 지원도 약속했다. 

안 후보는 누리과정 비용 부담을 시·도교육청에 넘기지 않고 중앙정부의 예산을 확대하기로 했다. 장학금에 대해서는 홍 후보의 서민 선별 지원과 달리 장기적으로 모든 학생이 무이자로 학자금을 대출받을 수 있는 국가책임장학금제도를 도입하겠다고 했다. 타 후보들과는 달리 평생교육 강화에 큰 비중을 둔 점도 눈에 띈다. 

유 후보는 재정운영 투명화로 대학 등록금을 인하하고 저소득층 장학금 지원을 확대하고 학자금 대출 금리 인하를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교육공약 내에서는 다양한 저소득층 지원 방안을 제시하지 않았지만, 교육부의 기능의 초점을 격차 해소와 복지에 둔 점은 유 후보 역시 복지에 상당한 관심을 두고 있음을 보여준다. 

문 후보는 교육사다리 회복의 방점은 지원보다는 입시와 학교유형 개선을 통한 평등 실현에 있다. 지원도 선별 지원보다는 전면 지원의 기조다. 고교 의무교육을 전면에 내세우고, 논란이 된 누리과정 예산은 중앙정부가 책임지기로 했다. 대학 등록금의 획기적 감면도 약속했다. 국·공립 유치원, 공공형 유치원, 국·공립어린이집을 수요 학생의 40%까지 확대한다는 약속도 했다. 

정은수 기자 jus@kft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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