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에 가고 싶다

2018.06.19 09:03:01

 배움의 길 함께한 동기들의 숲 치유 경험

 그곳에 가고 싶은 이유는?


화산섬 제주도. 오래 전 이곳은 비옥한 경작지가 없는 무()의 땅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돌을 걷어내 그 땅을 일구고 말과 소의 무단 침입을 막기 위해 한 줄로 돌을 쌓아 놓은 돌담이 밭의 경계를 이룬다. 그리고 그 밭 가운데는 탐스런 귤을 생산하는 농장이 즐비하다. 정원에 피어난 수국의 자태가 포근함을 더하여 준다.



이 감귤 농장을 관리하고 손님을 맞이하는 아름다운 펜션 '아침의 새소리'에 오래 전 배움의 길을 같이 한 동기들이 함께 하였다. 이제 대부분이 퇴직을 하고 여유를 만끽할 수 있는 좋은 시간 속에 있다. 이곳에 오랜 연륜을 지켜온 동백나무 숲 앞에는 '오끼416 갤러리 카페'가 있어 오가는 길손의 눈길을 끌어 모은다. 역사를 간직한 동백나무가 둘러싼 정원에는 백구가 꼬리를 흔들며 사람 냄새를 맡고 따라다닌다.


첫날은 제주산 흙돼지를 구어 먹으면서 과거에서 현재, 그리고 미래를 엮는 이야기가 이어졌다. 이번 모임은 선거가 끝난 뒤 모임이라 할 말이 많았다. 인물의 홍수 속에 묻혀버린 교육감 선거는 비극 중의 비극이다. 유권자 입장에서 선거란 공직자를 구하여 일을 맡기는 행위이다. 하지만 아무 정보도 없는 상황에서 일을 맡겨야 하는 어리석음을 범하고도 우리는 죄의식이 없다. 이것은 민주주의의 꽃이라는 선거를 모독하는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 게임의 끝에는 반드시 승자와 패자가 있기 마련이다.


한결같이 미역국을 먹은 사람들에게 할 말은 없다. 하지만 선거에서 패한 이유를 여러 면에서 분석하는 담화가 이어졌다. 진 곳에는 질만한 이유가 있고 이긴 곳에는 이길만한 이유가 있었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후보자들에게 선거는 전쟁이다. 깜깜이 교육감 선거에서 여론만 믿고 있으면 필패이다. 그러나 바보는 이것만 신뢰한다. 당선은 말에 있는 것이 아니라 발품을 파는 길 외에는 없다. 한가지 놀라운 사실은 다른 사람들은 결말을 거의 예측하는데 패한 후보자들은 깊은 착각 속에 자신을 방치하기에 실패할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은 진리인 것 같다.




15일에는 사려니숲길을 걸었다. 이곳 날씨가 변화무쌍하지만 걷기에 안성맞춤이었다. 사려니는 '신성한 곳'이라는 뜻이다. 천연림도 있지만 인공조림된 삼나무, 편백나무 등이 있어 최적의 치유 숲이다. 사려니숲은 비밀스런 곳이 있다. 평소에는 갈 수 없지만 행사기간(6/15~24)에만 개방하는 물찻오름이 있다. 이처럼 인간이 나무를 심어 숲을 만들었지만 지금은 숲이 인간을 품어준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곳에 가고 싶어 한다. 길목에는 야생 수국이 산뜻한 색상으로 눈길을 사로잡았다. 청춘의 시간이 아니기에 쉬엄쉬엄 걷고 걸어 코스를 완주하였다. 그리고, 저녁에는 제주 출신 박전해 전 교장 선생님이 마련한 만찬에서 회포를 풀었다.



목적지에 오가는 길은 시내버스를 이용하였다. 최근에 정비하였다는 대중교통 시스템은 제주가 자랑할 만큼 충분한 가치가 있었다. 출도착 시간도 디지컬화 시켜 편리함을 더해주었다. 그러나 사람들이 이용하여 본 경험이 없으니 이를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돌아오는 길목 정류장에 한가롭게 풀을 뜯는 말은 화가의 눈과 손에 잡혀 새롭게 한 마리의 말이 태어나고 있다. 자신의 자태를 잡아 준 화가에게 전할 말이 많겠지만 이를 이해할 통로가 없기에 화가는 반대로 좋은 배경이 되어준 말에게 고맙다는 말로 인사를 끝내고 발을 재촉하였다.



이 추억을 그냥 넘기기 아쉬운 시인은 글을 남겼다. 그리고 광주에서 온 화가 박영진 선생님이 기록을 하였다. 안동에서 찾아온 이대걸 시인의 작품이 갤러리에서 손님의 시선을 사로잡을 것이다. 그곳에는 짐 벗은 신선이 살고 있다고 느끼기에 그곳에 가고 싶어 할 것이다.

김광섭 교육칼럼니스트 ggs195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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