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습형’ 기조 유지에 일선 우려 여전

2019.02.08 02:56:47

직업계고 현장실습 보완방안

선도 기업 선정 절차 간소화
근로자 신분 인정 요구 외면

 

[한국교육신문 정은수 기자] ‘학습형 현장실습’ 도입 이후 취업률이 급락하자 정부가 참여기업을 늘리기 위한 보완방안을 내놨지만, ‘학습형’ 기조는 유지하기로 해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정책 실패를 인정하지 않는 보완책으로 취업과 안전 모두 놓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교육부는 지난달 31일 서울 중구 청년재단에서 ‘직업계고 현장실습 보완 방안’을 발표했다. 학습형 현장 실습 도입으로 고졸 취업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2016년에 3만 1060개였던 현장실습 참여기업이 2017년 1만 9709개, 올해 1월 현재 1만 2266개로 줄었다. 현장실습 참여학생도 6만 16명에서 2만 2479명으로 줄었다.

 

보완 방안은 기업 참여 확대에 방점을 뒀다. 참여 기업들이 가장 많이 호소한 문제인 선정 절차를 통합해 간소화하기로 했다. 4회 이상 중복으로 이뤄지던 기업방문은 2회 수준으로 줄이고, 학교·학생의 만족도가 높은 선도기업은 재선정 절차 없이 3년간 인정하기로 했다.

 

우수 기업에는 정책 자금 지원, 공공입찰 가점, 금리 우대, 선취업 후학습 우수기업 인증 등의 장려 방안을 확대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2022년까지 선도기업을 기존의 3만 개 수준으로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조기 취업을 폐지하고 학습형으로 전환하면서 최대 3개월로 제한했던 실습 기간을 전환학기를 도입해 6개월까지 유동적으로 정할 수 있도록 했다. 장기적으로는 고교학점제를 우선 도입해 조기졸업까지 활성화한다는 계획이다.

 

학생들 큰 불만 요인이었던 월 20만 원 정도의 실습 수당에 대해서는 현실화된 수당 지급 근거를 마련하겠다고 했다. 현재 정부가 검토하고 있는 안은 실제 업무를 하는 실습 시간에 대해 최저임금의 75% 지급을 권고하는 안이다.

 

기업에 대한 점검 간소화로 안전에 대한 공백이 생기지 않게 전체 직업계고에 전담노무사를 지정하고, 기업에 현장교사를 지정하고 40만 원의 수당을 지급하기로 했다. 산업체 안전교육 시행이나 컨설팅 지원도 이뤄진다. 그 외 취업지원을 강화하기 위해 중앙취업지원센터를 신설하고 모든 직업계고에 취업지원관을 배치하기로 했다.

 

학습형 실습으로 전환하면서 인정하지 않게 된 근로자 신분을 인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계속 나왔지만 끝내 보완 방안에 담기지 않았다. 지난달 17일 조승래 민주당 의원실과 교육부의 공동주최로 열린 국회 공청회에서도 패널 다수가 실습생의 신분을 근로자로 인정할 것을 요구했으나 반영되지 않았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이날 “학습중심 현장실습의 성과들은 이어나가겠다”며 “학생들이 안전하지 않은 곳에서 일하지 않을 수 있는 법이 만들어진 것에 대해 다행스럽게 생각한다”고 했다. 본인이 발의한 학습형 실습을 위한 법안의 기조를 유지하며 보완만 하겠다는 것이었다.

 

어중간한 보완책은 정책의 피해자인 특성화고 학생들에게도, 학습형 실습 도입을 주장했던 시민단체들에게도 환영받지 못했다.

 

이 날 자리에 참석한 박지수 염광메디텍고 학생은 “근로로 인정하지 않으면서 20만원의 금액에 실습을 나간 것이 가장 큰 불만”이라며 “최저임금 수준을 권고만 해서는 실습수당을 주는 기업이 최정임금을 안 줄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안대로 ‘실습시간’을 기준으로 최저임금 75% 수준의 수당을 산정할 경우 최소 30% 이상의 교육시간은 제외하고 지급하기 때문에 최저시급의 절반 수준이 되는 데다, 근무시간이 주 40시간이 안 돼 주휴수당 등의 산정에서도 제외돼 월급으로는 그보다 더 낮은 수준이 된다.

 

조민성 서산중앙고 학생도 “지난해 3월에 취업박람회에서 면접을 보고 최종합격한 기업이 있었지만 10월 이후에 취업이 가능하다는 얘기를 듣고 합격을 취소했다”며 “3학년 전체를 취업 준비 기간으로 잡고 최소한 7월부터는 취업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교원들도 보완방안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현수 수원정보과학고 교장은 “2016년에 1770명이던 산재 사망사고가 2017년에는 180명 늘었다”며 “현장실습 사고는 학교만의 문제가 아니라 산업현장이 바뀌어야 하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졸업생에 대해 한시적으로 특단의 대책을 만들면 좋겠다”고 했다. 조용 경기기계공고 교장은 “고용노동부의 근로감독 강화를 부탁한다”며 실습생을 근로자로 인정할 것을 요구했다.

 

박동수 신진과기고 교사는 “학습중심 실습으로 취업 시기를 놓치면서 학생들이 취업하는 기업의 질과 급여가 오히려 더 나빠졌다”며 “학생들이 선택할 폭이 넓어지도록 해달라”고 했다. 최낙성 경기안중고 교사도 “우리 학교 특성화과 학생 96명 중 현장실습을 나간 학생이 7명밖에 없다”며 “학교에 있을 때 취업을 못 하면 군생활까지 하고 돌아온 아이들이 취업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안전대책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조용 교장은 “노무사가 감시하는 것은 을이 갑을 감시하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현장에 참여한 ‘현장실습 고등학생 사망에 따른 제주지역 공동대책위원회’ 등 시민단체는 이를 두고 학습형 현장실습에서 원점으로 후퇴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노무사가 실질적으로 현장 점검을 일일이 하기는 어렵다는 의견도 이어졌다. 

정은수 기자 jus@kft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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