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적’ 1년 만에 41%→5%…왜?

2019.02.14 07:00:02

2018 통일교육 실태조사

항목 신설에 응답 나뉜 결과
부정 인식 합산은 33% 정도
통일교육보다 남북정세 영향

[한국교육신문 정은수 기자] 북한 정권을 우리의 적으로 생각하는 학생이 크게 줄었다는 조사결과가 발표됐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정부의 통일교육 방향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정말 바뀐 통일교육 때문일까.

 

논란이 된 내용은 교육부와 통일부가 12일 발표한 ‘2018년 학교 통일 교육 실태 조사’ 결과다. 이 조사는 학교 통일 교육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2014년부터 매년 진행되고 있다. 이번 조사는 작년 10월부터 12월까지 전국 초·중·고교생 8만 2947명과 교사 4166명을 대상으로 시행됐다.


북한을 ‘적’으로 생각하는 학생이 전년도 41%에 비해 35.8%p 격감한 5.2%가 됐다는 결과가 세간의 이목을 끌었다. 교육부는 “학생들의 북한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가 크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해석했다. 이에 대해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일부 교사의 정치성향을 반영한 편향 교육이 문제라는 우려까지 나왔다.

 

그러나 사실 숫자로 나타난 차이만큼 큰 변화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지난 4년 동안 북한을 어떤 대상으로 보는지 묻는 질문에 대한 선택 항목은 ‘협력 대상’, ‘지원 대상’, ‘적’의 세 가지였다. 그러나 이번 조사에서는 ‘경계 대상’이라는 항목이 신설됐다.

 

교육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통상 설문조사를 할 때 부정 항목과 긍정 항목의 비율을 같게 하는데 그동안 부정 항목이 더 적었다”며 “성인들의 인식조사와 비교할 수 있게 서울대 평화통일교육연구소의 질문지를 참고해 부정 항목을 2개로 만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수치가 급감한 것은 부정적인 항목이 하나에서 둘로 분산됐기 때문이다. ‘경계 대상’과 ‘적’ 두 응답을 합산한 부정적인 항목 전체에 대한 응답률은 33.4%다. 지난해에 비해 7.6%p 정도 감소한 셈이다. <그래픽 참조>

 

학생들의 적대 대상 인식이 7.6%p가 감소한 원인도 통일 교육 변화보다는 통일 정세 변화에 있다고 볼 수 있다.

 

교사들의 응답을 보면 학교 통일교육이 원활하다는 응답은 53%로 지난해 63.6%에 비해 줄었다. 이는 조사를 시작한 이래 최저치다. 2014년 57.9%에서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던 원활하다는 답변이 오히려 급감한 것이다. 학생 응답에서도 통일교육 경험 유무 응답이 2014년부터 꾸준히 상승하다 오히려 올해 81.9%에서 79.9%로 감소했다. 학교 통일교육은 오히려 후퇴했는데, 인식은 개선된 것이다.

 

어떻게 된 일인지는 다른 응답을 보면 알 수 있다. 통일·북한 관련 정보를 얻는 경로에 대한 학생 응답을 보면 TV, 인터넷 등 학교 밖의 매체가 조사 이래 50% 후반대로 학교 수업(20% 후반대)의 2배 이상이었다. 한반도 통일 정세에 대한 언론 보도의 영향이 더 클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8.25 남북 합의 이후 시행된 2015년 조사에서 ‘적’이라는 인식이 올해보다 낮은 31.8였다. 오히려 핵과 미사일 발사 실험이 최고조에 달했던 지난해 적대 대상이란 인식이 조사 시작 이래 가장 높은 40%를 기록했다. 안보위협에 대한 학생들의 인식도 지난해가 80.4%로 최고조에 이르렀다.

 

이런 현상은 성인을 대상으로 한 서울대 평화통일교육연구소의 조사 결과에도 나타났다. 2015년에는 적대 대상이라는 인식이 13.9%에서 16.5%로 늘고, 협력 대상이란 인식이 45.3%에서 35.2%로 줄었다. 반면 2017년에는 적대 대상이란 인식이 14.8%에서 16.2%로 늘고, 협력 대상이란 인식은 43.7%에서 41.9%로 줄었다.

 

이번 조사에서 문항이 바뀌면서 응답률 변화가 일어난 사례는 이것만이 아니다. 그동안 북한의 안보 위협 정도를 묻는 질문은 평화 정도를 묻는 질문으로 바뀌면서 마치 평화롭지 않다는 인식이 80.4%에서 15.5%로 65%p 급감한 것과 같은 착시 효과를 내고 있다.

정은수 기자 jus@kft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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