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속한 재난복구·예방… 학교사랑의 실천입니다”

2019.04.23 09:12:24

<초대석> 박구병 교육시설재난공제회 회장

 1948년 창립 이래 교육시설 피해 지원 앞장
 매년 1000건 이상 사고 발생… 즉시 출동 
 예방 위주 사업으로 교육재정 절감에도 기여
“선생님들의 관심과 대비 자세가 가장 중요”

 

교육시설재난공제회(이하 재난공제회)는 교수·연구시설 피해에 대한 신속한 복구지원과 각종 재난예방 사업을 펼친다. 화재·수해 등의 자연재난은 물론 여러 안전사고 위험을 안고 있는 학교와 가장 밀접한 기관이라 할 수 있다. 교육시설 재난전문기관을 이끌고 있는 박구병 교육시설재난공제회 회장을 15일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교육시설공제회관에서 만났다.

 

  -최근 속초·고성의 큰 산불로 학교의 피해가 컸습니다. 재난공제회에서도 발 빠른 조치를 했지요.
  “그렇습니다. 우리 재난공제회도 산불 발생 즉시 비상근무 체제를 가동하고, 현장에 긴급대응반을 출동시켰습니다. 교육부와 함께 피해 학교에 대한 복구계획 수립을 위해 전수조사를 마치고, 긴급복구비를 우선 지원한 후 정산토록 조치했습니다. 교육가족들이 당장 필요한 의류·속옷·생필품을 구입하도록 온누리상품권을 긴급 지원해 일상생활을 회복을 돕고 있습니다. 큰 불이었지만 인명 피해가 없어 그나마 다행이 아닐 수 없습니다.”

 

  -교육시설 재난현장에 늘 함께한다는 말씀이군요. 올해 창립 71년이 됐다고 들었습니다. 역사에 비해 일선 선생님들은 재난공제회를 잘 모르고 있습니다.
  “재난공제회는 상부상조 정신으로 조합원들이 일정 회비를 납부 한 후 피해를 입은 회원학교의 피해복구를 지원하기 위해 1948년 8월 사단법인 ‘학교재해복구공제회’로 출범했습니다. 당초에는 공립학교만 가입했지만 이제는 국·공·사립 각급학교가 회원으로 가입하고 있으며 화재에 국한하던 보상범위도 점차 넓혀 폭발·붕괴·태풍·홍수·호우·강풍·풍랑·해일·대설 등으로 인한 시설과 물품은 물론 이로 인한 인명손해까지 포함해 거의 모든 재난에 대응하고 있습니다. 내년부터는 지진도 보상범위에 포함됩니다.”


  -그렇다면 대부분 학교가 재난공제회의 회원이 되는 것입니까.
  “재난공제회는 화재보험법 제정(1973.2.6) 이전부터 화재 및 각종 자연재해의 보상방안 마련을 위해 ‘교육연구시설공제’를 시작으로 공제사업의 기반을 마련했습니다. 이후 ‘연구실안전환경조성에관한법률’이 제정된 2006년부터는 ‘연구실안전공제’를 출시·운영하고 있습니다. 우선 ‘교육연구시설공제’는 국·공·사립 유·초·중·고 및 대학시설의 소유주가 가입대상입니다. 지난해 기준으로 전체 학교의 98.5%가 재난공제회에 가입되어 있습니다. 국립학교의 장, 시·도교육감 및 지역교육지원청의 교육장, 학교법인의 이사장, 사립대학의 장, 학교인정시설의 장이 회원인 것이지요. ‘교육연구시설공제’의 가장 큰 특징은 법적으로 가입해야 하는 화재보험 외에 풍·수해, 폭설·한파 등 자연재해에 대해 별도의 추가 회비 없이 담보가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특히 각종 재난발생으로 인한 인명피해 발생 시 일반 보험사와는 달리 국가배상법에 준하는 금액으로 인명손해에 대해 충분한 공제급여를 지급하고 있습니다. 또한 건물의 경우 준공년도나 구조종별 및 건물의 현 시가에 관계 없이 원상복구를 기준으로 복구비가 지급됩니다. 마찬가지로 ‘연구실안전공제’도 국·공·사립별 해당 기관 연구 주체의 장이 회원으로 가입합니다. 전체 학교의 80%가 가입되었다고 보시면 됩니다. ‘연구실안전공제’는 가입 기관에서의 학생이나 연구원 등이 실험·실습 중 발생한 사고에 따른 부상·질병·장해 및 사망에 대한 보상금을 지급합니다. 상해치료비 뿐만 아니라 사고자의 수업료 및 기숙사비 손실 등을 별도 회비 없이 지원하고 있습니다.”

 

  -재난공제회 역할이 재난사고에 따른 공제급여 지급 정도로 알고 있었는데 사업영역이 넓군요.
  “재난발생 시 신속한 복구를 통해 지속적인 교육활동 및 안전한 교육환경이 조성되도록 하는 것이 가장 큰 임무이지만 이 외에도 교육기관 시설안전관리자분들에 대한 전문교육, 재난예방 체험학습, 찾아가는 어린이 안전체험교실, 학교 재난안전 공모전 등 다양한 안전의식 고취 사업을 추진하여 자라나는 학생들이 재난에 대응할 수 있는 역량을 키울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중요한 업무입니다.” 

 

  -실제 학교에서 발생하는 재난사고에는 어떤 것이 있으며 대응 매뉴얼은 어떻습니까.
  “요즘 현대화된 학교시설은 대형화, 일체화, 복합화, 개방화되는 추세라 각종 재난발생 시 피해 규모가 커지고 있습니다. 통계로 보면 최근 3년간 교육시설의 재난발생 건수는 총 4099건이고, 약 527억의 공제급여가 지급되었습니다. 가장 많이 발생한 재난은 겨울철 폭설·한파로 총 1436건(약 86억)에 이릅니다. 다음이 여름철 태풍에 따른 풍해로 총 1384건(약 111억)입니다. 자연재해의 빈도가 매년 일정한 것은 아니지만 학교시설의 피해 규모는 심화 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재난공제회에서는 각종 재난발생 시 신속한 현장조사 및 복구 지원을 하고 있으며 전문성이 요구되는 복구현장에는 전문 손해사정기관과 협업을 통하여 신속·정확한 복구비를 산출해 지원합니다.”

 

  -사고의 유형도 점차 다양화되고, 예측하지 못한 사고도 많지요.
  “최근 이상기후 및 사회구조의 변화, 교육시설의 현대화·복합화 등으로 위험요소는 갈수록 많아지고 있습니다. 위험요소가 증가하는 만큼 재난의 발생 또한 크게 증가하지만 이에 대한 현실적인 대비는 쉽지 않습니다. 지난 2016년과 2017년에 경주나 포항지역에서 잇달아 발생한 지진으로 교육시설에 막대한 피해가 있었고, 지난해에는 서울 상도유치원이 붕괴되는 사고까지 있지 않았습니까. 사고는 언제, 어디서, 어떻게 발생할지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그만큼 대비도 쉽지 않습니다.”

 

  -재난 발생에 따른 후속 조치도 중요하지만 사전예방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지요.
  “교육시설의 안전을 담보하지 못하면 재난발생 시 막대한 피해를 유발하기 때문에 선제적 예방 대책이 필요합니다. 우리 재난공제회는 대한민국 학교현장의 최일선에서 재난발생 시 신속한 재난조사와 재난복구 지원뿐만 아니라 재난 취약요소별 안전점검에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또 학교시설 내진보강과 관련한 연구개발·기술지원이라든지 안전관리 전문교육 운영, 재난사례집 발간 등 다양한 재난예방 사업을 수행함으로써 교육시설의 재난위험을 최소화하는데 적극 앞장선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최근에 학교 안전교육 전문기관으로 지정됐다고 들었습니다.
  “교육부와 시·도교육청 주관으로 실시하는 ‘학교안전교육 전문기관 지정사업’에서 학교 안전교육 전문기관으로 선정돼 중등교원에게 ‘재난안전 역량강화 과정’을, 교직원을 대상으로 ‘시설안전 역량강화 과정’을 운영하게 되었습니다. 교육과정은 이론 9시간과 체험 6시간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 과정을 수강하시는 교원이나 교직원분들이 학교에 돌아가셔서 학생들의 안전교육을 담당할 수 있도록 하는 것에 목적이 있습니다.”

 

  -각종 재난과 이에 대처하는 선생님들의 인식 변화도 중요하겠습니다.
  “속초·고성 산불현장에서 수학여행 온 학생들 버스에 불이 붙어 전소되었으나 선생님과 안전요원의 신속한 대처로 인명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이는 수학여행 출발 전에 학생들에게 안전교육과 대피훈련을 철저히 한 모범적인 결과입니다. 이처럼 교육현장에서 재난발생 시 가장 먼저 학생들을 대피시키고, 아이들의 안전을 책임져야 할 사람이 바로 선생님입니다. 재난 시 대처요령을 알고 계신 선생님은 아이들을 신속·안전하게 대피시킬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한 선생님은 아이들과 똑같이 당황하게 됩니다. 이 기회를 통해 선생님들께서 평소 재난에 대한 관심과 대비책을 숙지해 주시기 당부드립니다.”

 

  -끝으로 재난공제회가 나아가야 할 비전과 목표가 있다면.
  “우리 재난공제회는 지난해 창립 70주년 행사를 통하여 ‘2025 비전선포식’을 가졌습니다. ‘신속한 재난복구 및 예방으로 안전하고 쾌적한 교육환경을 조성’을 미션으로 하고, ‘교육연구시설 재난·안전관리 선도 최고 전문기관’을 비전으로 정했습니다. 이러한 미션과 비전을 이루기 위해 세부과제를 마련하고, 모든 재난공제회 가족이 열심히 뛰고 있습니다. 특히 예방 위주의 저비용 고효율 안전관리 기법을 활용해 교육현장의 재난을 예방하고, 교육재정까지 절감하는 재난관리 최고 선도기관으로 우뚝 설 것입니다. 더욱 성장해 나가는 우리 재난공제회를 지켜봐 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박구병 회장은…

교육·연구시설의 재난 예방 및 피해복구를 위해 설립된 교육시설재난공제회 회장으로 지난해 8월 31일 취임했다. 대학에서 건축공학을 전공하고, 건축시공관리·건축구조공학으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한국산업단지공단 및 한국시설관리공단에서 건축실장·건설안전본부장으로 근무하면서 이 분야 최고 전문가라는 평가를 받았다. 삼풍백화점 붕괴, 우면산 산사태, 강변 테크노마트 흔들림 등 대형 재난현장 사고수습 및 복구를 지휘한 경력을 갖고 있다.

이낙진 기자 leenj@kft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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