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3 선거운동 허용 선거법 개정 즉각 중단하라”

2019.12.02 16:51:46

선거법 개정안 규탄 기자회견

“단순 선거연령 하향만 부각은 국민기만
교실 학생 보호 근본대책부터 제시해야”

 

 

[한국교육신문 정은수 기자] 한국교총 등 교육·시민사회단체들이 국회 본회의에 패스트트랙으로 부의된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교총과 17개 시‧도교총을 비롯한 교육, 시민, 학부모단체는 2일 국회 정문 앞에서 이와 같은 내용의 ‘고3까지 정치판 끌어들이는 만18세 선거법 반대 기자회견’을 공동 개최했다. 

 

이들 단체는 기자회견문을 통해 “법 개정안은 단순히 선거연령만 한 살 낮추는 것이 아니라 18세 고3 학생들에게 선거권을 주는 것은 물론 선거운동과 정당 가입 등 정치활동을 허용하고 있다”며 “그런데도 단순히 선거연령 하향만을 부각하는 것은 국민을 기만하고 여론을 호도하는 행태”라고 비판했다. 

이 때문에 교총 등은 그간 교실 정치장화 근절 및 학생 선거사범 예방‧보호 대책 마련, 성인 연령 하향 등과 관련한 민법, 청소년보호법 등 여타 법령‧제도와의 충돌 해소 및 정비 등을 줄기차게 요구해 왔다.

 

이들은 무엇보다 18세 선거법이 고3의 선거운동과 정당 가입‧활동을 허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국회가 학교·교실 정치장화에 대한 근절대책부터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최근 서울, 부산 등 전국에서 정치편향 교육 논란이 일고 있고, 2015~2019년 정치 중립 위반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은 교원이 292명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자칫 특정 정치세력이 학교를 정치장화하고 학생들을 정치 도구화 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이유다.

 

이와 관련해 헌법 제31조 제4항에는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 보장’이 명시돼 있다. 또한 교육기본법에는 ‘교육은 정치적‧파당적 또는 개인적 편견을 전파하기 위한 방편으로 이용되어서는 아니 된다’(제6조 제1항), ‘교원은 특정한 정당이나 정파를 지지하거나 반대하기 위하여 학생을 지도하거나 선동하여서는 아니 된다’(제14조 제4항)고 적시돼 있다.

 

이같은 정치중립 기조는 교육법이 처음 제정된 1949년 12월 31일부터 명기돼 있었다. 당시 교육법 제5조에는 ‘교육은 교육본래의 목적에 기하여 운영실시되어야 하며 어떠한 정치적, 파당적 기타 개인적 편견의 선전을 위한 방편으로 이용되어서는 아니된다’는 현행 교육기본법과 같은 조항이 있었다. 제78조에도 ‘교원은 어느 정당을 지지하거나 배격하기 위헤 학생을 지도 혹은 선동할 수 없다’고 했다.

 

이들 단체는 이어 “학생들이 특정 정당‧후보자를 지지, 반대하는 선거운동을 주도하거나 참여할 수 있게 되고, 찬반 갈등이 교실에서 본격적으로 표출될 수 있다”며 “보수, 진보라는 이념적 대립이 학교를 오염시키고, 정치권과 이념세력까지 학교로 들어온다면 그 후폭풍은 감내하기 어렵다”고 우려했다. 이어 “그럼에도 국회는 선거법 개정의 부작용과 역기능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고3 학생들이 선거사범으로 내몰릴 수 있는데도 아무런 예방‧보호대책이 없다는 점도 우려했다. 이들은 “유언비어 유포, 흑색 및 비방활동 등 수많은 선거 위반사례에 고3학생이 고스란히 노출되고, 진흙탕 선거 과정에서 자신의 판단이든 외부의 권유든 상관없이 선거법 위반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국회가 과연 고3 선거사범에 대한 예방‧보호대책을 검토조차 했는지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공직선거법 개정안에 따라 만18세가 성인으로 설정되는 것이 타법과 충돌한다는 문제를 제기했다. 법 개정안 제60조 제1항 제2호는 ‘미성년자’를 종전 만19세 미만에서 ‘만18세 미만’의 자로 낮춰 명시했다. 이 부분은 만19세부터 성인으로 명시해 만18세까지는 단독으로 법률상 유효행위를 할 수 없도록 한 민법과 충돌한다. 또 민법에 근거해 만19세 미만을 청소년으로 규정하고, 술‧담배 등 유해약물은 물론 유해업소, 유해매체로부터 보호하는 청소년보호법과도 배치된다. 이처럼 성년 연령 조정에 따른 부작용과 혼란 해소, 법령 정비에 대해 논의하고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것이 이들의 지적이다.

 

이들 단체는 “선거연령 하향은 수많은 관련 법령‧제도들과 상충될 수밖에 없고, 이 때문에 OECD 주요 선진국들은 선거연령 하향에 앞서 법령 정비와 학생 정치활동 가이드라인 마련 등 철저한 사전준비를 했다”며 “그런데 우리 국회는 파행만 거듭하다 총선 일정만 고려해 강행 처리에만 매몰돼 있고, 교육부는 학교에 엄청난 영향을 미칠 사안에 대해 지금까지 무엇을 했는지 실망스럽다”고 비판했다. 

 

이어 “고3 학생까지 오염된 정치판에 끌어들이는 어떠한 시도도 결단코 반대하며 총력 저지하겠다”고 결의하면서, 국회에 정치적 이해타산과 유불리에 경도된 18세 선거법 개정안 즉각 철회와 선거연령 하향에 앞서 정치선거로부터 고3학생을 보호하는 근본대책 마련 등을 촉구했다.

 

각 참여단체의 결의발언도 이어졌다. 박승란 전국시·도교교총회장협의회 회장은 “인헌고 사태에서 몇몇의 정치교사로 인한 학생들의 고통과 학교의 황폐화를 지켜보고 있다”면서 “이번 개정안은 전체 고교의 정치장화를 의미화하고 학생들의 신성한 배움터인 학교는 오염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임헌조 범시민사회단체연합 사무총장은 “아직 후진국형 정치를 모면하고 있지 못한 상태에서 오염된 정치를 아이들에게 고3 자녀들에게 고스란히 내보낼 수는 없다”면서 “만약 정치권이 졸속적으로 이 법안을 통과시킨다면 국민적 역사적 심판을 모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이종배 공정사회를 위한 국민모임 대표는 “고3 교실에 투표권이 주어진다면 인헌고 교사 같은 사람들이 가만히 있겠는가”라며 “학생들을 정치편향적으로 선동하고 선거운동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 법안에 찬성하는 의원이 있다면 끝까지 낙선운동해서 정치계에서 퇴출시키고 고소고발 통해 반드시 법적 책임 물을 것”이라고 했다.

 

최미숙 학교를사랑하는학부모모임 상임대표는 “지금처럼 교육감마저 정치적 중립성을 무시하고 학생들을 이용하고 교직사회마저도 특정 단체가 좌지우지하는 상황에서 선거권을 준다면 제2, 제3의 인헌고 사태가 일어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면서 “선거연령을 낮추고자 한다면 제도적 보완이 우선돼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경자 전국학부모연합 대표는 “이번에 인헌고 학생들이 ‘선생님들 우리를 정치노리개로 만들지 말아주십시오’, ‘우리는 정치적 홍위병이 아닙니다’ 이렇게 학교 안에서 외치고 있는 상황에서 학생들에게 정치편향 수업을 통해 선거가 가까워오면 누구를 찍으라고 말할 것이 불문가지”라면서 “이런 상황에서 이 꼼수법안을 통과시킨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김기수 바른교육권실천행동 대표는 “만18세 선거권은 OECD 국가에서도 있는데 우리와 학제가 다르다”면서 “어느 국가도 고교를 정치판화한 곳은 없다”고 했다. 이어 “선거연령을 하향하면 더불어민주당 지부, 민중당 지부가 전국 2500개교에 생길 것”이라며 “당장 법안을 철회하라”고 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한국교총 및 전국 17개 시‧도교총을 비롯해 △공정사회를 위한 국민모임 △바른교육권실천행동 △전국학부모단체연합 △학교를사랑하는학부모모임 △교육과학교를위한학부모연합 △공교육살리기학부모연합 △자율교육학부모연대 △대한사립중고등학교교장회 △학교바로세우기전국연합 △한국교육삼락회총연합회 △한국사립초중고법인협의회 △바른교육나라살리기운동연합 △바른교육전국연합 △바른교육학부모연합 △좋은학교운동연합 등 교육단체와 범시민사회단체연합을 비롯해 △글로벌에코넷 △21녹색환경네트워크 △K컬쳐서포터즈 △대한민국무궁화미술대전위원회 △독도칙령기념사업국민연합 △민생정책시민네트워크 △민주사회시민단체연합 △민주주의이념연구회  △바른태권도시민연합 △복지포퓰리즘추방국민운동본부 △(사)북한민주화위원회 △(사)사회안전예방중앙회 △삼일정신선양회 △(사)선진복지사회연구회 △선진통일연합 △아리수환경문화연대 △월드코리안포럼 △전국NGO연대 △좋은책읽기운동시민연합 △학교폭력예방범국민운동본부 △한강사랑시민연대 △한국발명운동연합회 △한국사회적경제포럼 △한국시민단체네트워크 △한국신변보호협회 △한국정치평론가협회, △(비)한국청소년본부 △환경과복지를생각하는시민의모임 △(사)환경과사람들 △환경문화시민연대 등이 참여했다. 

정은수 기자 jus@kft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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