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직 생활 연착륙 돕고픈 선배의 마음 담았죠”

2020.01.02 17:48:10

대제중 교사동아리 ‘따로또같이’
저경력 교사 위한 사례집 발간

 

선생님이 되길 꿈꾸고 꿈을 이룬 신규 교사들. 어렵고 힘든 과정을 거쳐 교단에 서지만, 학교 현장은 그리 녹록하지 않다. 학생들과 대화하는 방법, 학부모와의 관계, 동료 교사들과의 관계 등은 교직 수업과 책에서도 배울 수 없는 ‘실전’이기 때문이다. 수업과 학급운영을 혼자 해내야 하는 교사는 이 또한 차근히 익힐 기회가 없는 게 현실이다. 
 

충북 대제중 교사 동아리 ‘따로또같이’는 이 점에 주목했다. 저경력 교사들의 시행착오를 줄이고 교직 생활에 연착륙할 수 있는 조직 문화를 함께 만들어보자는 데서 모임을 시작했다. 엄재민 교사는 “‘교사로서 어떻게 해야 한다’는 정답은 없지만, 경험 있는 선배 교사들의 사례를 나누고 그중에 나에게 맞는 것을 선별해 참고하면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따로또같이’는 업무 능력 신장과 교사로서 자부심 강화를 목표로 삼는다. 업무 능력은 행정업무 처리 능력과 수업 능력을 말한다. 학기별로 간담회와 소규모 모임(작은 모임), 외부 워크숍 등을 진행한다. 간담회는 주제를 정해 발제하고 서로의 생각과 경험을 공유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올해 간담회 주제는 ‘갈등 관리’와 ‘관계 맺기’ 등이었다. 작은 모임에서는 함께 식사하면서 주제에 구애받지 않고 학교생활의 고충을 자유롭게 이야기한다.

 

엄 교사는 “‘괜찮아’ ‘다 겪는 거야’ ‘할 수 있어’… 자신을 믿어주고 격려하는 동료들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힘을 줄 수 있다는 믿음을 바탕으로 동아리를 꾸려가고 있다”고 했다. 
 

“업무 능력은 반드시 갖춰야 하는 영역입니다. 동료들의 도움을 받으면서 함께 배워가자는 거죠. 교사로서 자부심을 품는 것도 중요해요. 경험이 부족하니 실수도 잦을 거고, 아이들과 부대끼다 보면 직업인으로서 자긍심을 갖기도 전에 자존감이 꺾일 수도 있어요. 적응하지 못해 이탈하는 안타까운 상황도 발생하고요. 힘들고 어려울 때 함께하는 사람들이 옆에 있다는 게 큰 힘이 될 수 있을 거예요.”
 

최근 ‘따로또같이’는 저경력 교사를 위한 학교생활 사례집을 발간했다. 그동안 활동하면서 생각하고 메모한 자료들을 영역별로 정리하고 보충해 ▲학교업무, 학급운영, 교과 지도 등 학교생활 레시피 ▲진로 워크북 ▲교사 성장일기 등으로 내용을 구성했다. 동아리 소속 교사들의 실제 사례 58편을 소개하고 시행착오를 극복한 과정도 스토리텔링 형식으로 풀어냈다. 비록 유명한 출판사를 통해 출간한 책은 아니지만, 경력 교사들의 생생한 경험을 바탕으로 한 교직 생활 노하우를 꾹꾹 눌러 담았다.

 

엄 교사는 “책의 방향을 잡는 데 공을 들였다”며 “사례집은 사례를 기록한 것이지, 반드시 이렇게 해야 한다는 걸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나와 다른 이를 만나는 직업은 정답이란 게 없습니다. 우리가 가르치는 아이들 모두가 달라요. 학부모도 다르고 학교마다 여건도 다릅니다. 학교 현장은 명확한 기준이란 게 없지요. 하지만 교사들에게는 기회가 될 수 있어요. 다양한 시도를 해보고 자신만의 정답을 찾아가는 활동 자체가 의미 있다고 생각합니다. 누구든 읽어보고 ‘이 방법 괜찮은데?’ ‘나와 비슷한 경우야’라고 생각한다면 도움이 될 확률이 높아지는 것이죠. 일반화의 가능성 또한 높아질 거고요.”
 

후배들의 교직 생활을 도우려는 교사들의 자발적인 활동은 선배 교원들에게도 자극이 됐다. 이원희 대제중 교장은 “교사 동아리에서 후배들을 위한 사례집 발간 작업을 성공적으로 마친 점을 고맙게 생각한다”면서 “어려운 시기에 교직 생활을 하고 있는 전체 교사들을 위한 작은 선물이 됐으면 좋겠다”고 격려했다. 
 

‘따로또같이’의 사례집은 혼자가 아니라는 것, 우리도 너와 같은 고민을 하고 있고 했다는 것, 너보다 난 더 부족하고 사고뭉치였다는 고백을 저경력 교사들에게 귀띔한다. ‘교사는 결국 태어나는 게 아니라 만들어진다’는 메시지도 전한다. 엄 교사는 “우리끼리 공유한 비밀의 화원이 열린 느낌”이라고 했다. 
 

“우리 동아리의 시도가 전국 학교로 전파됐으면 해요. 우리의 자리는 우리가 만드는 거니까요. 필요한 선생님이 있다면 언제든지 연락 주세요. 즐거운 마음으로 보람을 느끼며 교사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도와드리고 싶어요. 매년 사례집을 업그레이드하는 걸 목표로 열심히 활동할 계획입니다."

김명교 기자 kmg8585@kft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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