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성 민원에 소송까지… 교권침해 양상 갈수록 심각해져

2020.05.13 09:51:11

교총, 2019 교권·교직 상담 활동보고서 발표

지난해 학폭 상담 총 513건 집계
학부모에 의한 침해가 46% 달해
교총 소송비 지원도 증가 추세
"교육활동 보호 위한 대책 시급"

중학교에 근무하는 A 교사는 2년 전 학생끼리 발생한 학교폭력 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민사소송에 휘말렸다. 점심시간, 학생 B와 C의 장난은 쌍방폭행으로 이어졌고 A 교사는 해당 사안을 학교폭력 전담기구에 신고했다. 양측 학부모는 합의하기로 하고 학교폭력으로 처리하지 말아 달라고 요청했다. 이후 합의가 원만하게 해결되지 않자 학생 B의 학부모는 학폭위 개최를 요구하는 한편, 학교 측에도 치료비와 위자료를 요구했다. 학교 측은 이를 거절했고, 해당 학부모는 A 교사에게 900만 원, 가해 학생 학부모에게 3000만 원 등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했다. 학교폭력 사안에 대해 학부모의 보상 요구에 응하지 않자 민사소송을 제기한 전형적인 교권침해 사건이었다. 
 

지난해에도 교단은 교권침해 사건으로 멍들었다. 교권침해로 인해 고통받고 있다며 한국교총의 문을 두드린 것만 513건에 달했다. 자녀지도에 대한 불만으로 고소·협박하는 등 학부모에 의한 교권침해가 절반 가까이였다. 
 

한국교총(회장 하윤수)은 13일 지난 1년간 교권·교직 상담 활동 결과를 담은 ‘2019년도 교권보호 및 교직 상담 활동보고서’를 발표했다. 지침서에 따르면 지난해 교총에 접수된 교권침해 상담 사례 건수는 총 513건으로 집계돼 10년 전인 2008년(249건)보다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최근 5년간 평균을 따지면 516건이나 된다. 
 

 

상담 접수 사례를 살펴보면, ‘학부모에 의한 피해’가 가장 많았다. 전체 사례의 46.39%(238건)가 학부모에게 피해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학부모에 의한 교권침해 건수는 2018년(243건, 48.50%), 2017년(267건, 52.56%)보다 다소 줄어들고 있지만, 침해 양상은 장기간에 걸쳐 반복·지속적인 경향을 보인다. 악성 민원·협박에 그치지 않고 민·형사 소송까지 이어지는 사례가 적지 않다는 게 이를 방증한다. 
 

학부모에 의한 교권침해 원인은 ‘학생 지도 불만’이 109건(45.80%)으로 가장 많았다. ‘명예훼손(57건, 23.95%)’과 ‘학교폭력 처리 관련(43건, 18.07%)’, ‘학교 안전사고 처리 관련(29건, 12.18%)’이 뒤를 이었다. 
 

교총은 “형법이나 정보보호법 등 현행법을 위반해 처벌받을 정도가 아니면 학교가 학부모에게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어려운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학교교권보호위원회의 분쟁조정 권한을 강화하고, 특히 개정된 교원지위법에 따라 관할 교육청은 피해 교원 요청 시 교권침해 당사자를 고발하는 강력한 조치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학생에 의한 교권침해도 크게 늘었다. 2018년 70건에서 지난해 87건으로 증가했다. ‘폭언·욕설’이 32건(36.78%)으로 가장 많았고, ‘명예훼손(24건, 27.59%)’, ‘수업 방해(19건, 21.84%)’, ‘폭행(8건, 9.20%)’, ‘성희롱(4건, 4.60%)’ 순으로 집계됐다. 
 

교총은 “제자에 의한 교권침해는 교원에게 큰 충격을 주고, 자존감을 상실한 교원이 결국 교단을 떠나게 만든다는 점에서 매우 심각한 문제”라며 “학생 지도 수단과 방법, 절차 등을 명확하게 마련해 무너진 생활지도 체계를 회복하고, 학생·학부모가 받아들일 수 있는 합리적인 수준의 처분 제도를 통해 교원의 정당한 교육활동을 보호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교권침해를 당한 교원을 구제하는 교총의 소송 지원도 매년 늘고 있다. 지난해 소송비 지원 건수는 59건으로,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교총 교권 사건 소송비 지원 현황에 따르면, 2015년에는 14건이었고, 2016년에는 24건, 2017년 35건, 2018년 45건으로 매년 10건 이상 증가하고 있다. 
 

하윤수 교총 회장은 “만연한 교권침해는 교사 개인의 인권을 넘어 학생의 학습권을 침해한다는 점에서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특단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교총은 매년 교권 및 교육활동 보호, 학생의 학습권 보호 등을 위해 교권침해 사건을 접수하고 상담·처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교권침해 예방 및 보호를 위한 법률자문 및 중재, 소송비 지원 활동 등도 전개한다. 

김명교 기자 kmg8585@kft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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