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보다 교육자… 지식창조형 전문가 양성에 앞장”

2020.06.19 17:15:19

[초대석] 김종우 한국교원대학교 총장

‘부활’ 직선제 당선… “관행보다 전향적 운영 기대 반영된 것”
초유의 사태 극복… “어려움은 발전의 계기가 될 수 있다”
불어교육학 교수… “카뮈는 말했다. 위기극복 열쇠는 연대”
교육계 대변화 예고… “교원임용·양성방향 함께 개선 필요”
교총에 MOU 제안… “미래지향적 교원양성 발전 공동모색”

[한국교육신문 한병규 기자] 코로나19가 빠르게 확산되던 지난 3월, 한국교원대 김종우 신임총장은 제대로 된 취임식 없이 임기를 시작해야 했다. 초유의 비상사태 속에서 교육계 핵심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 어려움은 말로 표현하기 힘들다.
 

16일 한국교원대 총장실에서 만난 김 총장은 “이중삼중의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고 털어놨다. 4차 산업혁명, 저출산 고령화 등 급변하는 교육환경에 맞게 학교의 변화를 준비해야 하는 시점에서 코로나 이후의 변수까지 고려해야 한다.
 

그러나 김 총장은 지금의 어려움이 혁신의 디딤돌이 될 수 있을 것으로도 전망한다. 그런 그는 최근 한국교총에 협력과 교류를 강화하자는 업무협약(MOU)을 제안했다.
 

김 총장은 불어교육학과 교수답게 프랑스 실존주의 문학을 대표하는 알베르 카뮈의 소설 ‘페스트’의 예를 들며 고전에서 답을 모색하고 있다. 그는 “획기적인 발전은 늘 어려운 시기에 있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이 어려움이 새로운 도약을 위한 계기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여기고 있다”고 했다.
 


 

―총장 직선제 부활 후 당선됐다. 구성원들의 마음을 어떻게 움직였다고 보는가.
 

“본부 보직을 거치지 않고 총장이 됐다. 그러나 보직을 맡지 않았을 뿐이지 여러 형태로 대학의 정책 결정과 운영에 참여해왔다. 교수협의회 사무총장과 의장을 지냈고, 그 과정에서 교수회평의회와 대학평의원회의 학칙 기구화를 주도하며 각각 초대 의장을 지냈다. 교수협의회나 대학평의원회 일을 하다보면 대학본부의 행정적 입장에 대해 여러 비판적인 견해를 개진하면서 좀 더 전향적인 입장에서 대안을 제시하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경청하는 태도와 결정된 일에 대한 추진에 대해 다양한 의견들을 조정해나가는 능력을 구성원들이 높게 평가해준 결과라고 본다.”
 

―조정 능력의 비결이라면.
 

“학창 시절 장폴 사르트르나 카뮈 등 실존주의 문학에 매료돼 불어불문학(서울대)을 전공했다. 실존주의 문학에서는 주어진 현실 속에서 직접 참여를 통해 답을 찾는 모습들이 그려지고 있다. 영화 ‘인터스텔라’에서 “우리는 답을 찾을 것이다”라는 대사가 나온다. 신은 우리에게 감당할 수 있는 만큼의 시련만 준다고 한다. 바꿔 말하면 모든 답을 찾을 수 있다고 볼 수 있다. 현실을 직시하고 사회적 연대의식을 갖는 게 중요하다.”
 

―초유의 사태에 대처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 같다.
 

“다행히 아직까지는 감염병과 관련한 어려운 일이 발생하지 않았다. 모든 분들이 조심을 거듭하며 잘 협조해준 덕분이다. 코로나19 상황은 우리가 지금까지 이야기해왔던 중요한 사회변화의 요인이자 결과인 4차 산업혁명 이상으로 여러 분야에서 혁명적인 인식의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본다.”
 

―그 변화에 대해 예상해본다면.
 

“코로나 사태로 인해 교육 전체가 온라인 비대면 교육으로 깊숙이 들어와 있다. 그동안 이로 인해 여러 어려움이 있었고, 이런 어려움이 하나의 상수가 되어가고 있는 느낌이다. 우리 교육은 코로나 상황 이전에도 이미 비대면 교육의 필요성과 효용성에 대한 깊은 논의를 진행해왔던 것이 사실이다.”
 

―시험까지 비대면으로 하다 보니 일부 대학에서 부정행위가 나오는 부작용이 있었다. 
 

“사실 예방하고자 한다면 방법은 있다. 그러나 교육자의 길을 택한 예비교사의 평가에 있어 건전한 양심에 호소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본다. 교수 시절 ‘작품 감상’ 리포트를 내줄 때 가장 첫 머리에 ‘이 과제는 제 스스로의 힘으로 쓴 것입니다’를 쓰게 했더니 신기하게도 표절 의심사례가 단 하나도 나오지 않았다. 일단 재학생에게 시험에 공정하게 임하겠다는 서약서를 받기로 했고, 비대면 시험과 관련한 매뉴얼도 교수님들에게 공유하긴 했다. 장기적으로 대학 자율화 측면에서 절대평가로 바뀌길 희망한다. 상대평가는 여러 모로 비교육적인 문제를 낳는다. 예를 들어 성실하지 못한 학생이 나오면 어떻게 해야 잘 이끌 수 있을지 고민하기 이전에 ‘하위점수를 줄 인원이 생겨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겠는가.”
 

―코로나19 이후를 포함한 미래교육의 변화상은 어떠할 것 같은지.
 

“앞으로 온라인 비대면 교육이 오프라인 교육의 보조자로 기능하는 것이 아니라 그 반대 상황이 일반화될 가능성이 있다. 그리고 이미 교육의 목표가 전문지식을 전달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이러한 지식을 활용하는 방식에 관한 것으로 바뀌었다. 교과목 간의 장벽이 소멸돼, 흔히 말하는 융합교육도 일반화될 것이다.”
 

―이런 변화에 따라 한국교원대의 방향은 어떻게 설정하는 게 바람직한가.
 

“우리 대학 구성원들에게 ‘미래교육을 선도할 지식창조형 교육전문가 양성’이라는 키워드를 던졌다. 단순히 엄격하게 구분된 교과지식을 전달하는 ‘교사’가 아니라 새로운 지식을 창조해내는 능력을 갖춘 ‘교육자’를 양성하자는 것이다. 우선 예비교사들에게 각 전공별로 합당한 온라인 교육역량을 함양하게 하는 교육과정을 마련하도록 할 것이다. 방학기간 중에 이뤄지는 교육대학원 강의의 상당부분을 온라인 강의로 전환하는 일을 이미 진행하고 있고, 다행스럽게도 우리 대학은 이를 염두에 두고 오래 전부터 온라인교육을 위한 인프라를 갖춰왔다. 이번 학기를 거치면서 여러 가지 방식을 실험적으로 도입했는데, 이제는 어느 정도 안정화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할 수 있다.”
 

―교원 양성과정은 임용방식에 많은 영향을 받는다. 이는 어떻게 개선돼야 할까.
 

“교원양성방식이 현행 교원임용제도의 틀에 의해 좌우되는 현실은 안타깝지만 이는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다. 우리가 가르치고 싶은 커리큘럼이 있어도 임용제도 때문에 한계가 따른다. 그러나 최근에는 지식이 워낙 급박하게 변하기 때문에 유·초·중등 과정에서 10여 년 동안 배운 지식만으로는 세상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모든 것을 감당할 수가 없다. 결국 인간은 평생 스스로 삶에 필요한 지식을 창조해나갈 수 있어야 한다. 미래사회 교사의 임무는 그런 창의성을 길러줘야 한다. 이제 분절된 교과의 내용이 아니라 여러 분야를 융합할 수 있는 창의력이 필요한 것이다. 현행 임용시험은 교사의 사회문화적인 변화에 대처하는 역량, 융합적인 사고를 하는 역량, 다문화, 국제화 역량을 평가하지 못하고 있다. 당장의 제도적 변화가 어렵다면 현행 틀 안에서 가능한 방법을 찾아야 한다. 전공교과지식을 평가하는 1차 시험을 자격고사화 하고, 예비교사의 다양한 역량을 평가하는 면접과 수업시연 등 2차 시험을 강화하는 방식이 필요하다. 아울러, 임용에 있어 현장성을 더 강화하는 방안이 모색돼야 할 것 같다.”
 

―지식 주기의 변화로 이제 생애주기 몇 차례는 직업 전환을 고려해야 할 것 같다. 교원양성도 평생·직업교육 분야의 강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 문제는 우리 대학의 태생적인 한계와 관련된 것이어서 여러 어려움이 있지만 이제 우리나라 교육의 새로운 모델을 창조한다는 입장에서 영유아 교육, 예비·현직·퇴직교사 교육, 평생교육 전체를 포괄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요람에서 무덤까지’ 모든 유형의 교육을 감당한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기왕에 운영하고 있는 종합교육연수원을 통해 평생교육체제를 도입할 예정이다. 직업교육과 관련해 몇 가지 검토하고 있는 방안은 직업능력개발원과의 협력을 통한 공동연구, 인근 대학과 컨소시엄 형태를 통한 직업교육 교사 양성, 한국기술교육대와의 협력을 확대하는 방향 등에 대해서 논의를 진행할 생각이다. 우리 대학의 한계로 인해 현 단계에서는 만족스런 방안을 찾을 수 없는 형편인데, 여러 사람들의 의견을 구하도록 하겠다.”
 

―한국교원대는 한국교총과 교원연구 분야에서 밀접한 관계를 맺어왔는데, 최근 MOU까지 제안했다고 들었다. 양 기관의 관계 증진이 기대된다.
 

“사실 한국교총과 한국교원대학교는 각자의 위치에서 최고의 영향력을 행사해왔다. 한국교육계에서 긴 역사를 자랑하는 양 기관은 수년 전부터 활발한 교류를 하고 있다. 한국교총이 주관하는 전국교육자료전 자료들을 우리 대학에서 전시하는 행사를 공동으로 진행하고 있다. 최근 하윤수 교총 회장님을 만난 자리에서 지금까지 산발적으로 여러 단계에서 교류하고 협력해온 부분에 대해 더욱 체계적이고 실질적으로 진행하고 싶은 마음에 내가 먼저 MOU를 제안했다. 이 교류협정서에는 전국교육자료전 정례 개최, 자료전 개최의 실질적 성과 제고, 양 기관 호혜를 위한 상호협력 및 지원, 미래지향적 교원양성대학 발전방안 공동모색 등의 내용이 담길 것이다. 양 기관의 협력은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되는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우리 동문 교원들 중 다수가 교총 회원이자 한국교육신문 독자인데, 이참에 더 관심을 갖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 

한병규 기자 bk23@kft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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