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 취지 어긋나” vs “안전한 학교 만들 것”

2021.01.15 09:14:34

중대재해법 제정 교육계 반응

교총 “일반 사업장 취급 유감”
서울·충남·대전 “교육감 책임”

전교조 “관리·감독 강화 기대”
제주 “교원단체 등 논란 제기”

중대산업재해 대상에 학교를 포함한 중대재해법이 제정됐다. 한국교총과 교육감 다수는 학교의 특수성을 반영하지 않은 법으로 인한 교육활동 위축을 우려했했지만, 전교조와 이석문 교육감 등은 안전한 학교에 대한 기대를 밝히며 현장 정서와 괴리를 보였다.

 

한국교총은 8일 학교를 중대산업재해 대상에 포함한 중대재해법이 제정되자 즉시 입장을 내고 “교육기관인 학교를 일반 기업, 사업장으로 취급해 중대산업재해 처벌대상에 포함시킨 것은 유감”이라며 “이미 교육시설안전법 등에 책무와 처벌 규정이 있는 학교의 특수성을 무시하고, 교육활동의 위축을 초래할 수 있는 중대한 법안을 교육계와 논의 없이 처리한 것은 절차적으로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교총은 이어 “교육부와 교육청은 향후 시행령 제정과 지침, 매뉴얼 마련 시 이 같은 현장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해 학교와 교원이 교육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교총도 법 시행 유예 기간 중에 보완입법을 요구하기로 했다.

 

반면 전교조는 “학교에서 재해 발생 가능성에 대한 면밀한 조사가 이뤄지고 관리·감독이 강화될 것”이라며 “학교가 더 안전한 공간이 될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전교조는 이에 앞서 8일 학교를 중대시민재해 대상에서 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제1소위원회의 대안에 대해서도 “누더기 법안 폐기하고, 모든 노동자들을 위한 온전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즉시 제정하라”고 밝힌 바 있다.

 

교육감들도 입장이 갈렸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도 입법 당일 학교장들에게 문자를 보내 “학교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고 학교장을 중대산업재해의 적용 대상에 포함하는 것은 중대재해법의 취지에 맞지 않다”고 밝혔다.

 

이어 “교장에게 실질적 예산권이 없기 때문에 시행령 제정 시 교육감이 중대산업재해의 책임자로서 책임을 지고, 학교장의 책임 범위가 최소화되도록 구체적인 조문을 넣는 것이 중요하다”며 후속 입법을 통한 보완을 주장했다.

 

김지철 충남도교육감은 12일 신년 기자회견을 통해 “교육활동 공간이라는 특수성이 덜 반영된 거 같아 안타깝다”며 “교육활동이 위축돼선 안된다”고 밝혔다. 김 교육감도 조 교육감에 이어 시행령에 교육감이 책임을 지는 시행령 제정을 요청하기로 했다.

 

설동호 대전시교육감도 14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같은 입장을 밝혔다. 그는 특히 “학교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고 학교장을 중대재해의 적용 대상에 포함하는 것은 문제가 있어 시도교육감협의회에서 이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반면, 이석문 제주도교육감은 “법 취지를 반영해 안전한 학교 현장을 만드는 것이 최우선”이라며 “학교와 협력을 충실히 하면서, 안전한 학교 현장 실현에 최선의 노력과 지원을 하겠다”고 밝혀 현장 정서와 괴리를 보였다.

 

그는 현장의 반발에 대해서는 “교원단체를 중심으로 학교를 사업장으로 볼 수 있느냐며 논란이 나오고 있다”며 일부 의견으로 치부했다.

 

이 교육감의 온도 차에도 교육감들은 14일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총회에서 뒤늦게 현장의 정서를 반영해 “시행령 제정 시 적용대상에서 학교장 제외를 명문화해줄 것”을 촉구하는 특별결의문을 채택했다.

정은수 기자 jus@kft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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