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 자녀교육, 멀리 보고 크게 생각해야”

2021.07.29 18:23:25

‘초3 공부가 고3까지 간다’ 펴낸
박은선 경기 태장고 교사 인터뷰

고교 교사가 말하는 초등교육의 방향
기본에 충실한 아이들, 흔들리지 않아
고교까지 이어지는 잘 잡힌 습관 중요

 

[한국교육신문 김명교 기자] 누가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 공부 계획을 세우고, 꾸준히 실천하는 능력을 자기주도학습 능력이라고 한다. 학업 성취도가 높고 좋은 성적을 받는 학생들에게서 공통적으로 관찰되는 것이 바로 자기주도학습 능력이다. 하지만 학습 주도권을 갖고 자기 공부를 이끌어가는 힘은 하루아침에 생기지 않는다. 제때 준비를 시작해 꾸준히 실천하는 방법밖에는 없다. 꼼수가 통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초등학생 자녀를 둔 엄마이자 고등학교 교사인 박은선 경기 태장고 교사도 이 부분에 주목했다. 10년 넘게 중·고등학교 교육 현장에서 꿈을 위해 묵묵히 자기 공부를 이끌어가는 학생들을 지켜본 결과, 이 힘을 발견했다. 박 교사는 “엄마 주도로 끌고 가는 공부는 고등학교에 가서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면서 “진짜 공부는 고등학교에 가서 시작된다”고 설명했다.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해서 보니 초등교육에 로드맵이 있더군요. 로드맵에 맞춘다고 생각하니 할 게 넘쳐났습니다. 하지만 목표 없는 공부를 시키고 싶진 않았어요. 시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똑똑하게 공부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었습니다.”
 

박 교사는 ‘고3 시기의 잘 잡힌 습관’을 자녀교육의 최종 목표로 삼았다. 사교육 도움 없이 공부·생활 습관을 만들어주기 위해 노력했고 블로그를 개설해 기록해나갔다. 같은 고민을 가진 초등생 학부모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었다. 최근에는 교사로서의 경험과 자녀교육 이야기를 담은 자녀교육서 ‘초3 공부가 고3까지 간다’도 펴냈다. 그는 “중·고등학교 현장 경험을 토대로, 초등 자녀교육의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돕고 싶었다”고 전했다. 
 

왜 초등학교 3학년의 중요성을 강조했을까. 박 교사는 교육과정 이야기를 들려줬다. 초등학교 1·2학년 교육과정은 유치원에서 시작한 누리과정의 연장선이지만, 초등학교 3학년에 올라가면서 고등학교 교육과정과 비슷한 형태로 각각의 과목을 배운다는 것이다. 박 교사는 “초등학교 3학년은 본격적으로 공부가 시작되는 시기”라며 “공부 습관을 들이고 기초를 다지는 출발점인 셈”이라고 말했다. 
 

초등 시기의 공부 습관을 ‘이유식’에 비유했다. 아기가 음식을 먹기 위해 이유식 단계를 거치고 적응하는 것처럼, 공부라는 밥을 잘 먹기 위해 습관 만들기라는 이유식 단계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처음 이유식을 시작할 때 소화가 잘되는 쌀가루로 미음을 만들어 먹이듯, 아이가 소화할 수 있는 양으로 시작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박 교사는 ▲40분 수업에 집중하기 ▲매일 시간을 정해 놓고 정해진 분량의 학습을 통해 성취감 맛보기를 소개했다. 그는 “일상의 습관이 고등학교 시절 공부 습관의 기초가 된다”면서 “멀리 보고 크게 생각해야 한다”고 했다.
 

“공부 습관을 잡겠다고 아이를 잡으면 큰일 납니다. 아이를 독립된 주체로 보고, 아이의 속도를 인정해야 해요. 다른 아이와 비교도 하지 말아야 합니다. 아이들은 힘이 들면 신호를 보내요. 그 신호에 적극적으로 반응하고, 아이의 편이 돼줘야 합니다.”
 

여름방학을 맞아 아이들이 몰입을 경험해봤으면 좋겠다고 했다. 아이들의 의사에 상관없이 부모가 방학 계획을 세우기보다 자유시간을 주고 좋아하는 것에 몰입할 시간을 선물하라는 것. 박 교사는 “부모의 역할은 아이가 필요하다는 것들을 옆에서 지원하기만 하면 된다”고 귀띔했다. 
 

“입시가 변해도 교육의 본질은 변하지 않아요. 변화하는 교육시스템은 아이들의 개별성을 존중하며 주도적인 인간으로 성장하기를 바랍니다. 기본에 충실한 아이들은 입시제도가 어떻게 바뀌어도 흔들리지 않을 거예요. 이 책을 덮으면서 ‘기본은 학교 공부, 바탕은 올바른 습관, 배경은 믿어주는 부모’가 떠올랐으면 좋겠어요.”
 

한편, ‘초3 공부가 고3까지 간다’는 초등 공부 습관을 만드는 방법과 함께 학생부의 영역별 대비법을 설명하고, 새로 도입되는 고교학점제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공부 효과를 높일 수 있는 엄마와 아이의 생활 습관도 다룬다. 

김명교 기자 kmg8585@kft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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