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석] “전문대학은 새로운 도전이자 나만의 학습 무대가 될 것”

2021.09.29 11:45:59

[초대석] 남성희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회장
미래사회 키워드는 능력과 실력…흥미 지속 가능한 전공 선택 필요
전문기술석사제도 도입으로 전문대학에서 석사 학위 취득 가능해져
고등직업교육에 대한 국가책무성 강화, 평생직업교육대학 육성 제안

 

"무슨 일을 할 수 있느냐가 중요한 시대가 됐습니다. 미래 사회를 주도할 키워드는 능력과 실력이지요."

 

남성희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회장은 학벌 같은 간판보다는 개개인이 실제 발휘할 수 있는 역량이 중요한 시대가 이미 도래했다고 강조했다. 남 회장은 최근 서면 인터뷰에서 이 같은 시대상에 맞는 인재 육성에 적합한 교육기관이 '전문대학'이라며, 지속적으로 흥미를 갖고 신명을 다할 수 있는 전공을 선택할 것을 권했다. 고등교육 정책과 관련해서는 국가 책무성 강화와 지역거점 평생직업교육기관 육성 등을 주요 과제로 꼽았다.

 

최근 임시총회에서 대선공약 과제를 논의했는데 기본방향은?

내년 대선에 대비해 3가지 어젠다와 8개 세부 과제를 마련했다. 첫 번째 어젠다는 ‘4차 산업혁명 대비 고등교육체제 혁신’이다. 고등교육체제를 학문연구중심대학과 직업교육중심대학으로 재구조화하고 고등직업교육의 수업연한을 다양화할 것과 한계 사학의 퇴로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세부과제다. 두 번째 어젠다는 ‘전문대학을 지역거점 평생직업교육기관으로 육성’하는 것이다. 전문대학이 평생직업교육기관으로 자리매김할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 기초지자체와 전문대학 연계를 기반으로 한 지역혁신체계를 구축하고, 지역 특화산업을 연계해 유학생 유치를 확대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세 번째는 ‘고등직업교육에 대한 국가 책무성 강화’로 고등교육재정교부금제도 도입과 성인학습자 평생‧직업교육 장학금 지원을 제안했다. 결론적으로 전문대학이 미래 사회·경제적인 변화에 맞춰 우리 사회에서 담당해야 하는 역할과 향후 고등직업교육이 나가야 할 방향을 체계적으로 정리했다고 할 수 있다.

 

전문대학의 재정 상황에 대해 듣고 싶다.

13년째 이어진 등록금 동결과 입학금 폐지, 대학 구조개혁 평가 등에 따른 입학정원 감축, 상대적으로 부족한 재정지원 등의 영향으로 전문대학의 재정 상황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전문대학의 전체 재정 규모는 약 5.7조 원으로 일반대학의 약 18% 수준에 불과하고, 등록금이 주 재원인 교비회계 비중도 더 높다. 이처럼 일반대학과 전문대학 간의 재정 구조와 규모의 격차가 큰데도 일반대학과 동일하게 등록금 등을 규제하고 정원도 전문대 위주로 감축됐다. 전문대학의 등록금 수입은 2008년보다 1037억 원정도 줄었다. 최근 12년간 소비자물가상승률이 24.7%인 점을 감안하면 약 6569억 원가량 감소한 셈이다. 반면 인건비나 관리운영비 등 지출은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이런 전문대학 재정 운영과정에서의 경직성 경비 비중 확대 추세는 대학 운영과정에서 가용재원의 부족을 초래하여 기자재 및 도서 구입, 교육환경 개선 등 직접교육비의 축소를 야기할 수밖에 없다. 재정 확충을 통한 교육여건의 개선이 시급한 실정이다.

 

그러면 재정 개선을 위해 필요한 정부 지원책은?

전문대학의 평생직업교육기능 확대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성인 친화적인 직업교육 환경을 구축해야 한다. 단기적으로는 현재의 재정 구조와 틀을 유지하는 선에서 혁신지원사업비와 3단계 LINK 사업비를 증액하고, 지역사회·중소기업과 연계한 평생직업교육 강화를 위한 고등직업교육 거점지구 신설 사업 등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 중장기적으로는 특별회계제도나 고등직업교육교부금 제도를 도입하고 평생직업교육장학금제도를 신설해야 한다. 무엇보다 전문대학을 평생직업교육대학으로 인식하고 변화를 주려는 정부의 추진안이 꾸준히 이어져야 할 것이다. 미국의 ‘커뮤니티 컬리지’(전문대학)는 대부분 공립이나 주립으로 학비를 국가가 지원한다. 우리도 국가가 책임지는 직업교육으로 방향을 잡아야 한다.

 

이번 대학기본역량진단 결과에 대해 평가한다면?

전문대학의 자구노력이 훼손됐다는 점이 아쉽다. 그동안 대학들은 특성화와 교육여건 개선을 위해 노력했다. 특히 전문대학은 정부의 대학구조개혁에 따라 최근 10년간 입학정원을 약 6만 명(약 27%)가량 대폭 감축하는 등 상생을 위해 노력했음에도 그에 대한 평가가 없었던 점은 아쉬움이 크다. 지역 실정이 반영되지 않은 것도 문제다. 지역별 미선정 비율이 10%~32%로 편차가 컸다. 특히 일부 권역은 대부분 대학이 미선정됐다. 이 지역은 거의 모든 대학이 소규모고 지역 경제기반도 취약하다. 서열화된 평가로 국비 지원을 제한하면 그 피해가 학생들에게 돌아갈 뿐 아니라 지역 경제에도 심각한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미선정 대학이 과도한 지역에 대한 별도 구제방안이 반드시 필요하다. 결론적으로 대학 진단평가로 전문대학을 서열화하여 획일적으로 구조조정하지 말고 지역 상생에 기반한 평생직업교육기관으로서의 역할을 강화할 수 있도록 전문대학에 대한 재정지원을 꾸준히 확대해 나가려는 정부의 의지가 반드시 필요할 것이다.

 

산학협력이 전문대학에서 특히 더 강조되는 이유는?

전문대학의 모토가 경제·사회 변화에 발맞춰 산업현장이 요구하는 현장맞춤형 인재를 양성하는 것이다. 산업현장, 지역사회와 연계해 산학협력을 강화하는 것은 전문대학의 강점이자 특징이다. 급변하는 산업 패러다임 속에서 중소기업의 대응 능력을 기르려면 만성적 인력난을 해소해야 한다. 특히 인력난이 심한 비수도권에서는 지역사회 정착 비율이 높은 전문대학 졸업생과 지역특화산업에 기반한 중소기업을 긴밀히 연결하는 협력모델 개발이 중요하다. 결국 전문대학에서 양성된 인재가 타지역으로 유출되지 않고 지역 발전을 이끌도록 전문대학과 중소기업, 지자체를 연계하는 선순환 구조를 향후 우리 경제의 성장모델로 만들어야 한다.

 

이번에 도입된 전문기술석사는 어떤 제도인가?

전문기술석사과정 설치 운영 근거를 마련한 ‘고등교육법’ 및 하위 법령 시행(2021.9.24.)에 따라 수립됐고 2022학년도부터는 전문대학도 첨단(신기술) 분야, 산업체 수요 분야 등에서 전문기술석사 과정을 운영할 수 있다. 전문기술석사과정은 학사 학위를 소지하고 관련 분야 재직 경력 3년 이상인 사람이 입학할 수 있다. 논문 외 특허출원, 산업체와의 연구과제(프로젝트) 결과물 등을 제출하면 학위 취득이 가능하다. 쉽게 말해 명장기술대학원을 만들어 일반대학에 없는 전공을 한 학생이 전문대학에서 석사 학위까지 취득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전문 기술과 기능을 보유한 전문직업인이 직업교육을 통해 고숙련 전문가로 성장할 기회가 마련됐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학생과 학부모, 고교 교사 등이 알았으면 하는 전문대학의 특징과 매력은?

전문대학에는 일반대학에 없는 전공을 선택해 그 분야의 전문직업인이 되거나 일찍 사회에 진출하려는 학생들이 입학하며, 전문대학은 이들에게 직업교육을 통해 건실한 전문직업인으로 성장할 기회를 제공한다. 지난 2018년 미국 대학 졸업생 연봉 1위를 차지한 대학은 총학생 수가 844명밖에 되지 않는 소규모 대학 ‘하비머드 칼리지’라고 한다. 미국의 최고 명문 아이비리그 대학 중에는 하버드대와 프린스턴대만이 10위안에 이름을 올렸다. 조지타운대 연구팀 앤서니 카니발은 “‘어느 대학을 가야 하는가’라는 것은 더 이상 크게 중요하지 않다. 그보다는 ‘무엇을 공부할 것인가’가 더 중요한 상황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것이 바로 거스를 수 없는 세계적 흐름이다. 미래를 열심히 준비하는 학생들과 학부모, 고교 상담교사님들에게 꼭 해드리고 싶은 말은, ‘무슨 일을 할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한 시대가 됐다는 것이다. 미래 사회를 주도할 키워드는 능력과 실력이다. ‘자신이 신명을 다해 잘 할 수 있고 지속적으로 흥미를 갖고 할 수 있는 전공을 선택하라’고 말하고 싶다.

 

끝으로 향후 계획은?

앞으로 전문대학은 인구 고령화 추세, 성인 학습자 증가 등 경제 사회 구조 변화에 맞춰 베이비붐 세대의 인생 이모작을 위한 재직자 재교육, 경력 단절자와 실직자의 재취업 교육, 소외계층을 위한 직업교육 등을 통해 평생·직업교육기관으로서의 역할도 해나갈 계획이다. 자신만이 할 수 있는 잡(JOB)과 전문화된 영역에서 프로가 되고 싶은 학생들 그리고 인생 이모작‧삼모작을 준비하는 세대들에게 전문대학은 새로운 도전이자 나만의 고등직업교육 학습 무대가 될 것이다. 

 

 

남성희 회장은…

△KBS(한국방송공사) 아나운서 △대구보건대학교 총장 △국무총리실 정부업무평가위원회 위원 △대통령소속 지방자치발전위원회 위원 △(사)한국전문대학법인협의회 회장 △AUAP(아시아·태평양대학협의회) 회장 △대한적십자사 중앙위원회 위원

강중민 기자 jmkang@kft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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