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문화] 뜨거운 안녕

2022.06.13 09:17:50

 

엔데믹과 함께 공연계도 활기를 되찾고 있다. 장르를 불문하고 다양한 작품이 무대에 오르며 관객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다채로운 작품 사이에서 어떤 공연을 고를지 고민될 때 '우선예약' 버튼을 눌러야 하는 두 작품을 소개한다. 이번 공연을 마지막으로 안녕을 고하는 뮤지컬 <서편제>와 <아이다>다.

 

뮤지컬 <서편제>

 

뮤지컬 <서편제>의 마지막 막이 오른다. 작품은 소설가 이청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2010년 처음 관객과 만났다. 초연 당시 한국 공연계를 대표하는 창작진들이 의기투합한 작품으로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수많은 히트곡을 탄생시킨 스타 작곡가 윤일상, 감각적이고 스타일리시한 감각의 대명사 연출가 이지나, <베르테르> <내 마음의 풍금> 등을 탄생시킨 극작가 조광화, '작은 거인' 음악감독 김문정 등 내로라하는 이들이 모였기 때문이다.

 

뮤지컬은 송화와 의붓 남동생 동호, 이들의 아버지 유봉의 유랑으로 시작된다. 송화와 동호는 소리를 놀이 삼아 떠난 여정에서 마음을 나누지만, 동호는 유봉과의 갈등으로 자신만의 소리를 찾아 떠난다. 50년 만에 눈이 먼 송화를 만나고 과거의 이야기 속으로 들어간다. 작품은 팝, 록, 발라드, 판소리 등 다채로운 장르의 음악으로 소리꾼들의 절절한 심경을 녹여낸다. 이들의 인생길을 표현하는 듯한 회전 무대와 한 폭의 수묵화를 연상케 하는 영상과 조명, 한국적 정서를 현대적으로 풀어낸 군무는 <서편제>에서만 볼 수 있는 감동을 선사했다. 등장인물들이 예술가로서 각자가 선택한 길을 걸어가며 겪는 아픔과 외로움은 세대를 뛰어넘어 자신의 길을 찾아 헤매는 관객들의 마음에 공감과 감동을 안겼다.

 

<서편제>는 10년 간의 원작 사용 시간이 만료돼 이번 공연을 마지막으로 막을 내린다. 제작사는 그간 작품을 아껴온 창작진과 관객들에게 기념이 될 수 있는 무대를 꾸미겠다는 포부다. 초연부터 모든 시즌에 참여해온 이자람, 차지연이 이번 공연에서도 송화 역을 맡아 의미를 더한다. 또 <미스트롯>을 통해 호소력 짙은 목소리로 사랑받은 홍자, 양지은, 홍지윤이 송화 역을 맡아 처음으로 뮤지컬 무대에 도전한다. 자신만의 소리를 찾아나서는 동호 역에는 배우 김동완, 송원근과 국립창극단의 김준수, SF9 재윤이 캐스팅됐다.

8.12~10.23 | 광림아트센터 BBCH홀

 

뮤지컬 <아이다>

 

뮤지컬 <아이다>는 코로나19로 운 좋게(?) 다시 한번 관객을 만나게 된 작품이다. 작품의 원제작사인 디즈니 씨어트리컬 프로덕션이 작품 재정비를 위해 현재 버전의 공연을 결정했기 때문이다. 2019~2020년에 선보인 공연은 '그랜드 피날레'라는 이름으로 마지막 시즌을 예고했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팬데믹으로 완벽한 마무리를 짓지 못했고, 이러한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다시 한 번 무대 위에 오르게 됐다.

 

뜻밖의 관람 기회를 놓치면 안 되는 이유는 많다. 우선 전설적인 거장 엘튼 존과 팀 라이스의 작품이라는 점. 뮤지컬 <라이온 킹>을 탄생시킨 이들은 시대와 역사를 초월한 사랑을 표현하는 아름다운 음악을 완성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 결과 작품의 장대한 스케일에 걸맞게 도시적 느낌의 세련된 락, 가스펠, 발라드 등 어느 한 장르에 국한되지 않은 다양한 스타일의 음악으로 <아이다>에 현대적인 감각을 입혔고, 토니상 음악상과 그래미상 베스트 뮤지컬 앨범상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화려한 볼거리 역시 빼놓을 수 없다. 작품에는 무대와 조화를 이루는 800여 벌의 의상과 60여 개의 가발, 900개의 고정 조명과 90대가 넘는 무빙 라이트가 만들어내는 섬세하고 아름다운 빛이 무대를 수놓는다. 무대 세트만 40톤 컨테이너 9대 분량에 무대 설치 기간에만 4주 이상이 소요되는 그야말로 블록버스터급 스케일이다.

뮤지컬 <아이다>는 나라 간의 갈등, 민족의 투쟁, 인종 차별 등 현대를 살아가는 관객들도 공감하는 비극 위에서도 운명과 같은 사랑을 하는 아이다와 라다메스를 통해 큰 울림을 선사한다. 고귀한 누비아 공주 아이다 역에는 윤공주, 전나영, 김수하가, 사랑하는 여인을 위해 모든 것을 버리는 이집트 장군 라다메스 역에는 김우형, 최재림이 캐스팅됐다. 5.10~8.7 | 블루스퀘어 신한카드홀

김은아 공연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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