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교사를 위한 AI 지원시스템 어디까지 왔나

2023.10.10 10:30:00

사회의 여러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교육계는 작년 말 OpenAI가 출시한 챗GPT로 인해 올 초부터 몹시 소란스러웠다. 챗GPT는 물어보면 뭐든지 척척 답해주고(가끔 거짓 정보를 만들기도 하지만), 수많은 다양한 업무를 수행해 줄 수 있는, 그야말로 우리가 상상하던 인공지능과 비슷한 개체였다.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챗GPT가 대부분의 언어를 참으로 자연스럽게 구사한다는 점이었다. 몇 년 전 챗GPT1 개발 때부터 보고 있었는데도 이것은 실로 놀라운 기술의 발전이었다.

 

필자가 박사학위 과정을 밟고 있던 2000년대 초반 어느 날 공학 전공자들과 음성인식기술에 대해 이야기할 기회가 있었다. 필자는 언어교육을 전공했던지라 언젠가 기술이 발전해서 로봇이 인간처럼 대화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기고, 그래서 외국어교육이 필요 없어지는 시대가 혹시라도 오게 될지 질문하였다.

 

그때 그들의 답변은 “당신 살아생전에 기계가 인간처럼 말을 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었다. 그러나 실상은 달랐다. 그로부터 15년도 지나지 않은 2016년에 구글이 Google Assistant를 출시했을 때도 상당한 충격이었는데, 챗GPT는 이보다 열 배는 더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챗GPT가 출시된 이후 필자가 속해있는 각종 커뮤니티·소셜네트워크에서는 온통 챗GPT의 이야기로 도배되기 시작했다. 챗GPT로 대표되는 인공지능이 교육에 미치고 있는(또는 가까운 미래에 미칠) 영향은 가늠하기 어렵다. 교육에 독이 될지 약이 될지도 속단하기 어려우나, 모든 도구가 그러하듯이 결국은 우리가 인공지능이라는 도구를 어떻게 사용하는지에 따라 그 도구의 가치가 결정될 것이다.

 

인공지능에 대해 여전히 많은 우려가 존재하고 있지만, 인공지능을 교육에 접목하여 교육 효과성을 제고하고 더 많은 학생이 혜택을 누릴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바탕으로 교육에서도 이미 여러 형태의 많은 시도가 행해지고 있다.

 

교육에서 인공지능은 다양한 목적으로 활용 가능하지만, 그중에서 가장 주목받는 분야가 ‘학습자 맞춤형 교육’이다. 사실 학생들에게 개별 맞춤형 학습을 제공하는 것은 교육의 오랜 염원이었다. 그러나 다양한 특성을 지닌 다수의 학생을 가르쳐야 하는 교실 상황에서 이는 실현되기 어려운 목표였다.

 

인공지능 기술이 도입되면서 부분적으로나마 학습자 맞춤형 교육을 실시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리게 되었고, 일부 선진국에서는 이미 도입하고 있다. 일례로 우리에게도 친숙한 칸아카데미에서는 ‘칸미고’라는 AI 튜터를 도입하여 학습자가 개별적으로 질문하고, 설명을 들을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맥그로힐 출판사에서 개발한 ALEKS라는 AI 기반 플랫폼에서는 학습자 수준을 진단하여 개별 맞춤형 학습내용을 자동으로 큐레이션하여 제공한다. 이러한 추세에 발맞추어 교육부는 2025년도를 목표로 AI 디지털교과서 도입을 발표하고 이에 대한 청사진을 제시하였다(교육부, 2023a). AI 디지털교과서의 핵심은 인공지능을 포함한 지능정보기술을 활용하여 ‘학생 개인의 능력과 수준에 맞는 다양한 맞춤형 학습기회를 지원’하는데 있다(교육부b, 2023, p.12). 

 

인공지능을 교육에 도입함으로써 영향을 받게 되는 대상으로 학생들만 생각하기 쉬운데, 그 현장 한가운데는 교사들이 있다. 교육이 인간을 이해하고 서로 교감하는 것이 극도로 중요한 ‘인간적인’ 행위라는 것을 고려할 때 교육에서 인공지능의 역할은 극히 제한적일 것이고, 교사의 역할은 여전히 어떤 의미에서는 인공지능시대 이전보다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그 역할 중 하나가 인공지능이라는 도구에서 교육적 혜택을 이끌어낼 인공지능 수퍼사용자로서의 역할이 될 것이다. 그러나 많은 이에게 인공지능은 여전히 높은 벽이고, 모든 교사에게 이 역할을 위해서 인공지능 리터러시를 높이라고 요구할 수는 없을 것이다. 

 

더욱이 최근 공교육 내에서 몇 가지 AI 기반 학습프로그램이 도입되기 시작했으나, 인공지능이 교사의 맞춤형 수업설계를 도와주는 경우는 찾아보기 어렵다. 이러한 문제들을 다소나마 해결하기 위하여 교사가 사용하기 편리한 교사지원 AI 시스템 개발을 위한 연구가 현재 진행되고 있다(연구팀 2xAI Research Lab1).

 

이 시스템 개발의 목적은 교수 설계과정에서 교사의 의사결정이 수월하게 반영되어 학교교육에서 맞춤형 학습을 더 효과적으로 지원하는 데 있다. 구체적으로 교사지원 AI 시스템은 다음과 같은 업무를 수행하게 된다. 

 

첫째, 교사가 수업을 설계할 때 인공지능이 학습자의 다양한 특성을 분석하고 이를 토대로 학업성취를 예측하여 결과를 시각화하여 보여준다. 둘째, 교사가 원하는 학습자 특성 변인을 중심으로 최적의 그룹을 구성해준다. 이를 바탕으로 교사는 그룹별로 차별화된 과제나 학습내용을 제공할 수 있다.

 

셋째, 교사의 교수목적에 따라 분류된 각 그룹의 특성에 맞도록 학습자료를 자동으로 큐레이션해서 제공한다. 교사 지원 AI 시스템은 무엇보다도 교사의 사용 편의성이 중요하므로, 챗GPT와 같은 익숙한 인터페이스 방식을 활용하여 교사의 사용 편의성을 높이고자 한다.

 

또한 많은 AI 시스템이 개발자 이외에는 이해하기 어렵고, 원하는 목적에 따라 수정하여 사용하기도 쉽지 않다. 이에 연구팀은 교사에게 설명가능한(explainable), 그리고 교사가 원하는 변인에 따라 수정가능한(exchangeable), 교사에게 최적화된 AI 시스템 구현을 목표로 하고 있다.

 

즉 이 시스템이 어떻게 작동하여 특정 결과(예: 학습자 그룹 형성, 학습자 맞춤형 자료 제시)를 내놓는지에 대해 교사들이 쉽게 이해하고 납득할 수 있도록 개발하고, 교사가 원하는 교수목적에 따라 다양한 변인(예: 학습자 수준, 학습자의 진로, 학습자의 흥미 등)을 수정해서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도록 구성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서 연구팀은 연구 초기 단계부터 교사자문단을 구성하여 교사들의 요구와 의견에 귀를 기울이고 시스템 개발 시 적극 반영하고 있다. 

 

인간사회의 역사만큼이나 긴 교육의 역사를 살펴보면, 교육에 영향을 미치는 수많은 요소가 있었고, 기술도 중요한 요소 중 하나였다. 특히 최근 30년간은 기술이 교육에 미치는 영향력이 더 커지고 그 속도도 더 빨라지고 있다. 1990년대 인터넷이 도입될 때도 교육현장에서는 많은 추측과 우려가 있었다.

 

인공지능도 그와 비슷한, 아니 그보다도 훨씬 더 큰 변화를 교육에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우리는 이러한 추세를 더는 무시하거나 거부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인공지능을 현명하게 사용하여 더 많은 학생이 더 나은(최소한 더 효율적인) 교육을 받을 수 있을지 고민하고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할 것이다. 2xAI Resarch Lab 연구팀의 고민과 노력은 우리나라 교육이 한 걸음 더 도약하는 데 큰 힘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이상민 경희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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