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기술을 중심으로 사회·경제 전반이 빠르게 변화(Digital Transformation)함에 따라 우리 삶에 미디어가 끼치는 그 영향력이 무한 확장되고 있다. 디지털 환경은 정보 확산과 공유의 용이성을 가져다줬지만 반면에 미디어 환경을 복잡하게 만들었다. 뉴스, 소셜 미디어, 광고 및 엔터테인먼트를 통한 방대한 정보는 대중이 거짓과 사실을 구별하는 것을 어렵게 했다. 특히 최근에 등장한 생성형 인공지능(AI) 기반의 딥페이크 기술은 진실과 허위의 경계선을 무너뜨리고 있다.
급변하는 디지털 사회의 한 시민으로서 디지털 기술을 올바르게 이해하고 활용하는 능력을 넘어 비판적으로 평가하고 분석해 소통할 줄 아는 역량이야말로 오늘날 학생들에게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미디어 영향력 무한 확장 시대
미디어 리터러시란 본디 미디어 언어를 읽고 해독하고, 표현할 수 있는 역량이다. TV에서 제공되는 콘텐츠(메시지)를 읽고 해독하는 역량에서 출발했다. 현재는 디지털 기술의 등장과 함께 영상 메시지를 해독하는 것에서 이용자들이 미디어 메시지를 직접 만들고, 표현하는 것으로까지 확장됐다. 여기에 인공지능, 빅데이터, 알고리즘 등과 같은 새로운 미디어 쟁점들이 더해지면서 개인이 ‘꼭 필요로 하는’ 정보만이 아닌, ‘필요할지도 모를’ 유사한 정보에까지 노출되면서 가치편향적 사고를 유도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 큰 문제가 되고 있다. 알고리즘에 내재한 사회적 차별과 배제의 문제도 무시할 수 없다.
가짜뉴스에 잘 속는 연령층을 파악하기 위해 영국 케임브리지대 산데르 판데르 교수가 수행한 연구에서 10대와 20대가 중장년층보다 가짜뉴스에 잘 속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우리 학생들이 자신이 접하는 내용의 정확성, 타당성 등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있는 비판적, 객관적 시각이 부족하다는 현실을 반영했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은 학생들이 계속 진화하는 디지털 환경 속에서 자신이 소비하는 정보에 대해 객관적인 시각을 갖게 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은 스스로 정보의 출처를 정확히 확인하고, 신뢰할 만한 정보인지를 판단하여 사실과 거짓을 구별하고, 경제적·법적·사회적으로 문제가 없는지, 정보의 생산 과정에 대한 윤리적인 판단까지 배울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사실 확인에서부터 온라인에서의 사생활 보호에 이르기까지 디지털 도구와 플랫폼을 책임감 있게 사용하는 능력을 기를 수 있다.
국내에서도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은 1970년대부터 시작돼 그 역사가 결코 짧지 않다. 다만 해당 교육이 시민영역에서 발전, 성장하여 아직 체계성을 갖추고 있지 못하다.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의 방향성과 체계를 설정하기 위해 국가 차원에서 꾸준히 노력하고 있지만, 시민, 정부, 공공기관, 미디어 관련 업계, 교육기관 등에서 교육을 체계화하기 위한 정책적, 제도적 노력이 시급하다. 현재의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조정 및 재편하고, 방향성을 제시하고 이끌어갈 전문 교육위원회의 설립도 고려해야 한다.
팬데믹과 함께 온라인 학습이 확대되고 원격교육을 포함한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됐다. 디지털 기기를 활용하고 다루는 능력뿐만 아니라, 기기로부터 얻은 지식과 정보를 어떤 방식으로 소화하고 처리할 것인지에 대한 교육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미디어 분야의 석학인 헨리 젠킨스 교수는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없이 온라인 교육을 시행하는 것은 일종의 범죄행위다”라고 말한 바 있다. 복잡한 미디어 환경 속 사실과 허구를 구별하여 책임 있는 디지털 시민이 되는 데 필요한 기술과 지식을 습득해야 하는 것은 선택이 아닌 필수인 시대다.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은 필수조건
미디어에 대한 근본적 이해, 맥락을 파악하는 능력을 키워주지 않고 기술적으로만 사용하게 한다면 무서운 사회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이 될 수도 있다. 차별 없이 모든 학생이 디지털 리터러시를 지닐 수 있는 환경이 조속히 구축돼야 한다. 이것이야말로 우리가 미래 세대에게 미디어의 비판적인 소비자이자 창조자가 되도록 힘을 실어줄 수 있으며, 더욱 많은 정보를 얻고 책임 있는 사회를 보장할 수 있는 길이 될 것이다. 미디어 리터러시가 디지털 사회에서 우리 아이들이 민주시민 공동체의 구성원으로서 갖추어야 할 핵심 역량인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