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교직사회는 ‘떠난다’는 단어가 화두였다. 담임도, 부장도, 교장·교감도 너무도 힘들다며 교실과 학교를 떠나고 싶었을 것이며, 심지어 이 세상을 저버리는 안타까운 일까지 벌어졌다. 선배 교사이자 교육행정 학도 입장에서 미안하고 죄스러웠다. 내가 당사자였다면 어땠을까 하는 자괴감마저 들기도 했다.
나를 존중할 여건 마련되길
이제 새해가 밝았다. 우리는 흔적 없는 시간에 금을 그어놓고 해가 넘어갈 때마다 반성과 새 결심을 하게 된다. 새해를 맞아 우리 선생님은 무슨 결심을 해야 할까?
가장 중요한 것은 세상에 하나뿐인 나를 귀하게 존중해야 한다. 어떤 전문직보다 더 어렵다는 교직을 사랑하고 귀하게 여겨야 한다. 그래서 수업에 철저하고, 학생과 동료를 존중할 결심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선생님으로서 수업에 전념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길 바란다.
수업을 방해하는 학생으로 인해 수업이 어렵게 되면 다른 학생들을 위해 문제 학생을 제대로 관리할 수 있어야 한다. 담임 교사에게만 맡겨서는 해결할 수 없다. 제대로 된 매뉴얼에 의해 절차를 밟을 수 있어야 한다. 학교에서 해결할 수 없다면, 경찰이나 학부모에 인계할 수 있는 방안도 속히 마련돼야 한다.
수업을 방해하는 비본질적 행정업무를 더 이상 선생님에게 떠넘겨서는 안 된다. 행정 일은 관리자와 행정실에 맡겨 행정사무·잡무 제로 지대가 만들어져야 한다. 부장교사 제도 자체를 없애고, 교과팀장, 학년팀장 등을 둬서 수업만 철저히 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
학부모와의 관계도 이젠 직접 대면에서 벗어나야 한다. 학부모는 학교라는 기관에 학생 교육을 맡긴 것이지 교사에게 맡긴 것이 아니다. 학부모가 법적 행위를 하려면 관리자나 교육감을 상대하는 것이 맞다. 학부모 대상 창구에 교사는 제외해야 한다.
더 나아가 교원이 직접 학교를 선택할 수 있었으면 한다. 또 관리자가 교사팀을 구성할 수 있는 권한을 가져야 한다. 그래야 자기 팀원에 대해 책임도 질 수 있고, 보호할 수 있다. 기계적인 순환근무제를 폐지해 교장과 교사가 원팀으로 학교를 운영하도록 해야 한다. 관리자와 교사 관계는 적이 아닌 동지이자 동료다.
한 마음, 한 목소리 중요해
선생님 모두가 하나의 목소리를 낼 결심도 필요하다. 지난해 대한민국은 한 목소리를 내는 선생님들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그 결과 교육당국과 정치권, 사회도 움직일 수 있었다. 하지만 여기서 그치고 잠자코 있으면 다시 있는 듯 없는 듯 흐지부지될 수 있다. 또 교사가 무시 받는 상황이 반복될 수 있다. 새해는 독한 결심으로 마음의 근육을 기르고 ‘한 마음, 한 목소리’를 내길 바란다.
무엇보다 교사 스스로 자연인이 되겠다고 결심할 것을 제안한다. 사명감, 보람 같은 단어로 희생을 강요받기 보다는 근무 외 시간에 철저히 자연인이 돼야 한다. 근무시간에는 학생 교육을 위해 전념하되 그 외 시간에는 스스로를 존중할 수 있도록 자신을 위한 시간을 만들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