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의 봄’은 가고 …  외국인 유학생에 생존 달렸다

2025.01.07 10:00:00

 

사회과학이 어려운 이유는 분석하려는 사회 현상의 범위를 정의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이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셀 수 없이 많고 다양해서, 아무리 과학적인 것처럼 보이는 도구를 활용해서 분석한다고 하더라도 모두를 설득할 수 있을 정도로 그 원인과 결과의 관계를 명징하게 드러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최근 발생했던 동덕여자대학교 학생과 대학 사이의 첨예한 갈등도 마찬가지다. 언론을 통해서 접하기로는 대학 본부 측에서 학생과의 충분한 사전 논의 없이 남녀공학 전환을 기정사실로 하여 추진하는 바람에 시작됐다. 이후 학생들이 이를 물리적 방법을 사용해서 저지하려고 하는 등 상황이 격화하면서 교내 시설물 훼손에 따른 손해배상 문제까지 발생했던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여성교육과 권익 증진을 위해서 설립된 대학교에 남성이 출입하는 것을 용인할 수 없다는 반대 논리가 거세지면서 걷잡을 수 없이 커진 것으로 보인다.


복잡하게 얽힌 이 사건에는 다양한 의견이 있을 수 있다. 이를 올바르고 정확하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사회학·여성학·정치학·커뮤니케이션학 등 다양한 분야로부터의 관점이 필요하겠지만, 필자는 고등교육행정과 국제교육적 견해가 반드시 포함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동덕여대 측에서 내세웠던 부분적인 남녀공학 전환을 뒷받침하는 중요한 논리 중의 하나가 ‘학과(대학) 경쟁력’ 강화이다. 국제적 관점에서 고등교육의 흐름과 국내 대학이 처한 위기라는 큰 맥락 속에서 고려하면, (대학이 주장하듯 완결성 있는 정책 추진 시도는 비록 아니었다고 하더라도) 대학 측이 왜 그러한 변화를 꾀하려고 했는지를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학생을 향한 러브콜, 외국인 유학생도 예외가 아니다.
바야흐로 학생 유치를 위한 투쟁 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학에 몸 담고 있는 교수나 직원 중 기성세대로 분류할 수 있는 분들, 또는 이미 은퇴하여 더 이상 대학이라는 공간에서 왕성하게 활동하지 않는 분들은, 이른바 ‘문만 열어 놓아도’ 학생들이 대학으로 몰려들었던 급격한 고등교육 팽창 시기를 추억한다.

 

대학 이상의 교육과정에 진학하는 인구가 불과 20만 명 수준이었던 1970년대를 지나 1990년 170만 명, 2000년을 전후하여 300만 명을 돌파하고, 2011년 약 370만 명까지 고공행진 하는 동안 대학은 더 없는 호황기를 누렸다고 봄이 타당하다. 그 때문에 ‘지원서 장사’, ‘수시 장사’와 같은 오명이 이따금 따라붙기도 했었다.


그러나 2000년을 전후하여 들이닥친 고등교육 세계화의 파고가 2010년 이후 본격적인 위세를 떨치기 시작했고, 그와 함께 등장한 각종 대학 평가와 랭킹 시스템은 국내 고등교육 시스템의 작동 원리를 뒤집어 놓았다. 우리나라에 본격적으로 외국인 유학생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 것도 바로 이쯤이라고 할 수 있다. 스터디 인 코리아(Study in Korea) 프로젝트가 2005년 본격 가동되면서 법무부 통계 기준, 당시 1만 7,000명 수준이었던 외국인 유학생이 급증하여 2009년 8만 명, 2018년 16만 명, 그리고 2023년 22만 명을 넘어서게 되었다. 


이는 외국인 유학생만이 아니라 국내 외국인 인구의 증가 추세와 맞물려 있기도 하다. 우리나라의 경제가 발전하고 국제적 수준에서의 위상이 솟구치면서, 주변 국가에 비해서 더 양질의 일자리와 경제적 기회를 제공할 수 있게 된 덕분에, 2004년 약 75만 명이었던 국내 외국인 인구는 2023년 250만 명까지 증가했다.

 

그러나 국내 외국인 인구 중에서 외국인 유학생이 차지하는 비중이 2004년 2.3%에서 2024년에는 9%를 넘어섰다는 점을 고려하면, 외국인 유학생이 대한민국 사회의 다양성을 얼마나 높이고 있는가를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양적 증가 이면에는 유쾌하지만은 않은 모습도 있다.

 

불법체류, 통계 불일치, 특정 국가 편중은 숙제
필자는 외국인 유학생 유치 정책을 분석할 때 ▲불법체류 문제, ▲정부 기관 간 통계 불일치, ▲특정 국가 편중이라는 세 가지 문제가 한국 고등교육의 국제화 전략이 안고 있는 구조적 문제점을 드러낸다고 생각한다.

 

먼저 불법체류는 한국 유학생 유치 정책의 대표적 부작용이다. 2009년 이후 조금씩 감소하던 외국인 유학생들의 불법체류는 2016~2017년 이후 급증하는 추세로 전환하여 2023년에는 약 3만 5,000명에 달했다. 또한 D-4 비자를 소지한 유학생, 즉 한국어교육 등 비학위과정에 등록한 학생들이 불법체류 문제의 가장 큰 비율을 차지한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어학과정에서 이탈하거나, 학업을 마친 후라도 불법적으로 노동시장에 진입하는 사례가 빈번하다는 점은 그동안 꾸준히 문제로 지적되어 왔다. 특히 작년 발표된 Study Korea 300K 정책이 정한 2027년까지 유학생 30만 명 유치라는 단기적인 양적 목표 설정 때문에 상황이 악화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두 번째, 법무부와 교육부가 발표하는 유학생 통계의 불일치 문제다. 2023년 기준 두 기관의 통계 격차는 약 4만 4,000명으로, 이는 당해연도 법무부 통계인 22만여 명의 약 20%이다. 두 정부 기관의 통계 차이가 데이터 수집 방법이나 시점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음을 인정하더라도, 고등교육 정책과 이민 정책이 서로 다른 데이터에 의존하는 것은 정책의 상호 연계성과 실행력을 약화시키는 주요 원인으로 지적될 수 있다. 나아가 이는 앞으로 장기적 유학생 정책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정확한 현황 진단을 어렵게 하고, 불법체류와 같은 문제를 더 심화하는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을 내포한다.


마지막으로 특정 국가에 유학생이 편중되는 현상은 한국 고등교육이 직면한 또 다른 도전과제다. 특정 국가 출신 학생의 구성 비율이 지나치게 집중된다는 것은 다양성의 부족을 넘어, 유학생 유치 정책이 지정학적 변수에 크게 좌우될 수 있다는 점에서 잠재적 위험성이 있다.

 

2023년 기준, 베트남과 중국 출신 유학생이 전체 유학생의 3분의 2를 차지한다. 불법체류도 마찬가지인데, 특히 베트남 유학생의 경우 법무부 집계에서는 7만 3,784명으로 나타난 반면, 교육부 통계에서는 4만 3,361명으로 약 3만 423명의 차이를 보였다. 이들 유학생 중 상당수가 학업을 중단하거나 불법체류로 전환되었을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한다. 또한 지난 몇 년간 급증한 우즈베키스탄 유학생 그룹에서도 유사한 패턴이 관측된다.

 

 

더 큰 문제: 상업화·상품화·도구화
위에서 제시한 세 가지 현상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상업화(commercialization)’, ‘상품화(commodification)’, ‘도구화(instrumentalization)’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외국인 유학생 유치가 각종 평가지표 충족, ‘글로벌’이라는 외형적 이미지 형성, 특히 재정적 위기 타계를 위한 도구로 전락하면서 발생한 구조적 왜곡 현상을 의미한다. 고등교육 국제화가 유학생들에게 질 높은 학업환경과 풍부한 문화적 경험을 제공한다는 이상적인 목표를 뒷받침하기보다는, 유학생들을 학비 내는 고객 혹은 ‘수익 창출 도구’로 바라보는 상업적 태도를 부추긴다는 비판이 등장한 지 오래되었다.


나아가 ‘글로벌 고등교육 시장에서의 무한 경쟁’이라는 맥락에서 한국의 고등교육은 때로는 단순히 국제 학생들이 구매하는 ‘교육상품’으로 간주하기도 한다. 특히 지방 중소 대학에서 이러한 경향은 더욱 두드러지는데, 이는 비수도권 고등교육계를 지배하는 재정적 압박 속에서 외국인 유학생 유치가 생존전략으로 이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얼마 전 ‘수업내용 통역해 줘, 논문도 중국어로 써 … 물석사·물박사 봇물1’이라는 보도 내용은, 고등교육 분야에 있는 사람이라면 어느 정도는 알고 있던 공공연한 비밀이기도 하다.

 

일본의 외국인 유학생 정책: 양적 성장에서 질적 관리로 전환
일본의 외국인 유학생 정책은 1980년대부터 국가 전략의 중심에 자리 잡아왔다. 이는 단순히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대학의 생존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를 넘어, 일본 경제와 사회의 국제화를 가속화하고 글로벌 인재를 유치하려는 장기적 국가 비전에 따른 것이었다. 


1983년 발표된 ‘10만 유학생 계획’은 우리나라의 스터디 인 코리아(Study in Korea)보다 20여 년 앞선 것으로, 일본 고등교육의 국제화를 위한 첫걸음이었다. 당시 약 1만 명에 불과했던 외국인 유학생 수는 2003년에 10만 명을 달성하며 큰 진전을 이뤘다. 이후 2008년에는 ‘30만 유학생 계획’이 발표되었고, 2019년 31만 명 이상의 유학생을 유치하며, 목표를 초과 달성하기에 이르렀다. 한편 이러한 흐름은 글로벌 금융위기와 동일본 대지진 같은 외부적 요인이 발생하면서 주춤했고, COVID-19 팬데믹에 큰 타격을 입기도 했었다.


일본이 외국인 유학생 유치를 통해 양적 성장을 이루어 냈음에도, 최근 몇 년간 정책 초점은 질적 관리로 이동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2023년 4월, 일본 법무성은 유학생 관리 규정을 대폭 강화했다. 새로운 규정에 따르면, 대학과 교육기관은 외국인 유학생의 출석률과 아르바이트 시간을 철저히 관리하고, 이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유학생 비자 발급이 제한된다. 이는 일부 대학에서 발생한 문제에서 비롯된 것으로 볼 수 있는데, 한 대학에서는 2016년부터 2018년까지 약 1,600명의 유학생이 사라져 버리기도 하였다.


쉽게 짐작할 수 있듯, 이러한 규제 강화는 유학생 비자가 불법 노동이나 체류 연장의 뒷문(backdoor)으로 악용되는 것을 막고, 유학생들의 교육 경험을 보호하려는 목적에서 시행된 것이다. 이와 같은 노력은 외국인 유학생 정책이 단순한 숫자 증가에 머물지 않고, 유학생들의 학문적 성취와 사회적 통합을 보장하려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2023년 일본 정부는 ‘2033년까지 40만 유학생 달성’이라는 더 큰 비전을 제시했다. 이는 단순히 외국인 유학생 수를 늘리는 데서 그치지 않고, 이들이 일본 사회와 경제에 기여할 수 있는 인재로 성장하도록 돕는 데 초점을 맞춘다. 특히 ‘새로운 자본주의’라는 정책 비전 아래, 유학생을 일본 사회의 지속가능한 발전과 국제화된 경제 구조의 중요한 축과 긴밀하게 연계했다는 특징이 있다. 양적 목표를 제시하면서도, 엄격한 질 보장 체계를 통해서 장기적으로 일본 고등교육의 지속가능성과 국제적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과정이 이웃 나라에서도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고등교육계가 직면한 도전과 외국인 유학생 유치의 균형점을 찾아
다시 동덕여대 사건으로 돌아가 보자. 이는 단순히 한 대학과 학생 간의 갈등 수준을 넘어, 국내 고등교육계가 직면한 생존의 몸부림이 어떠한 저항에 부딪힐 수 있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대학의 남녀공학 전환 시도는 당장의 위기 극복을 위한 하나의 전략이었지만, 이는 곧 기존의 정체성과 새로운 변화 사이에서 발생하는 충돌을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요컨대 이 사건의 배경에는 급격히 변화하는 인구 구조와 고등교육 시장의 축소라는 현실이 자리하고 있다. ‘벚꽃 피는 순서대로 문을 닫는다’는 식상해진 표현이 무색할 만큼, 이제는 ‘인서울’ 대학도 안전하지 않을지 모른다는 위기의식도 자리하고 있을 것이다. 더욱이 랭킹이 강력한 영향력을 미치는 ‘대학 시장’에서, 연구중심대학과 직업교육에 특화된 전문대학 그 중간 어디에 있는 많은 교육 중심 대학은 ‘앞으로 우리가 교육할 대상이 남아 있기는 하단 말인가?’라는 근본적 질문에 직면했다. 


전통적인 고등교육의 대상이었던 젊은 인구만으로는 더 이상 대학을 유지할 수 없기에, 대학들은 점점 더 비전통적 학생(non-traditional students) 유치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동덕여대 사건도 이러한 흐름 속에서 해석할 수 있다. 비전통적 학생 유치는 단지 학령인구 감소에 대한 반응이라기보다는, 글로벌 고등교육의 패러다임 전환과도 연결된다. 이는 여성대학의 남성 입학 허용만이 아니라, 다양한 대학에서 외국인 유학생, 성인 학습자, 직업 전환을 희망하는 중장년층 등 다양한 계층과 배경의 학생들에게 문을 여는 과정으로 확장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비전통적 학생 유치 확대는 도전 없이 이루어질 수 없다. 동덕여대 사건에서 보듯, 기존의 정체성과 전통을 지키려는 노력은 필연적으로 새로운 변화와 충돌하게 된다. 이와 같은 상황은 비단 동덕여대만의 것이 아니라, 비전통적 학생을 더 적극적으로 맞아들여야만 할 대다수의 대학이 앞으로 직면하게 될 보편적 딜레마일지 모른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우리는 질문해야 한다. 외국인 유학생 유치는 단순히 생존을 위한 도구인가, 아니면 새로운 고등교육의 비전을 실현하기 위한 기회인가? 


결국 고등교육은 단순히 생존을 넘어, 지속가능한 발전과 정체성 간의 균형을 모색해야 한다. 이는 고등교육의 미래가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지에 대한 중요한 질문을 던지며, 대학들이 이러한 질문에 어떻게 답할 것인지에 따라 그들의 생존 여부가 결정될 것이다.

 

외국인 유학생을 포함한 비전통적 학생 유치 확대는 필연적 흐름이지만, 그 과정에서 우리는 고등교육이 지향해야 할 가치와 목적을 잃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이러한 논의의 끝에서 다시 한번 강조할 수밖에 없다. 고등교육의 미래는 숫자에 있지 않다. 변화 속에서도 유지해야 할 정체성과 새로움 속에서도 실현해야 할 지속가능성 사이에서 희망을 찾아야 할 것이다.

김규석 IES Seoul 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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