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총 “교육여건 무시한 ‘3시 하교제’ 중단해야”

2026.09.02 15:57:46

“돌봄 문제를 정규수업 확대로 해결해선 안돼”
교원·공간·안전대책 없이 학교 책임만 커져

국가교육위원회가 초등 저학년의 교육시간을 늘려 오후 3시께 하교하도록 하는 방안을 논의하자 한국교총이 전면 재검토를 촉구했다. 돌봄 공백 등 학교 밖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모든 학생의 정규수업 시간을 일률적으로 늘려서는 안 되며 교원 확충과 과밀학급 해소, 공간·안전 대책도 없이 추진할 경우 학교와 담임교사의 부담만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교총은 2일 입장을 내고 “국가교육위원회가 오는 3일 국회 정책포럼을 시작으로 초등 저학년 수업시간 확대를 재추진하려는 것은 학교 현장의 교육적 여건과 합리성을 무시한 처사”라며 “형식적인 공론화 절차를 앞세워 강행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국교위는 3일 국회도서관에서 국회미래연구원, 한국교육개발원과 함께 ‘초등 저학년 교육시간 확대와 교육 내실화를 위한 정책 포럼’을 연다. 초등 1·2학년의 발달 특성을 고려한 교육과정 재설계 방향과 교육시간 확대의 필요성, 쟁점 등이 논의될 예정이다.

 

교총은 우선 정책의 목적부터 분명히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수업시간 확대 논의가 학생의 성장과 발달이라는 교육적 필요보다 돌봄 공백, 육아 부담, 사교육비 절감 등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수단으로 접근되고 있다는 것이다.

 

 

교총은 “돌봄이 필요한 학생에게 질 높은 돌봄을 제공하는 것과 모든 학생의 의무수업 시간을 일률적으로 늘리는 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라며 “국교위는 전일제 운영의 목적이 돌봄인지 교육인지부터 명확히 밝혀야 한다”고 지적했다. 돌봄이 목적이라면 기존 돌봄체계를 강화하고 교육이 목적이라면 무엇을 왜 더 가르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미 정부가 초등 1·2학년을 대상으로 매일 2시간의 무상 맞춤형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등 기존 늘봄학교를 ‘온동네 초등돌봄’으로 확대·개편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규수업 확대까지 추진하는 것은 정책 간 역할 중복과 현장 혼선을 가져올 수 있다고도 주장했다.

 

학교 여건에 대한 대책이 빠졌다는 점도 비판했다. 교총은 수업시간을 늘리려면 학급당 학생 수 감축과 저학년 전담교사 확충, 교실·놀이·휴식 공간 개선, 안전인력 배치 등이 함께 마련돼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교과전담교사 확충이나 과밀학급 해소 없이 수업시간만 늘릴 경우 안전사고와 또래 갈등에 대한 지도 부담까지 담임교사에게 집중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교육현장의 반발도 이어지고 있다. 초등교사노동조합이 전국 초등 1·2학년 학생 2만913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65.5%가 담임교사와 오후 3시까지 수업할 경우 “너무 힘들고 지칠 것 같다”고 답했다. 전교조가 초등교원 2만276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도 99.04%가 3시 하교제에 반대했다.

 

전국 초등학교 교장들도 반대 입장을 냈다. 한국초등교장협의회는 2일 초등 저학년의 성장·발달 특성과 교육적 필요에 대한 충분한 검토 없이 하교 시각을 오후 3시로 일률화해서는 안 된다며 재고를 촉구했다. 기존 돌봄·방과후 프로그램과 시간·인력이 중첩돼 학교 현장의 혼란이 커질 수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교총은 이번 논의가 처음이 아니라는 점도 짚었다. 2018년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더 놀이학교’라는 이름으로 초등 저학년 3시 하교제를 추진했지만 안전사고와 학교폭력 우려, 놀이·휴식 공간과 교사 부족, 교육내용 검토 부재 등의 문제가 제기되면서 무산됐다는 것이다. 지난해 대선 과정에서도 비슷한 방안이 거론됐다가 비판이 제기되자 공식 공약이 아니라는 입장이 나온 바 있다고 설명했다.

 

OECD 수업시간 비교를 확대 근거로 활용하는 데도 신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가마다 권고·실제 수업시간의 집계 방식이 다르고 일부 국가는 쉬는 시간과 놀이시간까지 의무수업시간에 포함하는 만큼 단순한 시간 비교만으로 국내 초등 저학년의 교육시간이 부족하다고 판단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교총은 “모든 학생을 일률적으로 학교에 붙잡아 둘 것이 아니라 귀가를 희망하는 학생은 가정으로 돌아가고 돌봄이 필요한 학생은 정비된 기존 돌봄체계를 이용하도록 선택권을 보장해야 한다”며 “국교위는 학교 현장의 여건과 자율성을 훼손하는 일률적 수업시간 확대 방안 논의를 즉각 중단하고 원점에서 전면 재검토하라”고 촉구했다.

 

 

 

 

백승호 기자 10004ok@kft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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