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촉법소년의 휴대전화는 수사 과정에서도 좀처럼 손대기 어렵다. 형사상 피의자가 아니어서 강제수사에 제약이 따르기 때문이다. 살인·강간 같은 중대한 범죄라 해도 예외는 아니다. 서울남부지검 신혜진 부장검사는 <새교육> 인터뷰에서 첫 대목부터 이 지점을 꼬집었다.
“촉법소년들의 잔혹범죄가 갈수록 증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법적 한계 때문에 수사 과정에서 핸드폰 포렌식도 못 해요. 죄를 저질러도 형사처벌을 받지 않는다는 사실을 너무나 잘 아는 아이들이기에 재범률도 높습니다.”
소년·학교폭력 분야 2급 공인전문검사 ‘블루벨트’ 자격을 보유한 그는 “현행 제도가 이미 한계에 부딪혔다”고 단언했다. “촉법소년들의 강력·흉악 범죄 등 중대 범죄는 이미 사회가 용인하기 어려운 임계점을 넘었지만, 형사처벌 대신 받는 사회봉사명령이나 보호관찰을 실질적 제재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드물다”는 지적이다.
그가 꺼내 든 해법은 두 가지였다. 살인·강간·마약 등 중대한 범죄를 저지른 촉법소년을 형사사법 체계에 편입하고 촉법소년 연령 하향 조정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실제 촉법소년의 소년부 송치 인원은 2019년 8천615명에서 지난해 2만 1천95명으로 약 2.5배 증가했다. 소년원에 수감되는 보호처분 8∼10호는 작년 182건으로 6년 새 6.5배로 늘었다.
피해자에게 사과도 안 하는 시대
촉법소년 연령 하향이 자칫 엄벌주의나 낙인효과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에 대해서는 “가해자에게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할 기회를 주고, 피해자에게는 충분한 보상과 피해 회복을 지원하는 데 더 큰 의미가 있다”고 반박했다.
그가 이런 문제의식에 닿은 건 검사 생활의 첫발을 내디딘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검사 생활을 시작할 때부터 소년 범죄에 마음이 많이 쓰였다. 사건이 많이 밀려있어도 소년 범죄를 다룰 땐 보호자와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그러다 보니 야근도 많이 했다. 하지만 힘들다고 여기기보다 ‘내가 저 아이들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를 더 많이 생각했던 거 같다.”
사건을 다루는 원칙도 그 고민에서 나왔다. 뉘우칠 마음이 보이면 기회를, 반성 없는 범죄에는 원칙대로 했다. 범죄를 저질렀다고 해도 개전의 정이 보이면 재사회화를 위해 노력을 기울였다. 법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관용을 베풀어 잘못을 뉘우치고 건강한 사회인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왔다. 하지만 죄질이 나쁘고 반성하지 않는 소년범에 대해서는 죄에 상응하는 처분이 이뤄질 수 있도록 철저히 수사했다. “자신의 잘못에 대해 어떤 책임을 져야 하는지를 분명히 알게 해 주고 싶었다”고 그는 말했다.
최근 몇 년 사이 소년범죄의 얼굴도 달라졌다. 신 부장검사는 “최근 소년범죄는 고도로 첨단화되고, 지능적이다. 현금 수거책 보이스피싱 가담, 스와팅 범죄 등 조직적 범행이 계속 발생하고 있다”면서 “개전의 정이 보이는 아이들도 많지만, 폭력적이고 잔혹한 범죄를 저지르는 소년범들이 전보다 많아졌다”고 우려했다.
무엇이 아이들을 그렇게 만들었을까. 그는 사회·경제적 요인부터 개인의 변화까지 두루 짚었다. 사회·경제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겠지만, 타인에 대한 지배력을 과시하는 우월감을 느끼는 범죄가 증가하고 있다고 짚었다. 또 치열한 경쟁 속에서 공감능력을 상실한 아이들이 늘고 있는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러다 보니 “명백한 과실이 있음에도 ‘내가 뭘 잘못했느냐’고 따지는 경우가 많다”면서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큰 것 같다”고 말했다.
범죄의 통로가 되는 SNS
SNS가 청소년들을 범죄에 쉽게 노출시키고 있다며 적극적인 제재 방안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학교에서 스마트폰 사용 자체를 금지하자는 법안까지 나온 상황에 대해 “정말 중요한 지적이다. 마약·성폭력·도박·폭행 등 각종 범죄가 SNS를 매개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SNS를 통해 범죄에 노출되다 보니 쉽게 가해자가 되고 피해자가 되는 상황이 발생한다는 것. 신 부장검사는 “개인적으로는 술과 담배처럼 SNS도 청소년들에게 금지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편의성에 비해 청소년들에게 미치는 부작용이 너무 크다”고 우려했다.
소년범 부모들의 태도가 달라진 것도 그가 현장에서 체감하는 변화다. 처음 검사 생활을 할 때는 부끄러워 얼굴도 들지 못한 채 잘못했다고 말하는 부모들이 많았고, 자녀에게도 ‘검사님한테 잘못했다고 하라’며 혼내곤 했다. 하지만 지금은 달라져서 ‘우리 애는 그럴 애가 아니다’, ‘경찰에서 조사를 잘못했다’, ‘검사님이 사건을 잘못 파악하고 계신다’는 등 변명하거나 항의하는 분들이 많다고 했다. 피해자에게 사과나 용서를 구하는 부모들도 굉장히 줄었다고 달라진 분위기를 전했다.
가정의 책임을 묻는 질문에는 부모 교육의 필요성을 덧붙였다. “부모 역할이 중요한데 가정에서의 교육적 기능이 많이 약화된 측면이 있어 아쉽다. 잘못이 있다면 자신의 행동에 책임지는 법을 가르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어른이 아이들을 무서워하는 시대
신 부장검사는 촉법 연령 하향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제 경험에 비춰보면 어려도 알 것 다 아는 아이들이 많다. 성인 범죄처럼 흉포한 경우도 있고, 예전 아이들은 감히 엄두도 내지 못했던 수준의 범죄를 지금 아이들은 서슴없이 저지른다. 그런 면에서 촉법 연령의 재검토는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또 현행 제도에서는 촉법소년이 범행을 부인할 경우 수사와 입증에 한계가 있다고 털어놨다. 형사상 피의자가 아니기 때문에 압수수색이나 휴대전화 포렌식 등 강제수사를 하는 데도 제약이 따른다. 살인이나 강간처럼 중대한 범죄를 저질렀더라도 범행을 부인하면 범죄 사실을 제대로 밝혀내는 데 어려움이 생길 수 있다고 했다.
신 부장검사는 드라마 <참교육>을 보면서 ‘어른들이 아이들을 무서워하면 세상이 망한다’는 말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그는 “지금 학교에서는 선생님들이 아동학대로 고소당할까 봐 무서워 제대로 훈육하지 못하고 부모들도 마찬가지다. 범죄를 저질러도 촉법이라서 가벼운 제재를 받을 것이라는 사실을 아이들은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이제는 어른들이 아이들을 무서워하는 세상이 됐다”고 개탄했다.
「아동복지법」 시행 이후 교사들이 학생지도에 어려움을 겪는 현실에 대해서는 목소리를 높였다. “아동학대 적용 범위가 너무 넓어 교사들의 힘든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교사들에게까지 정서적 학대 규정을 적용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전면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선생님이 한두 마디 나무라는 것까지 학대로 몰아간다면 어떻게 정상적인 훈육이 가능하겠냐”면서 “교권 침해를 막기 위해서라도 정서적 학대 기준을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서울 명덕외고와 고려대 법학과를 졸업한 신 부장검사는 2001년 제43회 사법시험에 합격했고, 2004년 인천지검에서 검사 생활을 시작했다. 서울중앙지검과 의정부지검 등을 거쳐 현재 서울남부지검 부장검사로 근무 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