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사학법 시행, 유예하고 재논의하자

2006.01.12 11:21:00

지난 해 말, 정기국회에서 날치기 통과된 사립학교법 개정 휴유증이 심각한 양상으로 번져나가고 있다. 이 문제는 이제 교육 사안의 범주를 뛰어 넘어 정치권, 언론, 나아가 국론의 극단적 분열 양산으로 비화하고 있다. 일차 당사자인 사학측은 사활을 건 대응을 하고 있고, 한나라당은 모든 원내 정치활동을 보이콧하고 한 달째 장외 투쟁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정작 정부-여당은 경찰-검찰-감사원-국세청 등 가능한 모든 행정력을 총동원해 해당 사학을 압박하고 있다. 고교 신입생 배정을 놓고 강경대치 하던 사학들이 한발 물러서 신입생을 받아들이겠다고 하는데도 정부는 한 술 더 떠 ‘학습권 보호’의 차원이 아닌, ‘비리사학 척결’의 수준에서 대응한다는 극약처방을 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특히 강경 일변도의 원칙을 세우고 종교계 사학을 배제한 비리사학을 표적 감사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이는 너무나도 치기어린 발상이 아닐 수 없다.

이 같은 지도 감독권한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왜 지금까지 수수방관하다가 무리한 법 개정을 한 것인가. 반항하는 사학의 전열을 와해시키고 막강 종교계를 위무하겠다는 치졸한 대응책은 삼척동자라도 웃을 일이다. 문제를 이런 방식으로 풀어선 안 된다.

보다 못한 한국교총은 11일 회장 기자회견을 통해 절충방안을 제시했다. 교총은 우선 정부나 여야 정치권, 그리고 사학 측에 한발 물러난 자제와 냉각기를 가질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를 위해 법 시행을 일 년 간 유예하고 원점에서 재 논의할 것을 제안했다. 국민적 합의 도출을 위해 국회 주도로 정파나 이해를 떠난 신망 있는 인사들로 협의체를 구성해 운영하자는 것이다. 지난해 정기국회에서 사학법과 함께 개정된 경찰공무원법을 시행하기 전, 보완 입법하겠다고 한 정부-여당의 전례도 있다. 결자해지의 입장에서 정부-여당이 물러나면 한나라당도 이에 응하리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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