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원의 56%가 “급박한 보고 공문 처리에 수업결손도 불가피하다”고 응답했다. 또 30~40%의 교원들은 회람이나 업무전화로 수업을 방해받거나 운동회․학예회 등의 준비로 수업을 파행적으로 운영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교총이 8일 발표한 교원 잡무경감 보고서에 따르면 ‘교원은 공문에 의해 움직인다’는 말처럼 반복적이고 불필요한 공문에 가장 시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샘플로 조사된 A초(4675건)․B중(4302건)․C고(4955건)의 1년 공문량(접수 및 보고)이 5000건에 육박해 교사 1인당 평균 100건의 공문을 처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연구진은 “공문량이 작은 학교도 거의 같은 점을 고려할 때, 6학급에 교직원이 10명인 학교는 교원 1인당 연간 처리 공문이 467.5건에 달해 하루 20건 이상이 된다”고 지적했다.
가장 큰 문제로는 접수 공문 중 약 40%인 1500여건이 반복적인 홍보나 지침, 형식적 현황보고나 실적보고, 외부기관 협조요청 등 ‘잡무성 공문’이라는 점이 제기됐다.
‘학교혁신 실적자료’ ‘교육혁신 우수사례’ 등 개념조차 모호한 ‘혁신’ 관련 보고공문들과 ‘방과후 강사 현황’ ‘순회강사 수당지급 자료’ ‘영어교육 전용방송 설립 현황’ 등 교사 직무와 직접 관련이 없거나 학교를 통하지 않고도 현황을 확보할만한 것들이 많았다.
교원 639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60.4%가 ‘불필요한 공문이 많다’(없다는 응답은 7%)고 답한 것은 너무 당연한 결과다.
공문이 대표적 잡무다보니 회람․보고 등으로 수업이 상당 부분 피해를 입는 것으로 나타났다. 접수 당일 보고하라는 공문을 처리하느라 수업에 늦은 적이 있는 교원이 39.3%에 달했고 특히 부장교사는 절반인 48.4%에 달했다. 또 수업 중 회람이나 업무전화로 수업에 방해를 받은 교원도 31.3%나 됐고, 초등 교원의 41.3%는 운동회, 학예회로 수업을 파행 운영한 적이 있다고 밝혔다.
공문이 수업에 피해를 주는 원인은 ‘응신기간 매우 짧기 때문’(24%)이었다. 실제로 A초는 보고 공문 277건 중 당일 포함 3일 이내 보고 공문이 101건으로 36%를 차지했다.
이런 갑작스런 지시나 회람 처리를 위해 교원의 38.3%가 매주 2시간 이상의 시간을 소비한다고 답했고, 3시간 이상 허비하는 교원도 20%나 됐다. 50%의 교원은 공문처리에 과다한 시간을 투자하고 있다고 답했다.
국회, 교육청, 시도의회 등 거스를 수 없는 상급기관의 지시에 교원들도 ‘급한 공문은 수업결손을 하더라도 기일 안에 보고한다’(55.6%)고 답했다. 관행적인 수업권 침해가 우려되는 대목이다. 더욱이 ‘정확한 조사 없이 형식만 갖춰 보고한다’(33%)는 응답이 다음으로 많아 ‘급한’ 공문은 부정확한 통계 문제까지 초래할 것으로 분석됐다.
잡무의 원인에 대해 교원들은 ‘과다한 국회의 국감자료 요구’ ‘뭐든 문서화하는 풍토’ ‘상급기관의 과도한 공문 발송’을 가장 많이 꼽아, 결론적으로 대부분의 잡무가 공문에서 비롯되며 그 주범으로 국회, 교육청 등을 지목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연구진은 “학교행정 관련 제 시스템을 통합 네크워크화 한 경영정보시스템을 구축하고 지역교육청을 학교지원센터로 재구조화해 각종 교육통계 관리․생산 역할을 전담하게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보고서는 잡무를 구체적으로 규정해 금지한 영국과, 교육청과 주 교육부가 지역교육서비스센터를 이용해 각 교육구의 통계를 관리하는 미국의 사례도 소개했다.